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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저녁,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놓고 벌이는 마지막 승부인 결승전에서,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과의 대결이 성사된 종목이 두 개나 있었습니다. 바로 야구와 축구. 가뜩이나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인데다가, 한일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언론에서는 연이어 벌어진 두 경기를 중계하며 '금메달을 걸고 펼치는 운명의 한일 대결'이라며 군불을 지폈죠.
두 종목의 결과는 모두 금메달. 야구 대표팀은 일본을 3-0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3연패를 차지했으며, 축구 대표팀 역시 일본을 2-1로 꺾고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양 종목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관련 규정에 따라 체육연금 수령을 할 수 있는 점수 10점을 획득했으며, 기초군사훈련 4주만 받고 해당 종목에 종사하는 병역특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금메달을 획득했고, 가장 인기가 많은 두 스포츠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분위기는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우선 시청률을 볼까요? 지상파 3사는 이용철·이영표(KBS), 허구연·안정환(MBC), 이승엽·최용수 해설위원을 총출동시키며 두 결승전을 모두 중계했습니다. 하지만 시청률은 야구 21.6%, 축구 57.3%로 축구가 2배가 넘는 수치를 보였죠. 야구는 결승전이 진행되는 내내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댓글들이 끊임없이 달렸구요. 저 역시 생전 처음으로, 한일전에서 일본을 응원했습니다.
가장 단적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죠. 두 종목 모두 병역의 의무를 마치지 않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를 두고도 분위기가 극과 극인 상황인데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에 대해서는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가 나서서 그의 병역혜택을 축하해주고 있는 반면, 한국 KBO리그 LG 트윈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지환에 대해서는 '도대체 한 게 뭐 있다고 병역 혜택을 받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지환은 그간 문신으로 인해 상무·경찰 야구단 입대가 무산되어 왔죠. 동일하게 문신으로 인해 특기자 지원이 무산되어 왔던 이대은의 경우 문신을 지우고 경찰 야구단으로 입대한 반면, 오지환은 뻔뻔하게도 아예 상무 입대 지원을 포기하며 대놓고 아시안게임을 자신의 병역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 승선한다는 보장도 없는 터라 그냥 네티즌들에게 까이기 바빴죠. 이러한 그의 태도에 대해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보이는 한편 "앞으로 국제대회에서는 최상의 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히며 미필에 대한 배려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죠.
그러나 6월 있었던 최종 엔트리 발표는 선동열 감독의 말과는 달랐습니다. 선수 선발과정에 대해 역대급으로 논란이 일었죠. 대표팀에 승선 가능한 인원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내야진의 경우 백업 요원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선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각각 유격수와 2루수만 주로 소화하던 LG의 오지환과 NC의 박민우를 선발했죠. 선 감독의 변명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현 시점에서 없다고 보고, 한 포지션에서 잘하는 선수를 뽑기로 했다"는 것. 오지환의 경우 리그 유격수 가운데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2위, 3할의 타율을 기록 중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당시 하향세가 뚜렸했던 성적과 대비되며 8월 13일 최종 엔트리 교체 선수 명단을 발표하며 "현재 몸 상태와 KBO 리그 성적, 컨디션 등을 고려해 아시안게임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최종선택하게 됐다"고 말한 선동열 감독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리그 전체 삼진 1위(120개) 및 실책 1위(17개)라는 오명에 대타·대주자로서의 쓰임새 역시 의문스러운 상황이었죠. "논란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로 생각하지만, 역경을 딛고 금메달을 따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고 말한 선동열 감독의 멍게같은 발언도 기름을 부었고.
이와 같은 결정은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주전이었던 김하성이 아시안게임 내내 좋은 타격감을 보였기 때문에 백업인 오지환에게 딱히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인도네시아전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인 김하성과 오지환이 함께 장염 증세로 출전을 못하게 되면서 3루수인 황재균이 유격수, 2루수인 안치홍이 3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하는 궁여지책이 나오고 맙니다. 만약 강팀과의 대결이었다면 이는 어마어마한 빈틈이 되었음은 자명하죠. 오지환의 아시안게임 최종 성적은 2타수 1안타, 타율 0.500로 아시안게임 출전 야수 중 최소 타석을 기록했습니다. 완벽한 무임승차인 셈이죠. 중국전에서의 삼진은 KBO리그 삼진왕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던 모습이었죠.
애초에 아시안게임 자체가 올림픽이나 종목별 세계대회처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가 아닐 뿐더러, 특히나 야구의 경우 한국·일본·대만을 제외하고는 체계적인 리그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했습니다. 대만은 프로선수 7명만이 포함된 실업 리그 선수들로, 일본은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죠. 하지만 한국은 KBO리그를 중단시키면서까지 구단 별로 프로선수들을 차출했고,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최소 1명씩은 선발해왔던 아마추어 선수도 최종 엔트리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닭 잡는데 소칼쓴 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표팀은 첫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1-2의 패배를 당했습니다. 대만 언론에서는 "한국 대표팀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양현종(23억원)이 대만 대표팀 선수단 전체의 몸값을 합친 것(약 10억원)의 2배가 넘는다"고 보도했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경기에 대만 대표팀은 프로선수를 단 한명도 출전시키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전에선 15-0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지만, 홍콩을 상대로는 21-3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역대 최초로 홍콩을 상대로 콜드게임을 실패하고 9회까지 경기를 이어간 것을 비롯해 홍콩전 최다 실점까지. 그렇게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져갔죠.
결국 결승전에서 일본의 실업선수들로 구성된 야구팀에 3-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한국 야구 전체에 대한 그림을 생각해보면 상처 뿐인 영광이었습니다. 조별예선에서 3전 모두 콜드게임승을 한 일본과, 졸전을 펼치며 겨우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 선발 기준 논란과 병역 특례 논란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된 한국 야구가 어떻게 변화할까요? '손흥민은 응원? 오지환엔 독설?'이라는 기사 댓글에 "한 두게임 대표로 뛰고 군면제 받는거 하고 50게임 넘게 대표로 게임 뛴 선수를 비교하는게 말이 안된다"고 달려있던 베스트 댓글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오죽하면 아시안게임 전까지 '손흥민을 야구 대표팀 대주자로 기용하는 거국적인 결정이 필요하다'는 진담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요.
오지환은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꿈에 그리던 병역특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지환이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만, 남은 선수생활 내내 병역 문제에 대한 비난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지난 번처럼 술 쳐마시고 방송하다 군대 얘기 꺼냈다고 욕지거리 하지 말고... 그리고 소중하게 생각하던 문신 쓰다듬어 가면서 2018 아시안게임을 추억하며 선수생활 이어가길 바랍니다. 2타석 나와서 삼진 한 번 안타 한 번 치고 군면제..ㅎㅎㅎ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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