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인생/즐겨듣고즐겨보고

45510 번역본 (최애의 아이 외전소설)

자발적한량 2023.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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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데이터베이스 안에는 최근 2,30년의 다양한 글과 이미지, 동영상 등이 아카이브로서 남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이트의 서비스 종료, 계정 삭제 등으로 이 인터넷에서 혹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는 없다.
때때로 세상에는 그렇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걸 가슴 저리게 느끼곤 한다.

"앗..."

나도 모르게 무심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귀신을 봤을 때 꼭 이런 소리를 내게 될까
평소에는 멍하니 느리게만 움직이던 감정이 이때만은 한순간에 뒤섞였다.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유령이었다.

16년 전 연예계를 떠난 전설적인 아이돌.
그녀가 실시한 라방(라이브 방송) 아카이브.
팬들이 몰래 불법으로 저장해둔 동영상 데이터였다.

"우와 그립다.
저장했던 팬이 있었구나…….
그럴 수도 있겠지."

동영상 개요란부터 읽어보았다.
거기에는 데이터 원본 날짜가 적혀 있고, 그것은 B-코마치의 전성기.
아이가 막 복귀한 즈음의 라방 영상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아이돌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당연한 것처럼 행해지고 있지만,
아직 일반적이지 않았을 시절에 사이토 사장의 아이디어로 몇 차례 진행된 기획이었다.

이런 건 「나」도 몇 번인가 배포를 실시한 기억이 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아카이브에서도 남아 있으면 확인할 수 있지만, 아마 데이터는 남아 있지 않다.
이 스트리밍 서비스도 스마트폰 보급에 대한 대응이 늦어져
다른 서비스에 손님을 빼앗겨 현재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사이트 쪽에 로그인해도 데이터 복구는 안 될 거야.
즉, 이 동영상은 당시 팬들이 저장한 데이터인 셈이다.

나는 마우스를 천천히 화면 중심으로 옮기며 주저했다.

이 영상을 재생하면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날 것 같아서.

***

나는 아이가 너무 싫었다.
나에게 B-코마치의 활동은 결코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연예계에 들어와서 많은 탤런트들을 만나고 동경했던 사람들과 식사를 하러 가거나
TV에 나와 주목을 받기도 하고, 어딜 가나 비교적 인기가 많아 즐거웠다.
하지만 즐거웠던 것은 그런 사적인 일이지, B코마치의 활동 자체가 즐거웠냐면 의문이 남는다.

매일매일 리허설이나 레슨에 쫓겨 이벤트나 라이브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지만 관광할 여유도 없었고 수학여행도 문화제도 가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무엇보다 이 동영상의 주인 아이의 존재가 내 활동에 그늘을 드리웠다.

B코마치의 인기는 대부분 아이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었다.
라이브 때도 센터는 아이에 고정되어 있고, 다른 멤버들도 항상 아이를 돋보이게 한다.

백댄서 취급을 받고 운영도 노골적으로 아이를 밀어주고, 아이를 중심으로 모든 기획이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이해는 하고 있다. 아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
아이가 없었더라면
지하 아이돌 수준에서 메이저까지 올 수는 없었을 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감정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랑받는 아이를 보고 미움이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당시 B코마치는 소형 기획사에, 중학생 모델들의 집합체로서 스타트하고 있었다.
저연령 그룹은 당시 유행이긴 했지만 성장기 여자는 외모 변화도 심하다.
어린 시절의 매력을 잃어버린 주니어 아이돌은 나이를 먹고 평범한 여자가 돼 간다.

주니어 아이돌의 자질을 볼 때는 그 부모의 외모를 체크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어른이 됐을 때 어떻게 자라는지.
잔혹한 이야기.
이 업계는 신인을 솎아내다 못해 졸여나가는, 잔혹할 정도로 재능주의다.
나를 비롯한 많은 멤버들은 이 잔혹함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학생용 패션잡지에서 모델을 할 때는 나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미소녀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조금씩 매력포인트였던 동그란 얼굴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동안으로 귀엽던 얼굴에 살이 붙기 시작하며 인기를 잃었다.
역변했네. 그런 소리도 몇 번 들렸다.

아이가 질투가 났어.
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한 게 없어 보였어.
처음부터 어른스러운 얼굴이었고 끝까지 천진난만함이 남아 있었다.

질투하고 있었어. 나뿐만 아니라 분명 멤버들 모두가.
겉으로는 사이좋게 지내려고 했지만, 분명 질투의 마음은 배어있고,
아이도 그걸 이해했을 거야.

다른 멤버들과 분명히 벽이 있었다.
몇 년 동안 함께 했지만 속 마음을 진심으로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아이는 항상 태연한 얼굴로 우는 소리 한 번 한 적이 없다.
식사도, 초기에 몇 번 갔을 정도로 사적인 교제도 없었다.
가끔 열등감이 폭발해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도 생겼다.

화장품을 훔치거나 멤버들 사이에 아이에 대한 루머를 퍼트렸지만 그런 아이는 금방 잘렸다.
사이토 사장의 움직임은 신속하고 용서가 없었다.
일이 발각되어 곧바로 성명을 내고 계약 해지. 졸업 라이브도 할 수 없었다.
사장의 노골적인 편애에 모두는 각오를 다졌다.

아이의 백댄서로서 B코마치 활동을 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빌어먹을, 그렇게 생각하면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어.

나는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숨을 멈추듯 재생 버튼을 눌렀다.

***

"저기, 잘 들려?"

귀에 익은 목소리다.
아이의 목소리. 그 외에 더한 수식어가 필요 없다.
내게는 유일무이한, 위에 바람이 차는 것처럼.

"음량 작아? 그렇구나, 그럼 다들 볼륨을 높여"

여전한 시치미 떼는 발언.
뻔뻔한 소리를 하는 데에 일절 주저함이 없다.
저런 뻔뻔함조차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정도의 태연함.
맞다, 아이는 이거였어.

화면 너머로 보는 아이는 아름답다.
십몇년이 넘은 추억이다보니 실물보다 예쁜 '아이'의 추억보정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상관이 없었던 거다.
아이는 누가 봐도 틀림없이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젊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풋풋한 아이의 모습을 특히나 의식하게 되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무슨 얘기를 할까?
따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거야.
사장님이 잡담이나 하고 오라고 해서.
그런데 잡담은 어떤 걸 해야 되지.
아 댓글? 댓글 읽으면 돼?'

투고된 동영상에는 당시의 댓글란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어떤 댓글이 아이에게 와 있는지, 나는 물어 볼 수 없었다.

-오늘 뭐 먹었어?
"아무것도 안 먹었어."
-옷 브랜드는?
"유니🌑로야."
-좋아하는 책 있어?
"비밀."
-놀러간다면 어디야?
"비밀."

아이의 대답에는 비밀이 간간이 섞여 있었다.
어디가 답했고 어디가 비밀인지도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좋아하는 책 정도 알려줘도 되는데.

아이는 옛날부터 비밀주의였던 것이 생각난다.
무엇을 들어도 능구렁이처럼 피해나갔다.
팬들 입장에서 보면 그게 미스터리하게 비칠 수도 있다.
알고 싶은 마음이 그 사람의 카리스마로 이어지는 거니까.

-싫어하는 음식은?

아이의 대답이 막혔다.

음, 하고 위쪽으로 시선을 주고 카메라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했다.

"딱히 없는데 흰 쌀은 좀 못 먹나."

거짓말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도시락을 누구보다 깨끗하게 먹어 치우고 남은 도시락도 챙겨간 게 아이다.

쌀밥 정도는 깨끗이 먹어 치운 걸 내가 몇 번이나 봤었는데.
뭔가 색다른 답변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아이의 캐릭터에는 딱 들어맞았다.

"맛이 싫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뭐랄까, 부드럽지 쌀밥은.
가끔 모래 같은 거 들어갈 때 없어? 버석거리는 거야. 그게 무서워서."

보통 모래 같은 건 안 들어가지만 어쩐지 지어낸 말 같지는 않다.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딱딱한 게 있을 까봐 무섭다는 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종종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가 있다.

"새하얀 쌀밥 안에 유리 같은 거 있으면 어떡하지 싶어.
분명 아플거야. 그러니까 호불호, 이런게 아니라 뭐랄까 두려움?
응, 쌀밥은 무서워서 별로 안좋아해. 뭐... 나오면 먹긴 하는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

아이의 표정은 그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
그렇다기보다 아이는 항상 웃는 얼굴이기 때문에 저게 평범하다고 보여지는 식이었다.
나에게는 아이의 웃는 얼굴이 무표정해 보였다.항상.

-결혼 희망 있어?
"없는데?"

이번에는 즉답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결혼할 미래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아.
사람들은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게 어디까지 진심인진 모르는 거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옆에 있고 싶다는 마음은 왠지 알 수 있지만,
결혼하고 싶다는 말은 왜 하는 거지? 애정표현인가?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의사표시 정도?
아아, 그렇구나. 이제 좀 알 것 같아."

아이의 표정은 조금만 빈틈이 있는 것 같았다.
순전히 의문이고 뭔가를 튜닝하고 있는 것 같은.

"그래도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에는 좀 알거 같기도 하고.
최근에 들어서 말인데."

갑작스레 풍기는 수상한 반응에 내 간담조차 좀 서늘해졌다.
이런 떡밥에 대해서는 민감한 아이돌로서의 본능이 나에게도 조금은 남아 있었다.

"친척 아이가 귀여워서 계속 옆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의 코멘트란은 안도로 술렁거렸을 것이다.
아이는 한 번도 이성관계가 드러난 적이 없다.
우리도 아이의 사적인것은 알수없었고, 이것은 과거의 아카이브이지 실시간의 것이 아니다.
이런 대답이 돌아올 줄 알면서도 역시 섬뜩하다.

"좋아하는 남자 타입? 비밀.
딱히 말해도 되지만, 자기가 그 타입이 아니면 싫은 거 아니야?
흠, 그럼 됐을까?"

이 날의 라방은 연애 이야기가 중심인 것 같았다.
아이의 연애 이야기 나도 조금 관심이 있었으니까
조금만 헤드폰을 터치해 볼륨을 높여보았다.

"너무 나를 화내지 않는 사람이 좋을까. 항상 나는 뭔가 저지르니까.
세세한 것이 일일이 신경 쓰이는 사람은, 나를 상대하면 피곤해질 거라고 생각해.
그런 건 좀 상대가 불쌍할 것 같아서... 그렇지 않은 사람이 좋다고 생각해."

아이의 이상한 행동은 기억이 났다.
중요한 점이 부족하다고 할까,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일반적인 교양이 결여되어 있다
그렇다기보다 아이돌은 발달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가 결코 적지 않다. 아이는 그 전형이었다.

아이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부른다고 해도 틀릴 때가 많다.
사이토 사장의 이름도 자주 틀려서 주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이는 인간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멤버들이 농담 섞인 말을 하고 있었다.
눈으로 본 세계는 인간이 모두 밋밋하고 마을 사람 A라든가 B라든가 하는 말을 하고,
거기에 사람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은 없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게임의 플레이어 캐릭터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어딘지 모르게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런 말을 게임을 좋아하는 멤버가 휴대기로 RPG를 하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 일은 인상에 남아 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좋아하는 마음은 아마 믿음의 바탕에 있을 거야.
뭐랄까, 반품성?(되돌려줘야 한다는 감각)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나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
그래도 나는 겁쟁이니까.별로 좋아한다는 말을 못 믿는 것 같아.
사람을 제대로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사람은 자신의 상식 밖에 사람을 측정할 수 없다.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하는 좋아한다는 말도 믿을 수 없다.
이건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은 거야.
바람을 피우는 사람일수록 바람을 의심하는 것 같아.

"이상하지. 나는 별로 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 해서 미움받을 것도 싫고.
그런데 별로 자기 얘기하는 거 싫어하지는 않아, 모순되는 것 같은데.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의 더러운 점이나 싫은 점들도 다 합쳐서 그걸로 좋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아이의 진심 같은 걸 처음 들어본 것 같아.
일기 같은 느낌일까, 아이는 댓글과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나도 기억이 난다.
댓글을 보면서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가 되기 쉽다.
댓글이 적은 정보량을 보완하려고 하면 아무래도 내 주관적인 이야기가 섞이게 된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올라오는 실시간 댓글에 쫓겨서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하다가
그냥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나 라이브 영상이라는 거 자체가 시청자의 반응을 끌어내는데 급급하다 보니
그런 식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분명 있었다.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때는 특히.

"나, 사실은 있잖아요."

***

거기서 라이브 영상은 끊어져 있었다.

동영상 제목은 1. 아무래도 이건 분할된 동영상 데이터 같았다.

올린사람의 이름을 눌러 다음 영상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삭제되어버렸는지, 아니면 아예 올라오지 않은 건가.
어딘지 모르게 찝찝함이 남아서 나는 검색 페이지를 열었다.

뭔가, 아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까 하고, B코마치 관련 페이지를 살펴봤다.

동영상 사이트에 있는 B코마치 관련 동영상은 거의 본 적이 있는 것 뿐이고, 거기에는 TV용 얼굴을 장착한 아이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고 보니 말이다. B코마치가 결성한 당초.
아직 다들 친하게 지낼 때쯤 공동계정 블로그를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다.

역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중학생 4명이서 순진하게 밝은 미래를 꿈꾸며.
결국 운영이 만든 공식 계정만 운용한다는 얘기가 됐고 그 계정은 포기되었다.

분명히 그 계정은 아이도 몇 번인가 일기를 썼을 것이다.

로그인 화면으로 넘어갔다. 등록한 이메일 주소는 내 서브 주소였을 거야.
비밀번호는 무엇이었는지 순서가 확실하지 않다.
1이 먼저였나, 55가 먼저였나.
몇 번인가 시도하는 사이에 올바른 패스워드에 도달한다.

45510

타카미네, 니노, 아이, 와타나베.
결성 멤버의 앞글자를 플릭으로 입력했을 때 숫자.

기사의 수는 7건.
총 접속수는 328.
최신 페이지에는 이전 소식이 있었다.

이런 건 고참 팬이라도 알고 있을까 말까 한 너무 희귀한 블로그다.

블로그 서비스를 고른 센스부터 나쁘다.
귀여운 아바타가 블로그 옆에 붙어있어 마치 초중학생이 만든 블로그 같은 느낌이랄까,
흑역사를 바라보는 것 같아 머리가 아프다.

내용도 형편없다.
운영에 확인도 안하고 썼을 자기소개 페이지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어쩌구 이모티콘들로 가득 차 있다.
그야말로 프로의식의 조각도 없는 빌어먹을 페이지다.

나는 히익 소리를 지르며 빨리 기사를 지우려고 편집 페이지로 넘어갔다.
그러자 거기에는 비공개로 돼 있는 페이지가 하나 있었다.

글쓴이는 태그로 알았다.
아이다.

나는 미리보기 화면을 열어 아이가 쓴 글을 읽었다.

「타카미네 니노짱 와타나베」
이 페이지 그립지. 나도 아직 남은 줄 몰랐네.
처음에는 우리도 이렇게 사이좋게 지냈지...

지금은 꽤, B코마치도 삐걱거리잖아?
뭐 나 때문인데. 사실은 굉장히 나쁘다고 생각하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
진짜인데? 믿으라고 해도 어려울 수도 있지만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은 계속 변하지 않아.
계속 말을 못했는데 이게 내 진심이야.
사람들은 나를 싫어할 수도 있지만, 나는 모두를 싫어하잖아.
할 수 있으면 옛날처럼 하고 싶어.
더 나를 바보 취급해도 돼. 화를 내도 좋아.
억지로 참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말은 했으면 좋겠어.

만약에 이 블로그를 옛날에 우리가 잘했다고 생각하고 보러 와줬다면.
다음에 만났을 때 알려줘?

야, 아이 바보 새끼라고 해.
그러면 미안해 내가 바보라고 할게.

화해하고 싶어요.
사람들한테 계속 말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

제대로 모두와……….


나는 끝까지 읽지 않고 페이지를 되돌렸다.
이 아이가 쓴 기사를 삭제했다.
영원히, 먼 훗날에라도.
다시는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도록.

이런 건 아니야.
이런 건 '아이'가 아니야.

누구에게도 매달리지 않고, 자유분방하고, 고고하고, 강하고, 후회따윈 한번도 하지 않고,
무적이고 최강이며 유일무이한 것이 '아이'야.

이런 동료에게 매달리는 듯한 문장을 아이는 쓰지 않는다.
이건 아이가 아니야.
아이는 그렇지 않아.
나의 '아이'는 그런 게 아니야.

어떤 게 진짜 아이인지 내가 알 필요는 없어.
그 동영상의 이후 내용은 뭐였을까?
나도 확실히 한 번은 봤었을 거야.
아이가 보낸 건 다 보고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딱 한 번 아이가 방송하다 약한 말을 한 적이 있었어.
맞아 백미랑 유리 에피소드.
저건 아이의 엄마 얘기로 이어지는 거야.
어머니가 던진 유리잔 조각이 백미 속에 들어 있었고,
거기서부터 아이는 본 적도 없을 정도로 나약한 모습을 보였지.

이 동영상을 올린 인물 또한 나와 같지 않을까.
그런 아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우리 안에 있는 우상을 지키기 위해서.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에서 지웠다.
영원히.
다시 들춰내는 일이 없도록, 더는 손쓸 수 없도록.

나는 블로그 자체를 삭제했다.
아이가 보낸 SOS였을지도 모르는 그 목소리를.
다시는 아무도 찾아낼 수 없도록.

PC 옆 유리창에는 내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아이를 신봉하고 있었다.
틀림없는 신자의 얼굴이었다.

 

 

 

출처 : https://youngjump.jp/oshinoko/novel_45510/novel_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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