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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투표 하고 왔습니다 모두들 서두르세요! [4·10총선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자발적한량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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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오전에 따로 일이 없는 이상 절대 안일어나는데...오늘은 일찌감치 일어나서 집을 나섰습니다. 바로 투표를 하기 위해서. 사진 속 장소는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 다음달 10일 이뤄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10총선)를 앞두고 해외 거주 혹은 체류 중인 재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재외선거가 오늘(27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투표가 시작된 곳은 한국시각으로 27일 오전 4시부터 시작된 뉴질랜드. 다음달 1일까지 실시되는 재외선거는 전 세계 115개국 178개 재외공관 220개 투표소에서 실시됩니다. 

 

평소에 대사관에 와서는 정문으로 출입할 일 없이 우측에 위치한 영사민원실 입구 쪽으로 출입했었는데, 습관적으로 영사민원실 입구에 갔더니 메인 게이트로 가라고 하더군요. 되돌아갔더니 신분증을 확인하고 곧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먼저 본격적인 투표에 들어가기 앞서 등록된 주소에 따라 지역구 후보자를 확인시켜 주시더군요. 이건 공식적인 투표 절차에는 들어있지 않은데, 지역구 투표자들을 위한 배려 뭐 그런 것인 듯 하고... 이동해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생년월일 및 이름으로 본인 확인을 한 뒤 전자서명을 하면서 진짜 절차 시작. 등록된 제 정보에 맞게 투표용지 2장(지역구, 비례대표) 그리고 회송용 봉투를 받았습니다. 와, 투표지 진짜 길더군요. 받고서 흠칫 했습니다. 기호 1·2번 없이(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대표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38개 정당이 적혀 있는데, 길이가 무려 51.7cm...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로 너무 길어서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없어 100% 수개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 켠에 마련된 기표소에서 비치된 기표용구로 투표용지에 기표한 후 회송용 봉투에 넣고 봉함, 기표소를 나와 투표함에 투입한 뒤 투표소를 빠져 나왔습니다. 투표는 대사관 본관 1층 다목적홀에서 이뤄졌습니다. 투표소 내에서 인증샷 촬영 및 투표지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터라 따로 촬영은 안했는데, 사전투표 및 총선 당일 투표하시는 분들도 투표소에서의 촬영은 참으시길. 투표용지 촬영해서 SNS에 게시해 30만 원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루어진 재외투표가 종료되면 지체없이 외교행낭을 통해 국내로 회송되고, 외교부 장관이 외교행낭의 봉합 및 봉인 상태 확인 후 중앙선관위에 송부, 중앙선관위는 회송용 봉투 주소 별로 관할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등기우편으로 발송합니다. 구··군선관위는 4월 10일 투표 마감시각까지 도착된 재외투표를 접수받아 정당추천위원 참여 아래 재외투표함에 투입 후 보관하게 되죠.

 

2023년 재외동포청이 집계한 재외동포의 수는 180개국 708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중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인도에 이어 세계 5위 규모이며, 인구 대비 비율로 따지면 이스라엘,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죠. 2023년 한국 인구(5,180만 명) 대비 13.67%에 달하는 재외동포 수는 부산, 울산, 경남 및 인근 도시를 모두 포함한 '부울경' 인구(765만 명)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재외선거의 규모는 너무나도 미약합니다. 그동안 실시된 선거 중 가장 많은 재외선거인이 유권자 등록 및 투표를 한 선거가 2017년 있었던 제19대 대통령 선거였는데요. 재외동포청이 집계한 재외동포247만 명 중 재외선거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 수 197만8,197명 중에서 불과 14.9%인 29만4,633명이 재외선거인 등록을 했고, 이 중 75.3%인 21만1,981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전체 대선 투표자(3,280만8,37명)의 1%에도 못 미치는 0.68%였죠.

 

제가 얼마 전 포스팅을 작성했지만, 재외선거인 신고 및 신청은 정말 간편합니다. PC 및 모바일에서 5분도 걸리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외선거 투표 등록자 수는 여전히 보잘 것 없습니다. 이번 재외선거 투표 등록자 수는 14만7,989명으로, 직전 대통령 선거보다 35%,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보다 14% 줄었다고 하죠. 

 

관련 포스팅

[재외투표 필수 절차, 국외부재자/재외선거인 신고·신청 하세요!]

 

이러한 낮은 등록율 및 투표율의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투표방식과 대표성 문제입니다. 현재 채택된 공관방문 투표방식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실행하는데 한계가 있죠. 당장 저야 주 인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살고 있어서 우버를 타고 가서 투표를 하고 왔고, 그레이트 노이다 지역에서는 재인도 한인회가 두 차례에 걸쳐 셔틀버스를 준비했죠. 하지만 멀리 공관까지 수백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 

 

게다가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인데,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재외동포들의 목소리가 선거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 모두 동포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재외동포 비례대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회 입성을 약속했지만, 재외동포 인사를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당선권과는 거리가 먼 후순위에 배치를 해왔습니다. 정치권에서 재외동포 정책에 관심이 없다는 반증이죠. 공공외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재외선거의 효율성을 높이기는커녕 '똥볼'만 차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2011년부터 '해외 투표 참여율 제고'를 이유로 전 세계 각 도시에 '재외선거관'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지난해 6월 일찌감치 일본과 중국, 미국, 프랑스 등 9개국 세계 22개 도시로 재외선거관을 보냈죠. 이 22명의 재외선거관의 체류 지원을 위해 쓰인 국비만 17억 원이 넘습니다. 1명당 약 7,700만 원의 세금이 투입된 건데요. 

 

웃긴 건 재외선거 등록자 수를 분석해 본 결과 가나, 에티오피아, 인도, 태국 등 재외선거관이 파견되지 않고 각 대사관·영사관이 자체적으로 투표를 관리하는 국가의 재외 선거 비율이 오히려 높았다고 합니다. 눈에 띄게 등록율이 낮은 국가가 약 3%인 미국인데, 선관위는 미국으로 가장 많은 8명의 재외선거관을 파견했죠. 심지어 2019년엔 미국으로 파견된 한 재외선거관이 재외선거 신고·신청 접수요원 면접 자리에서 "나도 젊은 여자들이 좋아해 주면 좋겠지만 아줌마들한테 인기가 많다. 그래서 아쉽다"는 성차별적 발언 및 " 솔직히 말할게요, '삐끼' 노릇 한다고 보면 됩니다"라고 업무 설명을 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고, 지난해엔 선관위가 어학 성적조차 확인하지 않고 해외 파견을 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되기도 했구죠.

 

지난 대선 대비 35% 감소는 둘째치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보다 14% 줄었다고 하니, 재외선거관들은 혈세 토해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엄연히 명확한 목적을 띄고 파견된 건데, 목적 달성이 안됐잖아요. 진짜 세금이란 게 너무나도 쉽게 쓰입니다.

 

여튼, 4월 1일까지입니다. 재외선거 등록하신 유권자들께서는 꼭 투표를 하시길 바랍니다. 투표는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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