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일 승일희망재단 대표 별세, 루게릭병 요양병원 건립의 꿈을 안고 떠나다

그간 루게릭병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힘써 온 전 농구선수이자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인 박승일이 오늘(2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승일희망재단은 "박승일 공동대표가 향년 53세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소천했다"고 밝혔습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층 10호실, 발인은 27일 오전 7시입니다.

 

고인은 1994년 기아자동차 농구단에 입단해 프로 농구선수로 활동했던 선수 은퇴 후 미국에서 지도자 과정을 밟고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단 코치로 선임되던 해인 2002년, 루게릭병 확진을 받고 지난 23년간 투병해왔습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ALS)은 신체 근육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희귀 질환으로, 병이 진행되면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되며 결국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요.

 

2011년엔 가수 션과 함께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설립,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을 진행하며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각종 모금 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승일은 발병 초기 24시간 간병에 매달리는 가족의 힘든 삶을 보고 "환우 가족을 위해 루게릭 요양병원을 건립해야겠다"며 서명 운동과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죠.

 

루게릭병 요양병원은 지난해 착공해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에 앰뷸런스를 타고 참석하기도 했는데요. 고인은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며 "루게릭병 환우를 위해 살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눈으로 움직이는 마우스를 통해 집필한 '눈으로 희망을 쓰다'를 출간하기도 했죠.

 

션은 지난 22일 JTBC '뉴스룸'에 출연, "루게릭병이 보통 3년에서 5년을 본다. 그리고는 이제 하늘나라로 간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박승일 대표는 22년간 버텨줬다. 박승일 대표가 요양병원이 지어질 걸 보고 '얼마나 기뻐할까' 그런 생각하면 지금도 막 이렇게 벅차오른다"고 감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