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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국정원 개혁 발언, '나만 빼고 다 잘못했다'

자발적한량 201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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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국정원 관련 참 나쁜 '양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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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개최한 국정원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는데요. 큰틀에서 정리하자면 "새누리당도 잘못이고, 민주당도 잘못이다" 입니다. 좀 더 나아가보자면 "그동안 정치해 온 너네 잘못. 난 상관없음ㅇㅇ" 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오늘 포스팅은 좀 원색적인 표현이 사용될 수도 있을 듯 하여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일단 안 의원의 발언들을 살펴보시죠.



우선 안철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던집니다. "국정원 문제와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해 왜 침묵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대통령으로서 여야 정파간 논쟁이 되기 전에 국정원 개혁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했어야 한다"며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습니다.



두번째로 타겟이 된 것은 새누리당. 안 의원은 새누리당을 향해 "시작도 하기 전 여당 의원들의 억지로 한차례 파동을 겪었다"며 "국정원 국정조사가 과연 성공하겠냐는 의구심들이 많다."며 여당을 향해 "지극히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출처:민중의 소리


세번째로는 민주당. "가장 큰 책임은 국정원을 정파의 도구로 타락시킨 MB 정권에 있지만, 10년간 국정을 담당했던 민주세력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민주당을 향해 화살을 날린 안철수 의원. 그는 민주당에게 "과거 중정와 안기부에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핍박을 받았으면서 집권 후에는 국정원이 물어다주는 달콤한 정보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정원에 대해선 "조직의 명예를 위해서는 국익도 저버리는 국가정보기관이 바로 국정원의 현주소"라며 "지금 국정원의 조직원들은 더 이상 나라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요. 개혁방안으로 "국민의 대표자인 의회의 감시를 강화하는 것"을 제시하며 "조직과 기능의 분산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발언은 나쁜 '양비론'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안철수를 '간만 본다'는 의미로 '간잽이'라고 부르죠. 지금 딱 제 심정이 안철수 의원을 그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은 바로 기존의 정치세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기성 정치'에 대해서 타락했다고 느끼는데 비해 안철수 의원은 정치권에 새롭게 등장한만큼 '기성 정치'가 가진 멍에를 매지 않아도 되죠. 물론 이 점이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요.


사진출처:JTBC <썰전> 캡처


안철수 의원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새정치'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게 실체가 없습니다. 전 안철수 의원이 외치는 '새정치'가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국민이 원하는 정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 때부터 좀 아리송해집니다. 들으면 다 맞는 말입니다만, 구체적인 방안도 없고, 가시적인 그 무엇도 없습니다. 


사진출처:민중의 소리


안철수 의원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수첩공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평소엔 잠잠합니다. 딱 할말만 합니다. 물론 고개가 끄떡여지는 말입니다. 대신 길지 않습니다. 이것을 잘 포장하면 '원칙'이라고 말해줄 수 있겠습니다만, 뭐 딱히 나올만한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도 비슷합니다. 맞는 말이고, 다 좋은데, '자기'만 맞습니다. '본인'만 새정치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구태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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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된 안철수 의원의 양비론과 회색주의. 자기는 옳은 소리하고 다 맞다고 하는데, 정작 현재 '국정원 국정조사'라는 사안의 중요도와 명확한 책임소재를 흐리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안철수 의원이 잡아오고 있는 포지션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선 당시에도 자신은 '새정치', 나머지는 '구태정치'라 외치며 정권교체 프레임을 희석시켜 버렸죠.


현재 국정원 국정조사의 본질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이 자행한 대선개입에 대한 정황을 보다 확실히 파악하는 것과, 이것이 정부 안에서는 MB의 청와대, 밖으로는 새누리당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밝히는 것입니다. 국정원에 촛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새누리당 역시 여당으로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럽죠. 새누리당이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동안 국정원 국정조사를 버텨왔던 것이구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도 잘못했다'며 싸잡아 비판을 합니다. 새로운 이미지로 먹고 사시는 건 압니다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사진출처:노무현재단


실제로 국정원장과 기무사령관 등 정보기관장의 대통령 독대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쭈욱 있어왔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까지.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독대보고는 전격 폐지됩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내가 재임하는 한 독대보고는 절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국정원장의 독대보고를 받으면 대통령은 스스로 제왕이 된다"며 대선과정에서부터 '권력기관의 개혁'을 부르짖었던 노무현 대통령이었기에, 그는 국정원장은 물론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에게 단 한번도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알려진 것은 꽤나 유명한 얘기입니다. 이에 비해 MB 정부에선 곧바로 독대보고가 부활하여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거의 2주에 한번 꼴로 보고를 받았다고 하죠.


사진출처:오마이뉴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에 의해 주요인사 1,800여 명을 상시적으로 도청한 사실은 분명 팩트입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는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하는 등 같은 민주진영 정권이라 할지라도 공정한 처리를 했습니다. 그 당시 '노무현의 배반'이라는 등 호남지역과 당시 민주당 등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존경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추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죠.


사진출처:연합뉴스


현재의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말미암아 피해를 본 입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너네도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라. 잘못 했었는지 안했었는지". 이거 정말 웃기네요.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아이한테 "니 얼굴이 때리고 싶게 생겼는지 아닌지 잘 생각해보라" 내지는 "넌 다른 애 때리고 싶은 맘 먹은 적 있는지 없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하는 격 아닌가요?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10년간의 민주진영 정권에게 '물타기'를 하면서 양비론을 앞세워 자신만을 돋보이게 하고 국정원에 맞춰져 있는 촛점을 흐리는 안철수 의원. 잠시동안 안철수 의원에게 그 놈의 '새정치'의 꿈을 기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안철수 의원은 '학자'로 남았어야지 '정치'에 발을 담그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새정치의 안철수'를 구태정치의 프레임에 강제로 넣으려고 하냐구요? 아니요. 안철수를 구태정치의 프레임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구요. 안철수 의원 자체가 왜곡된 시선으로 정치의 프레임을 쳐다보고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안철수 의원의 시선. 위험합니다. 안철수 의원님. 엄청 약삭 빠르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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