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파악 참 못하는 영남제분, 역풍(易風)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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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죄와 벌 -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후'. 한 여대생을 청부살인하여 기업 회장 부인이 형 집행정지를 무려 4차례나 받은 채 VIP 병실에서 지내는 상황을 보여준 전편에 이어 후속편에서는 남편이었던(현재는 이혼 상태임으로) 기업 회장이 "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후속편 방영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는 장면이 방송을 탔죠. 또한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는 기업 회장 측이 '금전적인 보상'을 말했을 뿐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도 방송을 탔구요. 이어서 재벌과 정치인들과 의료계·법조계의 검은 커넥션을 보여주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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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인 윤모씨라고 알려진 상황. 후속편이 방영되자 급기야는 영남제분 안티카페까지 개설이 되었습니다. 회원수가 이미 5천여 명을 넘어섰죠. 이 카페를 중심으로 현재 영남제분 불매운동과 피해자인 故 하지혜 양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모금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남제분이 영남제분이 호소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였습니다. 호소문은 '영남제분은 여대생 청부살인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여론과 불매운동으로 인해 회사 이미지와 매출 및 수익에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호소문 말미에는 영남제분 안티카페를 당장 폐쇄하고 근거없는 사실을 올린 블로거들도 글을 삭제하고, 비방과 욕설이 난무할 시 민·형사상 대응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호소'를 하려고 올린 것인지 '협박'을 하려고 올린 것인지 헤깔리는 글이었습니다.
자, 이번 방송과 관련된 사태에 대해서 방송을 시청하였고, 영남제분 회장과 민주당 이해찬 의원과의 개인적 친분을 이용하여 '정치적 파장'으로 키워보려는 움직임을 보인 일베충들의 행태를 알린 사람으로서 얘기를 해보자면요. 제목과 같이 오히려 영남제분 스스로 현재의 상황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파문은 분명 남양유업 사태와는 성격을 달리합니다. 남양유업이 가맹업주들에게 자행한 행태는 '갑의 횡포-을의 눈물'을 사회 전반적인 화두에 올려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죠.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남양유업은 '횡포를 부린 갑'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반해 영남제분의 경우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차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아니었고, 오너 일가에서 일어난 개인사죠. 스스로가 '창립 이후 단 한번도 소비자들에게 제품 크레임조차 받지 않은 건실한 기업'이라고 표현할 만큼 기업적인 면으로 봤을 때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영남제분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은 약간 방향성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일 때문에 영남제분이라는 회사가 피해를 보고 그로 인해서 영남제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하지만, 이번 영남제분의 호소문(?) 역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남제분은 해당 안티카페가 생긴 시점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청부살인 사건에 대해 방영된 전편이 아닌, 이번 후속편이 방영된 직후 만들어졌죠.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이번 후속편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는 이야깁니다. 저는 영남제분 회장의 발언 등에서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진을 찾아와 후속편의 방영을 철회해 줄 것을 종용하면서 영남제분 회장이 했던 이야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회사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고 하니 후속보도를 중단해달라"
"SBS 때문에 기업 하나 망했다고 하면 별로 보기 안좋지 않냐"
"연간 600여건의 살인사건이 나는데 왜 하필 12년전 사건만 파헤치냐"
"故 하지혜 양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만들려고 하니 하양 부친과 만남을 갖게 다리를 놔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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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신이 벌인 일이 아니고 전 부인의 범죄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기업의 오너로서 회사를 챙겨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제작진에게 '회사의 주가'를 운운하며, 'SBS 때문에 기업 하나 망했단 소리 안좋지 않냐'는 회유라고 해야할지 협박이라고 해야할지도 헤깔리는 멘트에, '연간 600여건의 살인사건이 나는데 왜 하필 12년전 사건만 파헤치냐'...이 부분에서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지금 이게 제대로 정신줄 달고 있는 사람이 할 소리입니까?
얼마나 한 사람의 생명을 경시여기면 '왜 하필' 이라는 말이 나올 수가 있죠? 어짜피 1년에 600여 명이 살해당하는 세상에 왜 하필 이 사건만 갖고 그러냐는 말...현재 안티카페를 비롯하여 불매운동 등 이 수많은 나비효과들이 바로 호소문(?)을 올린 영남제분 회장의 발언으로부터 기인한 것 아닙니까? 네티즌들 협박하듯 하는 호소문 작성하기 전에 당신네 회장이 한 말부터 생각을 해봐야죠.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뜩이나 전편에서 문제가 된 것은 기업회장의 사모님이었던 윤모씨가 다양한 지병을 근거로 무기징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형 집행정지를 받고 병원 특실에서 지내고 있는 모습이 나오면서 주치의 및 법조계와 금전적인 커넥션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대한 논란이 일었죠. 그런데 그것이 논란이라고 치면, 후속편에서 영남제분 회장이 피해자 故 하지혜 양의 아버지를 찾아가 했다는 말은 의혹이던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도장을 찍어버립니다.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 좀 편하게 사시도록 배려를 하겠다'며 합의서를 작성해 줄 것을 종용했다는 영남제분 회장. 방송에서 故 하지혜 양의 아버지는 영남제분 회장의 사고방식에 분통을 터뜨렸죠. 그저 돈으로 해결하려는 그 생각 자체가 글러먹었다며. 피해자의 아버지는 '진정한 반성과 사과의 모습을 보이면 그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에서조차 엉뚱하게 돈으로 환산'하는 영남제분 회장의 모습에 대해 진실성이 없다고 느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해자를 직접 살해한 2명에 대해 "돈의 힘으로 그 두 사람을 그야말로 살인자로 희생시킨 것"이라는 말이 나올까요.
영남제분에 가장 피해를 끼친 장본인은 바로 영남제분 회장입니다. 저처럼 '그래도 영남제분 회사에는 피해가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방송에서 나온 영남제분 회장의 발언과 이번 호소문을 통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걸요. 어줍지 않은 호소문으로 이 상황 모면해보려고 적당히 무서운 말투로 호소문 쓰셨는데,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너의 잘못된 판단은 회사를 충분히 망칠 수 있습니다. 이 잘못된 판단은 회사 경영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영남제분 회장은 국민들과의 영업에서 커다란 실수를 한 겁니다.
포스팅을 마무리하기 전에...영남제분 회장이 "연간 600여건의 살인사건이 나는데 왜 하필 12년전 사건만 파헤치냐"고 말한 멘트를 보니 떠오른 영화의 한 대목이 있습니다. 임창정·최다니엘이 주연을 맡은 영화 <공모자들> 아시나요? 장기밀매에 관련된 꽤나 잔혹한 영화죠. 이 영화에서 장기밀매 커넥션의 한 축을 담당한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합니다. "조금만 비겁해지면 살기 좋은 세상이야. 다같이 살자. 아직도 그런 하찮은 인간들 한테 미련이 남아?"
영남제분 호소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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