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속 사모님이 보여준 '돈의 위력'

'유전무죄 무전유죄' 몸소 보여준 영남제분 사모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죄와 벌 -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후'가 방영되고 다시금 논란에 휩싸이고 있죠. 지난번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의 후속편인데, 한국 사회에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2002년 故 하지혜 양을 청부 살해한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인 윤모씨가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도 형집행정지 등을 이유로 감옥을 나와 병원 특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번 후속편은 더욱 공분을 자아냅니다. 해당 사건을 포함하여 경찰·검사·변호사·판사와 재벌·정치인들간의 사법 커넥션을 파헤쳤는데요. 우선 전편 방영이후 영남제분 회장이 담당 PD와의 만남을 갖었는데, 그 자리에서 영남제분 회장은 "지금 회사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고 하니 후속보도를 중단해달라", "SBS 때문에 기업 하나 망했다고 하면 별로 보기 안좋지 않냐", "연간 600여건의 살인사건이 나는데 왜 하필 12년전 사건만 파헤치냐", "故 하지혜 양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만들려고 하니 하양 부친과 만남을 갖게 다리를 놔달라" 등의 사정(?)을 하는데요.

아무리 한 기업을 책임져야 하는 회장이라고 해도 '어떻게 사람이 이런 식의 마인드를 갖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네요. 설령 이혼을 했어도 자신의 전 부인이 저지른 끔찍한 죄입니다. 더군다나 방송을 보면 강원도 어느 산골에 혼자 살고 있는 故 하지예 양의 아버지에게 방송 후에 찾아와서 "앞으로 편하게 사실 수 있도록 금전적 배려를 해드리겠다"며 합의서를 써줄 것을 종용했다는데요. 끔찍한 죄를 지은 것도 모자라서 '돈'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을 통해 '특혜'를 받는 이 사회의 부조리가 이번 논란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남제분 회장은 '금전적 배려'라는, 전 부인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변형된 모습을 보이네요.

영남제분 회장은 담당 병원인 세브란츠 병원 의사와의 커넥션을 부인했지만,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커넥션 제의를 거절했다는 제보도 나왔고 영남제분 사모님에게 유방암 관련 진단서를 발급해준 교수에 대한 윤리위원회가 개최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영남제분 사모님의 주치의는 "진단서 만으로 형 집행정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검찰에 미루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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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내용을 살펴보면 법조계 역시 '공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습니다. 영남제분 사모님가 총 4차례 형 집행정지와 연장 허가를 받으면서 단 한번도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이죠. '학연'과 같은 다양한 인맥이 동원 됩니다. 판사·검사와 고등학교·대학교 동문이거나 사법연수원 임용동기 등 다양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맥을 동원한 것이죠. 물론 당사자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요.

이와 더불어서 방송에서는 구치소 등에서 일명 '거물급'들이 구속 수감되었을 때 그들이 누리는 특혜를 공개하기에 이릅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김우중 前 대우 회장, 정태수 前 한보 회장, 진승현 前 MCI 코리아 부회장 등 재벌들과 김대중 前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前 의원,  권영해 前 안기부장과 같은 정치권 인사들까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저 놈들은 무슨 일만 걸리면 휠체어타네'라고 하는 것 있잖아요. 결국 그거죠. 문제는 재벌·정치인 등이 아닌 일반인들이 같은 잘못을 해도 저렇게 형 집행정지가 이루어지냐는 것이죠.

가장 열받는 얘기는 이겁니다. '형 집행정지 과정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했기 때문에'라는 영남제분 회장의 답변. 그쪽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했다'고 말씀하신다면, 전 '법의 헛점을 정확히 파고 들었다'고 표현하겠습니다. 법이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감싸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놓치는 부분도 있지요. 그리고 일반인들은 그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 법조인인데요. '돈'이 있는 사람들은 제 아무리 비싼 값이라도 치르면서 이 '서비스'를 받아 최대한 활용합니다. 그리고 법조인들은 자신이 받은 '대가'만큼 충실히 이 '헛점'을 찾아주죠. 외면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단상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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