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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 신임 이사, 친일 논란은 연좌제다?

자발적한량 2014.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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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사의를 표명한 이길영 KBS 이사장을 대신하여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KBS 신임 이사에 임명했습니다. 78세인 이인호 신임 이사는 KBS 이사회 이사들 중 최연장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후임 이사장에 선출됐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인호 KBS 이사장 뉴라이트 친일 이명세 언론장악

이인호 KBS 신임 이사는 누구인가

이인호 KBS 이사장 뉴라이트 친일 이명세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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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신임 이사는 서울대 사학과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웰즐리 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한국 여성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원로 여성 역사학자입니다. 미국 럿거스대 조교수, 고려대 사학과 교수, 명지대 석좌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주러시아 대사관 대사, 주핀란드 대사관 대사 등을 지낸 석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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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KBS 보궐이사 추천에 관한 건'을 의결한 뒤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했는데요. 이자리에서 야당 측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은 안건에 반대하며 퇴장했고, 현재 이인호 이사의 임명을 두고 '박근혜 정권이 드디어 언론장악의 마수를 드러냈다'며 커다란 반발이 이어지고 있씁니다. 이렇게 뛰어난 역사학자가 KBS 이사장이 되는 것에 대해 왜 이런 논란이 생기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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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는 이인호 명예교수의 뉴라이트 전력이 있습니다. 지나친 보수 편향 인물이라는 것이죠. 이인호 교수는 기존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이라며 '대안 교과서'를 만든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에 소속된 인사들이 주축이 된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해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지지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선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사람"이라고 비난했으며,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제정해 기념하자는 '건국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을 지내 사실상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은 것을 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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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재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박근혜 정부와 상당히 프렌들리한 인물이죠. "일본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어 물러난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해 "강연을 보고 감동받았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 "낙마시킨다면 이 나라 떠날 때라고 느낄 것" 등의 옹호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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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새누리당, 수구 보수 언론이 삼위일체가 된 눈물겨운 '이인호 교수 구하기'

이인호 KBS 이사장 뉴라이트 친일 이명세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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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란 가운데 보수·진보진영 양측은 이인호 교수의 KBS 이사 임명을 놓고 '제2의 문창극 사태'와 같은 혈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보수진영에서는 '이인호 교수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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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에서는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이길영 전 이사장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한 지 이틀 만에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이인호 교수 추천 의향을 밝힌 데 이어 '1주일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갖자'고 제안한 야당측 방통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강행 처리하여 일주일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임명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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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사천리식 임명에 발 맞춰 새누리당에서는 이군현 사무총장이 "할아버지가 친일인사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사실상 연좌제로 21세기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것이며, 국민통합에도 저해되는 것"이라고 야당을 비판한 것은 물론 하태경 의원이 "인사검증 과정에 조상을 들먹거리는 전근대적 작태가 매우 가소롭고,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제1야당이 반민주·연좌제적 발상에 매몰돼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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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지원사격 역시 이에 못지 않습니다. 동아일보의 최영해 논설위원은 사설을 통해 "이인호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이 주러시아 대사로 임명한 사람이고 참여연대와 역사문제연구소 자문위원 등 약자를 위한 사회활동 경력이 돋보이는 등 지금 야당이 어려웠던 시절 이 이사는 그들 편이었다. 진보 보수를 넘나들며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던 그를 조상까지 들춰내며 쓰러뜨리려는 진영논리가 야멸치다"고 맹비난했으며 IPF(국제타임스)는 "왜 김대중·노무현 때는 진보만 사장 노릇을 했냐"며 "억지와 궤변과 독선의 세력, 그 입을 다물라!"고 비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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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교수의 진보진영 활동, 그리고 '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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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 우리는 보수세력이 이인호 교수를 감쌀 때 등장하는 '연좌제'와 '진보진영에서의 경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왜 김대중·노무현 때는 진보만 사장 노릇을 했냐"는 비판 역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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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교수는 1980년대 학생운동이 뜨겁던 시절 러시아 혁명과 인텔리겐차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했고,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계열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역사문제연구소가 만들어질 당시 진보 학자들과 함께 자문위원으로 참여했구요. 심지어는 보수진영에서 '빨갱이'라며 이를 박박가는 전교조에서 교사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동아일보의 말처럼 김대중 대통령은 이인호 교수를 주러시아 대사로 임명한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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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교수의 친일 청산 반대...그리고 그녀의 조부 친일파 이명세

이인호 KBS 이사장 뉴라이트 친일 이명세 언론장악

하지만 이인호 교수는 2006년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에 이름을 올리며 '사상전향'[각주:1]을 합니다. 이후 그녀는 보수진영의 첨병이 되었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바로 이인호 교수의 조부인 이명세가 1년전인 2005년 발표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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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그는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유도연합회'의 상임참사를 지내며 일제를 찬양하는 시국강연을 하고, 최린·윤치호 등이 속한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참여해 태평양전쟁 지원활동을 펼치는 등 친일활동을 자행한 친일파입니다. 하지만 그는 광복 후 유림의 최고 지도자라 할 수 있는 성균관 관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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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세운 이래 만세일계의 천황을 받드는 빛나는 역사를 가지며, 세계 인류를 위해 최고 문화의 건설을 사명으로 하는 우리 일본은 이번 대동아전쟁을 계기로 동아 신질서 건설을 실현하고자 또 하나의 걸음을 내디뎠다.


'동아공영권, 유교의 역할', 조선유도연합회 기관지 <유도> 창간호에 실린 이명세의 기고문

해마다 북벌에 또 남벌

이제야 반도의 병력을 새로이 징발하시니

[각주:2][각주:3](內外)가 한결같이 은혜를 입게 되었네.

……

나라[각주:4] 위해 죽는 것은 가벼이 여겨야 하리라.

……


'축(祝)징병제실시', 조선유도연합회 기관지 <유도>에 기고된 이명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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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교수는 이에 대해 "내 사고의 프레임은 변치 않았다. 다만 주변 상황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말한 주변 상황. 바로 자신의 할아버지가 친일파 명단에 공식적으로 오른 것입니다. 2004년에도 이인호 교수는 조ㅈ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친일청산 주장에 대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며 "역사학자들이 친일청산 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니, 학자들에게 맡겨두고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뛰어난 석학으로 칭송받던 이인호 교수의 치부는 바로 '친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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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교수가 친일파인 자신의 할아버지와 그 길을 달리 했다면 당연히 그 굴레가 이인호 교수에게 씌워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끊임없이 친일을 미화하고 친일 청산을 반대해왔습니다. 이것은 동아일보가 주장하는대로 '헌법에서도 금지된 연좌제'를 덮어씌우는 것이 아닌 이인호 교수 본인의 편향된 역사관을 문제삼는 것입니다. 그녀가 진보 보수를 넘나들며 합리적인 목소리를 냈다구요? 자신의 그릇된 역사관이 비판당하고 조부에 대한 친일행적이 세상에 드러나자 이것을 감싸줄 이들에게로 달려간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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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대쯤 앞에 태어나 지금까지 정도의 ‘출세’를 하며 살아왔더라면 지금쯤 아마 나도 친일인사 명단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08년 이인호 교수, 한 칼럼에서

이인호 KBS 이사장 뉴라이트 친일 이명세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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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P 말대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역사관을 가진 사람'도 KBS 이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일 역사관'을 가진 사람은 아니죠.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결국 '보수=친일 잔존 세력'이라는 것을 보수 스스로가 인정하는 셈이 되는군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천황에 대한 충성 맹세를 혈서로 남긴 '대일본제국' 장교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에 단 6명을 제외한 114명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군요. 이제야 좀 수긍이 갑니다. MB의 대통령 당선 당시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는 말이 유행했죠. 저도 한 마디 남기고 싶습니다. '무능, 부패, 친일 그 중에 제일 최악은 친일이라'.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은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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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인호 교수는 애초에 친일에 대한 옹호를 하고 있었다. 담겨진 그릇이 달랐을 뿐. [본문으로]
  2. 일본 [본문으로]
  3. 조선을 비롯한 일본의 식민지 [본문으로]
  4. 일본을 의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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