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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로 경기 활성화" 국민정서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박근혜 대통령

자발적한량 2016.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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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국내에서 골프쳐서 경기 활성화에 기여"



지난 24일 청와대에서는 장차관 워크숍을 열고 안보·경제 이중 위기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부처 장차관, 처·청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과 만찬을 연달아 가지면서 국정 운영 관련 의견을 나누고 기강을 잡는 한편 국민 단합과 국론 결집을 호소하기 위한 목적의 자리였는데요. 당일 자정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보란듯이 참석시켜 시작 전부터 주목이 되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요즘 즐겨듣는 노래가 '달리기'인데 입술도 바짝바짝 마르고 힘들지만 시작했는데 중간에 관둔다고 할 수 없다"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논란에 대해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습니다. 또한 정치권에 대해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하고 민생문제보다는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실정"이라고 평한 뒤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모두 함께 더 열심히 최성을 다해서 국민을 위해 뛰어달라"고 격려했죠.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중 화룡점정은 따로 있었습니다. 만찬 도중 한 참석자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골프장도 '부킹 절벽'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국내 골프를 하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해외골프 등 지난 2015년 해외에서 쓴 돈이 26조원 규모인데 국내에서 골프를 치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자리에 있던 장관들에게 국내 골프를 권장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5단체장과 함께 골프장에 나간 사례를 언급하며 "골프 치시라고 했는데 왜 안치시는가.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한 참석자는 "김영란법을 지켜가면서 자기 돈 내고 골프치면 된다"고 화답했고, 장·차관들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자비 골프"라며 입을 모은 것을 비롯해 "골프를 친 뒤 인증샷을 올리자" "내수진작 머리띠를 두르고 골프장으로 가자"와 같은 농담들이 오가며 내수 경기 활성화(?)에 앞장서자는 의지를 다지는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뉴스를 접하시고선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골프를 많이 치면 내수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를 일반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한 번에 20만 원 가까이 되는 그린피와 각종 부대비용. 골프는 여전히 일반 서민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스포츠입니다. 특히나 타 스포츠와 달리 접대성이 상당히 짙었기 때문에 '대중 스포츠'가 아닌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팽배하죠.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인식 변화 과정, 그 이유는?


눈여겨볼 점은 골프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 변화 과정입니다. 2013년 3월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에도 현역 장성들이 군전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이 얼론에 보도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질책성 발언을 통해 공직자 골프 금지를 지시합니다. 2013년 6월에는 국무회의에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골프 금지령을 해지해달라는 발언을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반응이 없었죠. 2013년 7월 있었던 청와대 수석 회의에서 "접대골프가 아니면 휴일에 골프를 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는 질문에 "골프를 쳐라말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바쁘셔서 그럴 시간이 있겠어요?"라며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2015년 2월, 국무회의에서 프레지던츠컵 관련 발언 도중 "골프 활성화에 대해서도 방안을 만들어 달라"며 자신의 골프 금지령에 대해 "그건 아닌데.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됐다"며 입장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또한 2016년 4월에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골프를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며 공직사회에서 골프를 적극적으로 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하죠. 그리고 24일 다시 한번 "골프 치시라고 했는데 왜 안치시는가.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구요.



이렇게 골프를 권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정말 일반 서민들이 골프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공직사회, 고위층을 비롯해 이른바 '부자'들이 골프를 주로 많이들 즐기는 사실을 알고 있겠죠. 그럼에도 골프를 권하며 '내수 진작' '경기 활성화'를 언급한 이유가 무엇이냐. 바로 소비력을 상실한 중산층이나 서민층을 살려낼 재간이 없으니 고소득층의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것이죠. 주요 경제지표가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청년실업률은 9.3%로 1년 전보다 무려 1.3%가 뛰었고,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율도 18.27%로 급증한 것은 물론 신용등급 강등 업체 수는 159곳, 제조업 가동률은 74.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엉망으로 무너지는 상황에서 뭐라도 늘어나야 그걸 바탕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교묘히 침소봉대를 할 수 있는 상황. 가계 부채가 늘어나고 서민들의 삶이 아무리 피폐해지더라도 고소득층이 골프를 치고 백화점에서 명품을 열심히 구입해서 양적 증가만 이룰 수 있다면 질적인 부분은 고려치 않겠다는 의중이 깔려있다고 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부자들을 위한 '내수 진작'말고 일반 서민들은 위한 '내수 진작' 하실 생각은...?



박근혜 대통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못박으며 "나라가 위기에 놓여 있는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 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놓여 있는 비상시국'에 장차관들을 모아 놓고 골프를 치라는 박근혜 대통령. 진짜 '경기 활성화'와 '내수 진작'은 치고 싶은데 주변 눈치를 보며 해외에 나가서 치는 사람들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골프를 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사람들이 골프를 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골프 자체를 두고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칠 사람들은 쳐야겠죠. 또한 개인의 자유가 주어진 국가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을 두고 손가락질을 해서도 안되고, 해야 할 이유도 없구요.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의 머릿속에서 대다수의 서민들을 위한 경제 살리기 방안이 고민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최소한 한국에서는)' 스포츠인 골프로 내수 진작 효과를 내 경기 활성화를 시키자와 같은 논리가 펼쳐진다는 것이 무척이나 실망스럽습니다.


선거철에는 시장에서 상인들에게 표 구걸을 하고, 청와대에 들어가서는 고위층들에게 골프를 권하는 박근혜 대통령. 시간이 없어 가방 속에 든 컵라면도 먹지 못했던 19세 스크린도어 수리공의 죽음을 캐비어와 샥스핀을 먹으며 기억에서 지워버린 대통령의 입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올해가 확실히 병신년(丙申年)이긴 한가 봅니다. 장차관 워크숍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뒤에 쓰여진 '국민행복을 위한 변화와 혁신, 엄중한 사명감으로 멈추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공허하게 메아리칩니다.


P.S) 그런데 자비로 골프 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마치 이게 미담처럼 흘러 나오다니...장차관님들 그동안 접대 한두 번 받아본 솜씨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의 키워드

#박근혜 #골프 #해외 골프 #국내 골프 #경기 활성화 #내수 진작 #경제지표 #장차관 워크숍 #김영란법 #서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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