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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주장하는 박근혜·새누리당, 친일파의 국기문란

자발적한량 2016.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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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의 호소, 박근혜는 그를 '맥였다'



지난 8월 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3일 앞둔 12일,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독립유공자 및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인 오찬 행사가 있었습니다. 참석자를 대표하여 인사말을 하기 위해 일어난 사람은 광복군 출신의 원로 독립유공자 김영관(92) 애국지사. 김영관 애국지사는 인사말 도중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사안"이라며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고 역사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며 건국절 논란을 언급했습니다. 김 애국지사는 "대한민국은 1919년 4월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 엄연한 사실이다.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투쟁을 과소평가하고, 국난 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말을 이어갔죠.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김 애국지사 뒤를 이어 인사말에 나섰는데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대통령의 관심을 호소했던 건국절 논란이 아닌, 사드 논란이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에 대해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권을 비난했죠. 김영관 애국지사는 결국 답변을 듣지 못한 채 씁쓸히 청와대를 나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8월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경축사를 읽어내려간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첫 문장은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건국 68주년.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국민들 앞에서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외치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치 3일 전 건국절 주장을 비판한 김영관 애국지사에게 맥이기라도 하듯... 그간 박근혜 대통령이 읽은 총 4번의 광복절 경축사 중 이와 같은 취지의 발언이 포함된 것은 올해로 세 번째입니다.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재빠르게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발언에 화답하듯 건국절을 법제화하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광복절 며칠 후 있었던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입니다.


"상해에 건립된 우리의 임시정부는 국가의 구성요소인 영토와 국민을 갖지 못한 망명정부였다.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

정진석 원내대표


"우리나라 생일은 바로 1948년 8월 15일...광복절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8월 15일이 광복절이면서도 건국절이라는 것..."

심재철 국회부의장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인정하지 않는 주장들은 사실상 광복 이후의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인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과 맞닿아있다."

나경원 의원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전희경 의원이 제정안 발의에 나서 당내에서 공동발의 요청서를 돌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역시 지난 4·13 총선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영웅'이라고 추켜세울만 한 투사기질이 있어 보입니다. 전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롯한 자칭 '보수' 진영에서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이 지난해 국정화 교과서 강행에 이은 두 번째 역사전쟁이자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건국절 논란에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전문(大韓民國 憲法 前文)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최상위 법은 바로 헌법입니다. 그 중에서도 헌법 전문은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 목적, 헌법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 이념이나 원리 등을 규정하고 있는 공포문(公布文)으로, 헌법 본문의 개별적인 조문과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하나의 통일된 가치체계를 형성함과 동시에 모든 법령에 대하여 우월한 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헌법 전문의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여 법률이 헌법 전문에 위반하는 경우 무효임을 인정하고 있죠. 헌법 전문의 앞 부분을 살펴볼까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후략)

헌법 제10호 전부개정 1987.10.29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헌법 제66조의 제2항을 보면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조항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자리입니다. 심지어 1948년 7월 17일 만들어진 제헌 헌법 전문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말하지만 정작 1948년의 대한민국은 "우리는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고, 이제(1948년)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은 1948년 건국을 부정했다



자, 기왕 1948년 제헌 헌법을 살펴본 김에 좀 더 당시의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죠. 1948년 당시에는 8월 15일을 어떻게 봤을까요? 이승만은 1948년 5월 31일, 5·10 총선거로 선출되어 구성된 헌정사상 최초의 의회인 제헌국회의 국회의장으로 취임했을 때에도, 1948년 7월 24일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진 1919년을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보았습니다. 1951년 8·15 기념사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이 국회에서 건설되는 정부는 서울에서 수립된 민국 임시정부의 계승이며, 이날이 29년만의 민국의 부활일이며, 민국 연호는 기미년에서 기산할 것이요, 이 국회에서 탄생되는 민국정부는 완전히 한국 전체를 대표한 중앙정부임을 공포한다."

이승만 국회의장, 1948년 5월 31일 국회의장 취임사 中


"1919년에 우리 십삼도를 대표한 삼십삼인이 우리나라 운명을 개조하기 위하여 1776년에 미국 독립을 선언한 미국 창립자들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 한국을 독립민주국으로 공포한 것입니다. 이 민주정부가 서울서 건설되어 임시로 중국에 가 있다가 삼년 전 오늘에 우리 반도 남방에서 실현된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 1951년 8월 15일 8·15 기념사 中



이승만 대통령의 발언 뿐 아니라 당시 정부에서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 아닌 '정부수립일'로 보는 인식이 확고했습니다. 1948년 광복절과 함께 거행되었던 정부 출범 행사의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축하식'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발행되었던 관보 제1호의 발행일자는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었구요. 1948년 이승만 정부 때부터 2008년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1948년 8월 15일을 기념하는 우표의 명칭은 '건국기념 우표'가 아닌 '정부수립 기념우표'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1948년을 '건국'이 아닌 '정부수립'으로 보는 것은 정치적 주장이 아닌 국가의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근간 뒤흔드는 새누리당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1948년부터 이어 내려온 이러한 입장을 바로 자칭 '보수'를 표방하는 새누리당에서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는 2003년 제16대 국회 당시 김용학 의원 등 13명의 의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자는 개정안을 냈었고, 2007년 제17대 국회에서는 정갑윤 의원 등 10명이, 2008년 제18대 국회에서도 정갑윤 의원 등 13명이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후 2014년 제19대 국회에선 "김무성 죽여버려 이XX"로 유명한 윤상현 의원의 대표발의로 김용남·김용태·김재원·김종훈·나경원·문대성·심재철·유승민·이자스민·이정현·조원진·홍문종 등 62명이 법안을 발의했죠. 하지만 이 법안은 번번히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말았습니다.



정부 차원으로 건국절 제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입니다. 정부출범 60주년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첫 해였던 2008년, 한승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여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를 발족시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서는 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좀 더 그 움직임이 주도면밀해졌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정교과서. 지난해 교육부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표현에서 정부를 삭제한 '대한민국 수립'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했습니다. 건국절 논란이 거세자 우회 전략 이라고 쓰고 말장난이라고 읽습니다 을 쓴 것인데요.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의 수립으로 기술하고 있어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북한은 '정권수립'도 아닌 '국가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해 오히려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 전달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2015년 11월 3일 대국민담화문 中



별명대로 정말 교활한 속임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위에서 언급했듯 이승만 정부를 비롯해 박정희 정권 등 역대 정부의 인식이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정부 수립'으로 표현하고 북한을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수립'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바로 임시정부와 전혀 무방하게 새로운 국가를 세운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에 대한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한의 정부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했기 때문에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건국절의 목적은?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의 단절



새누리당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역사 조작 시도는 바로 뉴라이트 세력의 방향성과 일치합니다. 건국절 논란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가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게재하면서부터입니다.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의 수제자이기도 하죠.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해오고 있는데, 이는 '일제가 없었으면 한국의 근대화가 진행되지 않거나 아주 더디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근간으로 하며 특히 '주체적인 발전 동인이 없으므로 국가적 분열 방지와 급속한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군사독재와 친일, 친미 정권의 존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해 박정희·전두환 등 군사독재세력과 이승만의 집권 덕분에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세력의 후예인 새누리당에게는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이론이죠. 10년간 이어져온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자 뉴라이트 세력이 앞장섰고, 결국 그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연달아 탄생시키는데 성공합니다.



헌법을 뒤흔들고, 그간 어떠한 정부도 부정하지 않았던 1948년 정부수립을 부정하며, 1919년 만들어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을 졸지에 1948년 세워진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과 동일선상으로 격하시켜 그 정통성마저 부정하는 박근혜 정부의 건국절.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일제에 빌붙어 부귀영화를 누렸고, 축적된 부와 지식, 영향력을 바탕으로 정부수립 이후 한국 사회 깊숙히 파고든 친일파와 그 후손들에게 가장 간편하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반대로 친일파들에게는 대한민국이 반드시 1948년에 건국된 것이어야 하고, 1919년의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국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허울 좋은 독립운동단체 정도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는 친일파의 후손들과 이에 빌붙어 함께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이들이 걸어오는 거대한 역사전쟁. 우리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우리가 흔드는 태극기와 그들이 흔드는 태극기, 모양은 같지만 의미는 다릅니다.



지난달 29일은 경술국치 106주년이었습니다.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치일 106주년 추념대회에서 김삼열 독립유공자 유족회장은 "친일민족반역자들의 역사왜곡과 민족정기 훼손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에 앞서 독립유공자와 유족으로 구성된 단체인 광복회에서도 역시 지난달 23일 성명을 발표하고 건국절 논란에 대해 "역사의식과 헌법정신의 부재에서 오는 건국절 논란은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지닌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UN의 승인 하에 독립한 신생독립국의 경우와 같게 인식케 함으로써 국가체면을 손상시키는 망론"이라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건국절을 반대하는 독립유공자 유족회와 광복회. 이 두 단체는 빨갱이입니까? 과연 어느 쪽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인지 우리는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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