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김천, 사드(THADD) 배치에 집단 반발...그들은 이렇게 '반정부'가 되었다
지난 7월 8일 사드(THADD) 도입을 전격 발표한 국방부가 닷새 만에 경북 성주로 사드 배치 부지를 결정한 이후 성주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사진을 모시듯 성주의 노인정에 붙어있어 뭇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떼어졌고, 김항곤 성주군수를 비롯한 인사들이 삭발을 하고 서울로 상경 집회까지 벌이며 대대적인 사드 배치 반대 운동에 돌입했죠. 개가 출마해도 1번 찍어준다는 동네에서 정작 자신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지자 180도 돌변한 모습이 웃프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그동안 데모하는 것만 보면 빨갱이라고 읊조리던 이른바 '외부세력 프레임'을 의식해서인지 어떻게든 그리 보이지 않으려고 파란색 리본을 달고 피켓과 현수막도 파란색으로 제작을 한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었습니다. 뭐 성주 측에서는 파란 리본의 의미가 외부세력 차단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완고했습니다. 성주 군민들에게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내려갔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 반발에 의해 6시간 30분동안 꼼짝도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고 탈출해 뺑소니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가운데, 경찰은 총리 방문 당시 불법행위자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겁을 줬죠.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사드 배치 역시 북한의 도발에서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적 조치이며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힘과 동시에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거 고민해보라고 대통령 시켜주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런데 국방부에서 22일, 현재 부지로 결정된 성주 성산포대에서 성주군 내 제3후보지 검토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부지 배치를 수용하겠다며 국방부에 공식 요청을 한 이후의 상황인데요. 성주는 사드 배치 완전 철회와 제3부지 배치로 완전히 쪼개지게 됩니다. 사드 배치라는 된서리를 맞고 정신을 차린 쪽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지역만 아니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와 남북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한반도 어디라도 사드를 놓아선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어짜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우리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외지로 치워버리자'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 군민 여론이 어떠냐는 질문에 김항곤 성주군수가 "우리 군민들이 정치적인 큰 식견도 없는데 뭐 대한민국 배치 반대 그런 걸 이야기하겠습니까"는 명언을 남기며 역시 그들의 머릿 속에서 국민들은 여전히 개돼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죠.
그런데 졸지에 이 사드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은 바로 경북 김천입니다. 제3후보지로 발표된 지역은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이하 롯데CC). 롯데CC의 정확한 위치는 성주군 초천면인데, 김천과 5.5km, 1만4,000여 명의 살고 있는 김천혁신도시와는 불과 7km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 발표 당일 김천 사드 배치 반대 투쟁위원회가 꾸려진 것을 비롯해 박보생 김천시장과 투쟁위원장들이 삭발을 하고 시민들이 결의대회를 여는 등 대대적인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김천에서도 그 놈의 외부세력 개입에 의한 투쟁으로 비춰질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은 마찬가지.
사드 배치는 찬성인데 우리 지역구는 안된다는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국정원 출신다운 애국심(!)
자, 그간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하여 간단히 훑어보았구요. 오늘의 주인공을 만나봐야죠. 그간 가쁜 숨을 쉬어오다 '반'숨 돌린 사람과 똥줄이 타다 못해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사람이 각각 한 명씩 있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새누리당 소속의 TK지역 국회의원이라는 것이네요. 전자는 성주군이 지역구인 이완영 국회의원이고, 후자는 김천시가 지역구인 이철우 의원입니다. 아! 두 사람의 공통점이 하나 또 있네요. 바로 사드 배치에 찬성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에는 안된다는 재밌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3선의 이철우 의원은 국가정보원 국장 출신으로 국회 내에서는 국방위원회와 함께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상임위인 정보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당연스럽게 사드 배치에 관해 적극적인 찬성론자였죠. 이철우 의원은 롯데CC 제3부지 검토가 발표된 다음날인 23일까지만 해도 상황파악이 안된 탓인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주민 합의는 당연히 필요없다. 주민 합의는 하는 게 아니다. 패트리엇 무기도 많이 갖다 놨는데 주민들 모르지 않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습니다. 위와 같은 발언을 한 다음날인 24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 결사반대 범시민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철우 의원은 "사드 배치 관련 오래 전부터 주민 설득이 되고 충분한 이해가 간 다음에 배치지역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밝혀 듣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습니다. "비밀리에 하더라도 주민합의가 필요없다는 것은 오해"라더군요. 사드배치는 국가기밀이니 주민들에게 비밀로 하여 설치해야 되는데, 주민합의가 필요없다는 말은 오해다... 이 문장 이해 가능하신 분 계신가요? 또한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지역을 운운하며 사드 배치 지역을 두고 무슨 극비 사항인마냥 말하는 걸 보면 이철우 의원이 국정원 국장까지 지낸 사람이 맞는지 지능 수준까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일본은 안보를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교탄고시에 사드가 교탄고시 지역에 있는 것을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가봅니다. 그쵸?
야유와 욕설은 물론이고 생수병까지 날아드는 상황에서 김천시민들 앞에 선 이철우 의원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 위해 연연하지 않는다"며 "제가 앞장서서 나라를 지키고 여러분이 뽑아준 김천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금뱃지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소신이라도 지키지 그러셨어요. 그간 국가 안보를 위해서 사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오다가 김천으로 불똥이 튀자 김천이 손해보지 않도록 하겠다, 김천을 살리겠다고 말하는 것이 금뱃지에 연연하는 거 아닌가요? 박근혜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어제 임명이 강행된 이철성 경찰청장, 그리고 이철우 의원 등을 보고 있자면, 이번 박근혜 정부를 네 글자로 정의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유체이탈(幽体離脱)'.
김천시민 여러분! 모쪼록 이철우 의원님이랑 단디 잘해보세요! 대신 너무 단디 하시다가 그동안 하늘 같이 모셔온 공주님 대노하게 하진 마세요. 화나시면 10여차례 손날로 책상을 쾅쾅 치시니까요! 참...그리고 입조심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철우 의원님께서 "괴담을 고의적으로 퍼트리는 사람은 국방업무의 방해세력이 되기 때문에 수사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었거든요.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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