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음주운전 징계 피해 경찰 수장직을 득하다

Posted by 사용자 자발적한량
2016. 8. 25. 01:11 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춘추시대의 한 일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해였던 2011년 교수신문이 선정했던 '올해의 사자성어'이기도 합니다. 이래서 '이명박근혜'라는 말을 하는 것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음주운전하다 사고까지 내놓고 경찰 신분 숨겨 징계 피한 경찰청장, "부끄러워서 신분 안밝혀"




강신명 경찰청장이 2년간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신임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사람은 이철성 경찰청 차장이었습니다. 이철성 차장은 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뒤 1989년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해 강원 정선경찰서장·원주경찰서장을 거쳐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청 정보국장, 경남경찰청장,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실 사회안전비서관·치안비서관 등을 역임해 '순경에서 청장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내용들로 정말 가관도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그가 강원지방경찰청에서 경감으로 근무하던 1993년 11월 22일 점심에 직원들과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차를 몰고 가다가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의 한 국도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봉고차와 세피아 승용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 뒤 이를 숨겨 경찰 내부 징계를 피했던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이 들통나자 이철성 내정자는 "사고 당시 부끄러워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징계받은 기록이 없다"고 해명을 했습니다. 


부끄러워서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라...참고로 지난 6월 감사원이 전국 시·도 교육청에 음주운전 적발 후 임의로 교육공무원 신분을 숨긴 940명의 명단을 '2013~2015년 공무원 품위 손상 행위(음주운전) 사실'이란 이름으로 통보해 현재 징계가 진행중입니다. 이와 같이 음주사실을 숨긴 것은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입니다. 공무원 신분인 이철성 경찰청장이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를 받았다면 과연 아무런 불이익없이 그간의 승진 코스를 밟아올 수 있었을까요? 무슨 주차된 차 박아놓고 입닦은 다음에 안걸리면 땡, 걸리면 그제와서 못 이기는 척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요즘 경찰에서는 부끄러울 때 반성을 하고 자백을 하는게 아니고 입 닫고 숨기는 가봐요?



사고 축소 및 은폐 의혹까지...자료 요구하자 "오래된 자료라 찾지 못했다"



음주운전 사실로도 모자라서 사고에 대한 의문도 각양각색입니다. 벌금 약식명령서에는 사고장소가 경기도 미금시 금곡동으로 적혀있는데, 이철성 내정자가 자신의 보험사 기록을 근거로 밝힌 사고 장소는 남양주군 별내면 부근 도로입니다. 이에 대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음주운전 적발 후 사고를 낸 것인지 사고 후 운전을 계속하다 단속에 걸린 것인지 의문"이라고 묻자 "판결문에 적힌 장소가 맞고, 미금시의 행정구역이 남양주군에서 분리됐다 합쳐지는 등 변화가 있어 혼동이 생겼다"고 해명했죠.


사고 축소은폐 의혹도 존재합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청문회에서 "음주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이 가입 중이던 보험사에서는 세피아 운전자에게 610만 5,650원, 봉고차 운전자에게 101만 9,670원을 지급했습니다. 세피아차량은 피해가 커서 보상 가액이 당시 신차 가격의 82%에 이르렀죠. 또한 이철성 청장의 차는 사고 후 폐차를 했구요. 이 정도 사고였다면 상당히 큰 사고였고, 피해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꽤나 높아보이지 않나요?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언론사와 의원실에 사고 당시 4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당시 경찰 조사 기록과 징계내역 등이 포함된 이철성 내정자의 인사기록카드 제출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이 내정자는 "오래된 자료라서 찾지 못했다"며 제출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 기록의 보존 연한은 25년이기 때문에 당시 사건을 담당한 남양주경찰서와 관할 검찰청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은 "나도 문서 서고에 여러번 들어가 봤는데 시간이 오래된 기록이라고 해서 찾기 어려운 시스템이 아니다. 사실은 안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외에도 권은희 의원은 "조사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신분을 속인 사실을 조사하는 분이 알고도 협조해줬는지 석연치 않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사고 내용 자체가 보험회사 기록과 우리가 확인한 약식명령서에 기재된 내용이 좀 다르다"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실 그대로 조사됐는지 사실이 축소돼 단순 음주운전 조사가 된 건지 확인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철성 경찰청장의 관계는?



자, 이제 그럼 청와대로 한 번 올라가 보죠.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7월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올라 청와대에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를 제출했을 당시 '음주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낸 경력이 있습니까' '음주운전 적발 시 직업을 다르게 진술한 경력이 있습니까' '벌금형을 받은 경력이 있습니까'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등의 항목에 모두 '예'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총괄한 민갑룡 경무관이 밝힌 내용이죠. 고위 공무원의 승진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곳은 바로 민정수석실. 네, 처가 부동산 매매 개입, 진경준 검사장 재산 묵인, 의경인 아들의 꿀보직, 외교부 직원 좌천 인사, 농지법 위반, 위조여권 이용해 딸 외국인학교 입학, 수임계 내지 않고 몰래 변론, 가족 법인세워 횡령 및 조세포탈 등 실로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학력고사 성적 상위 0.01%의 주인공!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는 곳입니다.



민정수석실에서는 이철성 내정자가 음주사고 당시 신분을 밝히지 않아 내부 징계를 피한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는 해당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에 따르면 "205쪽에 달하는 요청안에서 이 후보자의 음주운전 관련 내용은 100만원 벌금형을 받았고, 이후 사면됐다는 사실을 기록한 1쪽이 전부"라고 하는데요. 청와대에는 자신의 과오를 넙죽 엎드려서 보고한 것과는 달리 언론의 의혹 제기에는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경위와 징계 기록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되도 않는 오리발을 내밀기도 했죠. 결국 의혹이 보도된지 18일이 지난 뒤에서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줍게 "사고 당시에 부끄러워서..."라며 자신의 뛰어난 위기대처능력에 대한 고백을 했구요.


재밌는 것은 우병우 수석과 이철성 경찰청장의 인연입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현재는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2014년 5월부터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다가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죠. 그리고 우병우 수석의 아들은 두 사람이 사이좋게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지난해 2월 의경으로 입대했구요. 민정수석실에서 검증 당시 애시당초 걸러졌어야 할 것이 되려 누락되서 국회로 넘어온 것은 사실상 지원사격을 해준 셈인데...가족 법인을 세워 세금 한 푼이라도 덜내려는 꼼꼼함을 갖춘 우병우 수석은 이철성 경찰청장의 논란이 자신에 대한 논란을 덮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닐까요? 한편으로는 이철성 내정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사퇴할 경우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일어 안그래도 감싸도 돌기에 힘들어 죽겠는데, 의리 하나는 끝내주는 언니 각하께서 우병우 수석을 지키기 위해 이철성 내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을 가능성도 있구요.


이철성 구하기 나선 청와대의 꼼수, 법을 무력화 시켜라!



이철성 내정자를 지키기 위한 청와대의 의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관련 법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면서 국회와 국민을 농락했는데요. 인사청문법에 따르면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후보자의 적격 여부 의견이 담긴 경과보고서를 송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기간 내에 국회가 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보고서 송부 요청을 할 수 있고, 대통령이 정한 기간 내에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용한 부분은 '대통령이 정한 기간'과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송부 기한이었던 22일까지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23일 오전 다시 한번 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요청합니다. 여기서 대통령이 정한 기한은 단 하루. 이 정도 시그널이면 23일 저녁 이철성 경찰청장은 집에서 좋은 샴페인 한 병 깠을 것이고, 경찰청에서는 다음날 취임식 리허설 시작할 수준이죠.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내가 임명하겠다는데 감히 아랫것들이 왈가왈부해?" 였을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국회에서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도 고위 공직자 임명이 강행된 것은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아홉 번째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고위공직자 자질 검증과 정부 견제를 위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사망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계기입니다. 아, 판사님! 저는 박 대통령이 법을 어겼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법의 맹점을 십분 활용하셔서 '합법적으로' 이철성 내정자 임명에 성공하셨으니까요.


'일상 생활 속에서 법을 지키자'는 음주운전자 경찰청장, 지랄도 풍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와 여론의 반대를 '언제나 그래왔듯이' 지나가는 똥개 울음소리 취급하며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긴 했습니다만 모양새는 참 없어보입니다. 전임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물러나면서 이·취임식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청장 대리'로 업무를 시작한 것도 모자라 1991년 경찰청 개편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지 못한 채 취임식을 먼저 한 경찰청장이 되었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임명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철성 임명은 부실 검증을 정당화하기 위한 대통령의 독선"이라며 반발했고, 더민주·국민의당 소속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의원들은 따로 성명서를 내고 "부실검증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민정수석을 경질하지 않고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이철성 경찰청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아, 새누리당은 "심기일전해서 민생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총수로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응원했구요.



새누리당의 응원에 사기가 올랐는지 이철성 청장은 24일 오후 4시에 열린 취임식에서 안 웃고는 못배길 재밌는 취임사를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밑에 사람들까지 유체이탈 화법이 유행인 것 같네요. 걸리지만 않으면 장땡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몸소 알려주시며 대한민국 음주운전자들의 총수 12만 견찰들의 총수가 된 이철성 제20대 경찰청장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앞으로 음주단속 마주칠 때마다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사회를 바르게 하는데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부패와 부조리를 털어내고, 깨끗하고 반듯한 사회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법을 지키는 것이 자신과 공동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원칙이 상식이 되고, 신뢰가 넘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쏟읍시다.


2016년 8월 24일 이철성 경찰청장, 제20대 경찰청장 취임사 중에서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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