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주역 맛집 / 논현동 이자카야 / 논현동 술집 쿠마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날의 술자리 장소는 언주역에 위치한 이자카야 쿠마. 이 곳을 약속 장소로 선정하게 된 계기는 한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서였습니다. 범상치 않은 안주들... 플레이팅부터 시작해 재료의 선도 또한 수준급으로 보이는 것에 끌려 찾아오게 되었죠. 정통 일본 가이세키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식의 새로운 트렌드인 신와쇼쿠(新和食) 요리를 선보이는 이자카야입니다.
바깥쪽에는 주요 메뉴들의 가격표와 오늘의 제철 메뉴가 적혀있습니다. 메뉴를 정하실 때 참고하시면 좋겠죠.
제가 가본 수조를 갖추고 있는 음식점 중에서 가장 관리를 깨끗하게 하고 있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 청결 뿐 아니라 중간에 여쭤봤더니 예상대로 매일 신선한 재료를 공수하여 사용한다고 하시더군요. 사시미가 상당히 괜찮을 것 같은 예감이 팍 오죠?
들어갔을 땐 내부에 손님이 꽤나 계셔서 나가기 전 막판에 찍은 사진을 앞쪽으로 끌어와서 먼저 보여드립니다. 카운터 쪽에 걸려 있는 정직(正直)이 꽤나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계산을 하면서 이 곳은 정직한 집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는 거.
이 곳 쿠마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겠죠? 이름부터가 곰인데 곰돌이 인형을 2개나 앉혀두고 그 앞에 KUMA라고 글씨까지..ㅎㅎ 강조에 강조를 더했군요. 자리 부족하면 비켜줄라나 모르겠네.
내부가 전체적으로 우드 톤이어서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이자카야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죠. 사케병을 비롯해 사케를 담는 타루와 일본풍의 그림, 커다란 다루마 등이 곳곳에 놓여있는데, 그리 정신없이 늘어놓았다거나 과하진 않아서 좋습니다. 조명도 은은하니 좋죠.
저희는 가장 안쪽에 위치한 테이블로 예약을 해두어서 안내를 받았습니다. 제일 안쪽 공간에 총 8인(2인테이블 4개)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약간 분리된 공간이라 이런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예약을 따로 해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테이블 바로 앞이 주방이라 바쁘게 열일하는 사장님과 직원분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우선 먼저 온 세 사람 세팅. 한놈은 지각입니다. 세팅부터 평범하지는 않네요. 이날 홍일점이신 여친님께서는 또 요런 깨알같은 데에서 센스를 느낀다고.
이자카야 쿠마의 메뉴판입니다. 시그니쳐메뉴를 비롯해 추천메뉴, 일품요리, 야키모노(구이류), 스이모노(탕류), 아게모노(튀김류), 쇼쿠지(식사) 메뉴 등으로 나뉩니다. 메뉴판을 한번 쭉 훑어보면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메뉴의 컨디션이 가늠이 됩니다. 예를 들면 성게알.. 정확하게는 성게소죠. 여하튼, 우니를 비롯해 아귀간(안키모) 등이 적혀있다면 쉽게쉽게 가는 집은 아니다... 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메뉴 하나하나에 세세하게 설명을 첨부한 것과 따로 별 표시로 추천을 해둔 것 등 선택하는 사람을 배려한 점이 마음에 듭니다.
일행들과 수다 떠느라 이 접시 하나를 두고 가서 그냥 슥 보곤 '이 집은 연두부가 기본 메뉴인가보다' 했는데, 정신차리고 다시 보니 연두부가 아니라 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모찌리도후군요. 어 근데 전 모찌리도후를 시킨 적이 없는데... 그리고 메뉴판에도 분명 없었는데...(있었다면 주문했을 것이기 때문에) 직원 분께 혹시 이게 왜 나온 것인지 여쭤봤더니 이날 한정으로 테이블마다 나온 서비스라고 하더군요. 말 그대로 나올 때도 있고 안나올 때도 있는 스페셜. 와우... 운이 좋았습니다. 이 정도 사이즈면 다른 이자카야에서 8천원 정도는 족히 할텐데. 데코는 또 왜 이리도 이뻐. 그런데 왜 이걸 메뉴에 넣지 않으실까요. 이자카야에서 꽤나 잘 나가는 메뉴인데. 만들기 번거로워서 그러시나... 여쭤봤더니 그냥 슥 웃으시곤 패스. 흠, 궁금하네.
여하튼 서비스라고 하니 그냥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도록 합니다. 다음에 와도 만날 수 있을거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소중해지는군요. 아직 주문하지 않았던 술을 얼른 주문해서 스타트. 모찌리도후는 언제 먹어도 맛있습니다. 정말 이거 개발한 사람은 상 줘야돼...
간장과 초장이 준비되는 것을 보니 주문한 3개의 메뉴 중에서 처음 나올 것이 예상이 가는군요. 마치 주문하길 기다렸다는 듯 재까닥 나오진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를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자, 첫번째 안주를 소개합니다. 제철모듬사시미! 그러고 보니 다른 메뉴들은 일본어 발음으로 많이 써있던데 이 메뉴는 사시미 모리아와세라고 안쓰고 제철모듬사시미라고 써있었네요. 뭐 상관없습니다만.
구성을 한번 살펴볼까요. 이 접시에서 가장 귀하신 몸인 참다랑어 대뱃살(혼마구로 오도로)입니다. 미스터 초밥왕이 배출한 최대 스타라고나 할까요. 참치 전문점에서 구경할 수 있는 가장 비싼 3개의 부위(대뱃살, 가마살, 배꼽살) 중 하나죠. 다른 애들은 필드에서 노는데 혼자 바구니 속에 들어가 계시는군요. 뭐 물론 스페셜한 부위를 강조하기 위한 의미도 있겠지만, 워낙 지방을 많이 머금고 있는 부위기 때문에 다른 아가들에게 기름기가 묻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도 한가지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성게소(우니). 많이들 이 우니를 성게알로 부르지만 정확하게는 성게소가 맞죠. 알이 아니라 생식소인 난소와 정소니까요. 또 마침 5월에서 7월, 바로 지금이 제철이기도 합니다. 아까 들어올 때 오늘의 추천메뉴에도 '제철 맞은 남해안 보라성게 한판'이라고 적혀 있었죠. 정말 '정직'.
멍게와 전복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날 함께 있던 CJ E&M의 인재께서 전복 킬러셔서 젓가락질 멈추게 하느라 고생 좀 했네요.
가운데 있는 건 단새우(아마에비). 달아서 단새우. 홍새우라고도 하고.. 이 단새우는 한 곳에 모여있지 않고 접시 곳곳에 분산 배치되어 있습니다. 싸웠나봐요. 그리고 양 옆은 '여름엔 부시리, 겨울엔 방어'라는 말로 유명한 바로 그 부시리입니다. 겉모습은 주둥이 쪽 주상악골 모양 등을 보고 구분하지만 언뜻 보기엔 구분이 힘들고, 게다가 회를 떠두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부시리보단 방어가 좀 더 친숙해서 흔히들 부시리를 '여름방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방어(부리)는 겨울이 제철이고, 부시리(히라스)는 여름이 제철입니다. 여름이 되면 기생충이 많고 육질이 물러 '한여름의 방어는 개도 안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반대로 부시리는 여름에 가장 좋은 맛을 냅니다. 쿠마에서 부시리를 사용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겠죠? 단새우 오른쪽에 칼집이 살짝 들어간 것이 부시리 중에서도 특히 맛있다는 뱃살 부위입니다.
올해 처음 맛보는 부시리인지라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더. 처음에 모듬사시미 접시가 나왔을 때 '여름인데 방어를...? 에이 설마, 부시리겠지'라고 생각하긴 했었죠. 부시리는 방어보단 살짝 연한 색을 띕니다. 뭐 솔직히 말하면 부시리가 맞다는 얘기를 듣고 확신이 생기고서야 '오 방어보다 덜 빨갛네' 이렇게 쓰는 거긴 합니다만...ㅋㅋ
여기도 단새우가 한마리 자리잡고 있네요. 그 옆에는 국민횟감 광어(히라메)죠. 숙성이 상당히 잘되어 감칠맛이 느껴졌던 기억이.
다들 너무 화려하게 치고 나와서 되려 소외된 듯한 연어. 하지만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여성분들에게 최고의 사랑을 받는 생선회는 바로 연어니까.
어이쿠. 요건 고등어초절임(시메사바)이군요. 요것도 아까 입구 추천메뉴에 '제주산 싱싱한 고등어초절임'이라고 적혀있던 메뉴입니다. 제철모듬사시미를 먹으니 자동으로 오늘의 추천메뉴 2개를 맛을 보게 되는 장점이. 시메사바는 제가 특히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사실 전 초절임에 관계없이 고등어 자체를 좋아합니다.
이번 컷에 담긴 아이들은 문어와 참다랑어 등살(아카미)이군요. 제가 쓴 참치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전 오도로, 가마도로보다 바로 이 아카미를 더욱 좋아합니다. 소고기 안심처럼 참치의 가장 담백함을 맛볼 수 있는 부위죠. 진한 빨강색도 마음에 들고요. 물론 가격면에서는 오도로보다 한수 접어주지만 전 또 그런 점이 좋습니다..ㅎㅎ
이렇듯 당일 가장 신선한 사시미 8~10종류를 숙성·선별하여 내기 때문에 빠르게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던 것이죠. 그것도 이렇게 이쁘장하게 담아서 내오시니.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ㅎㅎ 기다림의 보상이 이것이라면...ㅎㅎ
오도로를 한번 먹어볼까요? 두께가 장난이 아닙니다. 입안에 넣고 씹으시는 순간 입안에서 오도로가 아우성을 치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조금 덜 두껍게 썰어서 점 수를 늘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이것이 오도로의 맛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아실 수 있습니다.
부시리 또한 훌륭한 맛을 자랑합니다. 참치, 방어, 부시리 등의 생선들은 맛 자체가 워낙 덩치도 크고 각기 가진 맛들을 확실하게 보여주죠. 두툼함에서 느껴지는 식감이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시메사바도 한입. 이게 참 이렇게 놓고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꽤나 손이 갔을 겁니다. 살 안다치게 잔뼈까지 쏙쏙 발라내랴 절임하랴... 그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위에 올려져 있던 생강을 곁들여드시면 등푸른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을 좀 더 낮출 수 있습니다. 아, 저 사진은 제가 먹으려고 든 것이 아니라 친구놈 겁니다. 전 생강은 덜어내고 먹어요.
한껏 사시미의 맛들을 즐기고 있는 사이 유자향이 짙게 느껴지는 폰즈가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두번째 메뉴가 등판하겠군요. 또 세심한 안목을 소유하신 여친님께서는 폰즈에 띄워진 실파에 주목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파를 이렇게 잘게 썰 수 있냐며. 이거 뭘로 썰은 건지 여쭤보려고 했는데 까먹고 그냥 왔네요. 아직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소개합니다. 아귀나베. 동해안 생아귀를 넣어서 끓인 한국식 얼큰한 국물요리입니다.
정신없이 사시미 먹고 있다가 나온 냄비 보고선 전 짧은 탄성을. 냄비 속에 아귀가 도대체 몇 덩이인지. 그것도 생아귀인데. 이건 좀 반칙 아닌가요?ㅎㅎ
보글보글 끓여내 한접시씩 담아 돌립니다. 설명하고 말 것도 없이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어 보이죠.
탄력있는 아귀 살덩이의 맛이 훌륭했음은 물론이요, 아귀와 각종 야채들에서 배어나온 진한 국물의 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이자카야 쿠마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쯤은 맛보아야 할 메뉴. 메뉴판에 있는 별 옆에 하나 더 그려넣고 싶은 맛이었네요.
세번째 메뉴는 히라메 바질페스토 아에. 숙성시킨 광어회를 이태리식 바질소스에 무친 요리입니다.
위에는 오디와 레드 레디쉬를 올려 모양을 냈구요. 올리브가 빙 둘려 있습니다. 아래에는 어린잎채소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마치 케익시트 같네요.
일식이라기보단 이태리식에 더 가까워 보이죠? 하지만 뭐 이탈리아에서 광어회를 먹진 않으니까. 무척이나 실험적인 메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왜이리도 광어와 바질소스가 잘 어울리는지... 언뜻 봤을 땐 이게 과연 무슨 맛을 낼까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꿀조합이었습니다. 광어가 연어, 참치 등과 같이 맛이 진하지 않아 바질 맛과 부딪히지 않고 어우러지네요.
지각생이 이제서야 도착해서 메뉴 몇개를 더 주문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안주 3개 다 먹을 때까지 안오면 2차로 자리를 옮기려고 했었는데, 먹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먹어보고 싶은데 아직 못 먹어본 메뉴들도 많고, 안주도 훌륭하고 하니 옮기지 말고 그냥 여기서 2차다 생각하고 가는 걸로. 충분히 그럴 자격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리하여 등장한 네 번째 메뉴, 아게다시마파도후입니다. 일본식 연두부튀김에 매콤한 마파소스를 얹은 메뉴입니다.
한덩이에는 김을, 다른 한덩이에는 실파를 올려 내놓았네요. 아까 메뉴가 일식과 이태리식의 만남이라면 이번 메뉴는 일식과 중식의 만남입니다.
정말 얇~게 튀김옷을 입혔는데, 어떻게 이렇게 모양은 딱 유지하면서 얇게 입힌 건지 먹으면서도 신기. 마파소스 또한 이 곳 사장님께서 어디 출신이신지 궁금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몇 나라 요리를 손대신 걸까요...
마지막 메뉴는 아귀나베를 먹은 이후 제가 무척이나 강하게 주장해서 주문한 아귀간(안키모)입니다. 아귀간을 찐 요리죠.
약간 포스팅을 읽으시면서 눈치를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메뉴별로 사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죠. 하하, 뭐 별다른 이유 있나요.. 술 때문이지...ㅎㅎ 도저히 술을 안시킬 수가 없는 맛들이라... 아귀나베를 먹으며 안키모를 주문하고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섰습니다. 안키모는 반드시 생물로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동안 안키모를 따로 주문한 적은 없었어요. 참치집에서 실장님께서 슥 한점 내어주시면 먹는 정도였는데. 제가 처음으로 주문해본 안키모는 역시 절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바다의 푸아그라'라는 별명을 가진 안키모. 한입 베어무는 순간 부드럽게 입안에 퍼지면서 고소함이 입안을 감돕니다. 감동의 맛... 주문하길 잘했어요..
메뉴판을 보고 일찌감치 예상은 했습니다만, 예상보다 더욱 만족감을 선사한 이자카야 쿠마. 가장 눈에 띈 것은 재료들의 신선함이었습니다. 매일 싱싱한 재료를 공급해 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음식 맛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으니까요. 다채로운 맛을 보여주었던 제철모듬사시미부터 아귀의 맛은 이것이라는 걸 보여준 아귀나베와 안키모, 생소함 속에서 찾은 진주같은 맛을 보여준 히라메 바질페스토 아에. 중식 퓨전 메뉴 몇 개 더 선보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아게다시마파도후까지. 아직 못먹어본 메뉴들이 많아서, 조만간 다시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이상 언주역 맛집으로 자신있게 추천드리고 싶은 이자카야 쿠마였습니다.
▣ 이자카야 쿠마 ▣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37길 29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230-2)
☞전화번호
02-514-0980
☞영업시간
OPEN 17:00 CLOSE 02:00
☞휴무
일요일
☞주차
2대 가능
☞와이파이
가능
☞스마트폰 충전
안드로이드/애플 가능
☞주관적 점수
가격 ★★★★ 위치 ★★★ 서비스 ★★★☆
맛 ★★★★☆ 분위기 ★★★★
총점
★★★★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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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로그의 식당 리뷰 [맛있는내음새]는 제가 느낀 그 맛 그 느낌 그대로, 솔직함을 보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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