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의 홍수로 인해 충청북도 청주 등에 물난리가 난 상황에서 이에 개의치 않고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공분을 산 것도 모자라 국민을 모욕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6일 충북 청주에는 300mm 가량의 물폭탄이 쏟아지며 하천이 범람하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 막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4천9백여 헥타르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고, 이재민이 3백여 명에 달했으며 현재까지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과 충청북도 공무원 등 8명이 8박 10일간의 일정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유럽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은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학철·박봉순·박한범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최병윤 의원.
이들의 해외 연수 목적은 유럽 관광 산업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이었지만 일정 대부분이 관광지와 문화 유적으로 짜여 있어 외유성 해외 연수라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들의 연수 경비는 1인당 555만 5천 원으로 이 중 500만 원은 충청북도가 예산으로 지원을 한 상황. 도민들은 물난리에 막심한 피해를 입고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도의원들이 외유성 해외 연수를 갔다는 것은 용납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이에 대해 충북도의회에서는 "몇달 전에 예약을 해뒀고, 취소하면 1인당 250만 원 가량의 위약금을 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오히려 도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충북도의회는 "도민들에게 씻기 어려운 큰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랴부랴 이들에게 조기 귀국 조치를 내립니다. 하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해외연수를 떠난 도의원 3명을 징계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에서도 "해당 도의원을 도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엄중 문책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죠.
그런데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기분 좋게 떠난 해외여행이 취소되어 열받은 도의원 한명이 있습니다. 바로 김학철 도의원입니다. 김학철 의원은 과거 이명박 대통령후보 캠프 조직특보와 윤진식 충북도지사 후보의 대변인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후보 충북선대위 대변인과 새누리당 충북도당 대변인 등을 지낸 인물입니다. 2014년 도의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당 의원들의 지원으로 행정문화위원장에 선출됐죠.
김학철 의원은 지난 3월 이미 막말로 한차례 구설수에 오르내린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청주에서 있었던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 박근혜 씨의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며 "미친개들을 사살해야 한다"는 막말을 쏟아냈죠.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김학철 의원을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윤리특위에서는 김학철 의원에게 징계를 할 만한 혐의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게..잘못을 했을 땐 쳐맞아야 '잘못을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학습효과가 생길텐데.. 그때 막말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김학철 의원은 결국 이번에도 사고를 냈습니다. 자신들의 해외 연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KBS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잖아요"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은 것인데요. 그 외에도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만한 게 지방의원이냐. 지방의원이 무소불위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처럼 그런 집단도 아닌데"라며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 레밍이라. 레밍(lemming)은 설치목 비단털쥐과에 속하는 여러 종의 소형 설치류로, 나그네쥐라고도 불립니다. 앞선 무리를 무작정 따라가다 집단으로 물에 빠져 죽는 경우가 있어 주로 뚜렷한 주관 없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가는 편승효과를 두고 '레밍 신드롬'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요. 박정희를 죽인 김재규에게 사형이 집행되고, 전두환과 신군부가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이후 이러한 흐름을 막을 생각도 없이 전두환을 지지하며 대통령 자리에 앉힌 한국인들을 본 존 위컴 주한미군·한미연합군 사령관은 화가 치민 나머지 "한국인들은 레밍과 같아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면 그에게 우르르 몰려든다"고 비아냥 거린 적이 있습니다.
자, 도민들의 손으로 선출된 도의원의 입에서 "국민들이 레밍같다"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쥐죽은 듯이 들어와도 모자를 판국에 국민은 쥐떼 같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집단 행동한다.. 그러면서 깨알같이 세월호를 비하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군요. 작년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발언을 해 파면을 당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이 떠오르는군요. 이슈를 끌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대단히 성공한 것 같습니다. 도의회 차원이 아니고 중앙 정치권으로 그 논란이 번지고 있으니까요. 좋습니다. 레밍들의 집단 움직임에서 어떻게 살아남으실지 지켜보도록 하죠.
오늘의 키워드
#김학철 도의원 #충북도의회 #충북도의원 유럽 해외 연수 #청주 물난리 #레밍 #나그네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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