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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화 요구, 임용시험은 싫고 교사는 하고 싶고?

자발적한량 2017.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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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육계에서는 두 가지 쟁점으로 시끌시끌 합니다. 하나는 초등교사 임용 인원 축소 논란이고, 다른 하나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논란입니다. 그중 먼저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저와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논란입니다.


현재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이하 전기련)에서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들고 나온 것은 바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어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로 사회통합을 막고 있고 그 때문에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하반기 중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주길 당부한다"는 문 대통령의 주문 이후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놔 지난달 20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심의·의결한 바 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상시(연간 9개월 이상)·지속(향후 2년 이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따라 혜택을 받는 정규직 전환 대상은 약 31만명으로 집계되었고, 이중 기간제 비정규직 19만1,000여명이 포함됐지만 기간제교사(4만6,000여명)와 스포츠·영어회화 등 비정규직 강사(5,500여명)은 제외됐습니다. 이유는 '타 법령에서 계약기간을 달리 정하는 경우 교사·강사 등은 전환 예외로 둔다'는 예외 지정 사유 때문. 가이드라인 기준 법령은 비정규직 사용을 2년으로 제한한 기간제법·파견법이지만, 기간제교사들은 1년 이내 임용인 교육공무원법·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시스템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반대 여론 또한 적지 않습니다. 바로 형평성의 문제. 전기련이 집회를 벌인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 교사 및 영어회화·스포츠 전문강사의 정규직 전환 반대를 주장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교육부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에 착수한 것은 교원 임용시험을 통과한 교사나 임용고시생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교원 임용에는 25년 넘게 시행된 임용시험이라는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가 있고, 시험을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이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 고시생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을 한 것인데요.


전 현재 양측의 상황 모두에 놓인 입장입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오케스트라 전문강사로 활동하면서 서울의 한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전공 석사과정을 밟고 있죠. 교직에 대한 꿈이 큰 것은 아니지만, 졸업을 함과 동시에 중등학교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어 기간제 교사로 취업할 수 있고, '임용고시'라 불리는 임용고사에 도전할 수 있죠. 하지만 전 기간제교사들의 정규직화 주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은근슬쩍 편승한 이기적인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사립학교가 아닌 공립학교의 정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원 임용고사, 정식 명칭 '중등교사 임용시험'이라는 시험을 통해 교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제도가 존재하고 있죠. 기간제 교사들은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무시한채, 기간제 교사라는 자신들의 신분을 마치 교사가 되기 위한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전기련 측에서는 "기간제교사들은 그들(교원 임용대기자와 기존 교사)의 일자리를 뺏자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권과 교사들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해 현재 부족한 정교사를 충분히 임용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소리죠. 이미 교원 임용대기자와 기존 교사들은 임용 시험을 합격한 이들이니까요. 전기련 측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은 현재 그들이 정교사 티오를 두고 경쟁해야 할 임용 시험 응시자들입니다. 이미 시험의 문턱을 넘은 이들과는 승산이 없으니 꼬리를 내리고, 그래도 내가 지금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하고 있으니 아직 학교 교문도 넘지 못한 너희(임용 시험 응시자)들하곤 엄연히 다르지"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걸까요. 결국 교원은 되고 싶고, 임용 시험은 보기 싫다는 말로밖에 해석이 안되는 상황인거죠.



기간제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에는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故 김초원·이지혜 교사.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할 수 없어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1,126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순직을 인정받았죠. 부산시교육청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당시 방학을 제외하는 '쪼개기 계약'을 금지한 사례도 있구요. 정교사와 동일하게 출산휴가를 주는 것과 성과상여금 차이를 없애는 것도 마찬가지. 이러한 기간제 교사의 업무·처우개선과 정규직 전환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전기련 측에서는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 전환이야말로 진정한 처우개선"이라며 물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




기간제 교사들이 "우리도 '기간제 교사 공개전형 절차'를 통해 임용된 교사이기 때문에 채용 사유와 절차, 고용형태, 노동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각 학교단위로 임용을 하기 때문에 시·도 단위로 이루어지는 임용 시험에 비해 형평성과 객관성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전문성 훼손과 공교육의 질 격하 등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교육계에 적용한다면, 정규직 티오를 획기적으로 늘려 기간제 교사들이 임용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정교사가 되면 될 일입니다. 


이십년 넘게 지속되어 왔고, 제도적인 불공정성이라거나 문제점도 없는 멀쩡한 임용 시험 제도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무시해버리는 놀부 심보를 보이고 있는 전기련. 얌전히 있는 기간제 교사들 들쑤셔서 허파에 바람들게 하지 말고 이기주의를 버리기 바랍니다. 당신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학생들과 학부모는 교사에 대한 실망을 쏟아내고 교육계의 근간을 뒤흔들어 신뢰도를 갉아먹게 될 것입니다. 만약 반대 여론을 설득시키고 싶다면, 임용 시험을 통하지 않으려는 이유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럴 재간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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