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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신도시 택배 갑질 논란의 진실, 그리고 대안으로 제시하는 상생 방안

자발적한량 201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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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하여' 다산신도시 택배 갑질 논란 불러온 공문



다산(茶山).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호입니다. 정약용의 생가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남양주시에서는 다산동 일대에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택지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여 다산신도시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2009년부터 사업이 시작되어 현재 입주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붙은 공문 한 장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택배차량 통제협조 안내'라는 제목의 이 공문은 시작부터 '최고의 품격과 가치' 등 어그로를 끌기에 충분한 문구가 등장을 하는데요. 정리하자면 택배차량들을 지상이 아닌 지하로 유도하기 위한 내용인데, 그 아래의 부탁사항으로 인해 갑질 논란이 일게 된 것입니다.


1. 택배사가 정문으로 찾으러 오던지 놓고 간다고 전화/문자오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 정문과 동문 주차장 파킹 후 카트로 배달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


2. 아파트 출입 못하게 해서 반송하겠다고 하면 이렇게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 택배기사님들 편의를 위해 지정된 주차장이 있고 카트로 배송하면 되는데 걸어서 배송하기 싫다고 반송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반송 사유가 되나요?



현재 다산신도시에서는 택배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차 없는 단지로 조성되어 소방차 등 긴급차량을 제외한 방문·주민차량의 경우 지하로만 이동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죠. 사실 지난달까지는 택배 차량들이 지상통행로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파트에서 후진 중이던 택배 차량과 아이가 충돌할 뻔한 사고가 일어났죠. 이 일이 알려지면서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 택배차량의 지상통행로 출입을 통제하며 지하를 통해 이동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지하주차장의 층고가 낮아 택배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것. 이에 입주민들은 택배회사에 차량을 개조해 차고를 낮추거나 이동식 수레로 배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택배회사들 역시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차고를 낮추면 적재공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결국 단지 입구에 주차를 하고 수레를 이용해 옮겨야 하는데 단지내 수백 개나 되는 물량을 이렇게 나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죠.




택배사들은 아파트 상가 뒤 주차장에 택배 물량을 쌓아두고 가기 시작했는데, CJ대한통운이 가장 먼저 배송 거부를 하기 시작했고, 아파트 입주민들은 우체국 택배, 쿠팡 로켓배송 등의 이용을 독려했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결국 모든 택배사들이 해당 아파트를 배송 불가지역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이삿짐차는 개방하면서 왜 택배는 안되냐는 논리였죠.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해당 아파트는 택배사에 갑질을 한다며 무수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


공문을 작성한 것은 주민 아닌 관리사무소, 하지만...




우선 갑질 논란을 불러 일으킨 무리수 가득한 공문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죠. 사실 이 공문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작성한 것이 아닙니다. 해당 아파트는 현재 입주 2달째라 아직 동대표, 입주민 대표 등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가 치일 뻔 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택배사에 지하배송을 요구하는 한편 문제의 공문을 부착했죠. 하지만 입주민들이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하여'를 '안전을 위하여'로 변경을 요구했고, 이에 수정본이 재배포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택배사 직원이 촬영한 초안이 유포된 것이죠.




일단 이번 논란에 대해 공문 하나 만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고 싶진 않습니다. 문제의 공문을 주민들이 작성한 것이 아니니까요. 다만 택배사의 지상배송 문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논의가 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단지 내에서 아이의 안전 문제를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산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차량이 지상으로 다니지 않도록 공원화된 아파트 단지들이 많아질 텐데요.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차 없는 단지로 조성한 건설사에서 정작 지하주차장 출입구는 탑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건설사 입장에서야 택배차량 하나 때문에 주차장 천고를 높여야 하나 싶었겠죠.



두 번째로는 주민들입니다. 차 없는 단지로 조성해서 편의를 누리고자 하는 것은 주민들입니다. 사실상 택배사가 다산신도시 주민 만을 위해 사비로 저상차량 개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적재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들의 생계와도 직결이 되는 문제구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입장만을 주장하면서 손수레를 써서 지하로 들어와 배송을 해달라? 아무리 생각해도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아파트 주민들의 빈정거리는 댓글들을 보면 정말 끼리끼리 논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문을 주민들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갑질 이미지를 벗겨내주고 싶어도 결국은 관리사무소의 뒤에 숨어서 택배사들의 고충은 나몰라라 하고 있었던 집단 이기주의가 포착되는 순간이죠. 이들은 CJ대한통운이 택배 배송을 중단하자 '쉬게 해드리자' 'CJ택배 덕분에 카드값이 줄고 있다' 등 비아냥거리다가 모든 택배사들이 택배를 중단하자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네요. 하지만 '담합한 정황이 있으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등의 댓글로 봤을 때 심각성만 인지했을 뿐 지성은 깨어나지 않은 듯 합니다. 이기심에 사로잡힌 탓일까요.




만약 다산신도시 주민들이 '차 없는 단지'를 유지하면서 택배를 집에 앉아 받아보고 싶다면, 가장 간편한 방법은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아파트 내 택배 시스템을 마련하는 거죠.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각 가구에 배달하는 실버 택배(시니어 택배)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구요. 각 세대에서 한달에 일, 이천원 정도만 걷으면 택배사 측 문제도 해결되고, 아파트 내 노인 복지도 가능하고, 지상에 차가 없어 안전 문제에 대해 안심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입주민들이 차 없는 단지와 편리한 택배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상생 방안을 하루 속히 마련하길 바랍니다. 이름도 '다산'인데, 머리를 맞대면 분명 좋은 방법이 나올 겁니다. 정답은 멀리 있는 것 같지 않네요. '최고의 품격과 가치'는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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