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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편의점 혹은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 4캔을 만 원에 판매하는 것을 애용하실 겁니다. 저도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을 땐 슬리퍼 신고 집 앞 편의점에 가서 사오곤 하는데요. 어쩌면 내년부턴 더이상 만 원에 수입맥주 4캔을 구입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 때문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이 공청회는 각계 전문가와 유관부처 담당자, 관련업계 종사자,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을 통해 정책 방향에 도움을 구하기 위해 개최됐는데요. 하지만 이 자리에서 홍범교 조세연 선임연구위원이 "주류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맥주 시장에서 현행 종가세 과세로 인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 불완전 경쟁이 일어난다고 지적하고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등 사실상 수입맥주의 가격이 인상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죠.
소맥을 만들 때, 혹은 그냥 맛 생각 안하고 얼음물 마시듯 한 여름밤 들이킬 때나 맛있는 국산맥주와 맛도 깊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수입맥주의 가격이 비슷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주세율 과세표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맥주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국산맥주의 경우 국내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을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반면, 수입맥주는 공장 출고가에 CIF가격(운임·보험료)를 더한 수입신고가에 관세를 더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깁니다.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맥주는 국세청에 제조원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류 거래금액의 5%를 넘는 할인은 국세청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라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에는 판매관리비, 이윤 등이 더해지지 않았을 뿐더러 수입업체가 직접 정부에 신고한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을 알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죠. 수입 원가를 낮게 신고해서 세금을 적게 내고 이윤을 붙여 판매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더군다나 FTA에 의해 미국산 맥주는 올해 1월부터, 유럽연합(EU) 맥주는 7월부터 무관세를 적용받아 가격 경쟁력이 더욱 커졌구요.
이러한 점 때문에 한국주류산업협회에서는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판매가격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 국산 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최대 20% 많다"고 주장하는 등 국내 맥주 업체에 불리한 구조임을 성토해왔죠. 실제로 수입맥주가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4.7%에서 2017년 16.7%로 연평균 무려 37%의 고공성장을 해왔습니다. 당장 제 엄마의 경우도 맥주 맛 없다고 아예 술을 안 마시던 분이 최근에는 시원하게 한 캔 마시고 싶다며 맥주 4캔을 사오실 정도니까요.
국세청, 조세연, 국내 주류업계 등에서 제시하는 개선안은 종가세 단일 체계에서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꾸는 세제 개편입니다. 정부기관과 국내 주류업계가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 좀 꺼름칙하죠?ㅎㅎ 공청회에서 홍범교 선임연구위원이 제시한 개선안은 ▲종량세 전환 ▲수입맥주 과표에 일반판매관리비 포함 ▲도소매유통단계로 과세 확대 이렇게 3가지였는데요. 종량세 전환을 제외한 나머지 두개는 비교적 실현 가능성이 낮아 사실상 종량세 전환을 위한 구색 갖추기가 아닐까 싶네요. OECD 회원국 중 30개국이 종량세 방식을 과세하고, 칠레·멕시코 그리고 대한민국 3개국만이 종가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글로벌 스탠다드도 이유로 곁들여지고 있구요.
이날 국산맥주·수입맥주간의 불완전 경쟁을 지적한 홍범교 선임연구위원은 주세 부담 수준과 무관하게 균일가로 판매하는 현재의 수입맥주 판매 방식이 유지되면 소비자 판매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거의 아니면 말고 식이네요. 수입업자들이 균일가로 판매하는 마케팅 안해버리면 장땡인 것을.. 그리고 OECD 회원국 중 종량세 방식으로 과세를 한다는 30개국들은 '모든 주류'를 종량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탁주(주세 5%), 약주·청주·과실주(주세 30%, 교육세 10%), 맥주·소주·위스키(주세 72%, 교육세 30%)로 주종별로 과세율이 다르죠. 만약 맥주 주세만 변경할 경우 소주·양주 등 다른 주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맥주 세제 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국내 맥주공장 엑소더스 때문입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의 맥주 생산 관련 직접고용 인원은 5~6,000여 명이고, 하도급업체 약 2,000개를 포함하면 수만 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결정적 계기는 지난 6월 오비맥주의 카스 역수입. 오비맥주는 미국에서 생산한 러시아 월드컵 한정판 카스를 국내로 들여왔는데, 당시 오비맥주 측은 "국내에 740ml 생산 라인이 없어 해외에서 들여왔다.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마케팅 차원에서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지만, 740ml 용량의 이 맥주가 100ml당 473원이었고 국산 카스가 100ml당 540원으로 67원 차이가 났던 것은 그만큼 현행 주세 체계의 불합리함을 보여주려 했다는 분석이 크죠.
하지만 정부와 주류업계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수입맥주가 한국 맥주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 때문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봤자 국산 맥주가 싼데, 왜 사람들은 국산 맥주가 아닌 수입 맥주를 선택할까요? 그리고 소맥을 말아먹을 때는 수입맥주가 아닌 국산맥주를 사용할까요? 결국 맛이 더럽게 없어서죠. 밍숭맹숭한 것이 소맥 말아먹을 때나 좋지, 한 번 수입맥주에 눈을 뜬 사람들은 국산맥주 집에 사두고 마시기 힘들죠.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의 편의점에 가면 기린·삿포로·아사히·산토리 맥주 등 국산맥주가 점령하다시피 했죠. 제 아무리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자랑하는 AB인베브(OB맥주 모기업)도 일본 시장을 공략할 엄두를 내지 못하죠. 그 이유는 바로 맛의 다양화, 그리고 품질의 고급화였습니다. 니네가 맛있어 보세요. 마트갔을 때 우리가 2,500원 주고 아사히 집어오나. 1,870원 주고 카스 집어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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