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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투신자살, 의원님..꼭 그랬어야만 했습니까

자발적한량 2018.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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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해당 포스트를 요약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투신자살. 어제 아침 7시까지 뉴스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서 들은 비보는 참으로 속절없이 허망했습니다. 故 노회찬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9시 38분경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남산타운 아파트의 현관 쪽에서 쓰러져 숨진 채 경비원에게 발견되었습니다. 이 아파트에는 노회찬 원내대표의 모친과 남동생이 거주 중이었는데요. 이 아파트의 17층과 18층 사이의 계단에서는 노회찬 원내대표의 지갑, 신분증, 정의당 명함, 3통의 자필 유서가 들어있는 외투가 발견되었습니다. 유서 중 2통은 가족에게, 나머지 1통은 정의당 당원들에게 쓴 것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유서의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2018.7.23. 


노회찬 올림.



故 노회찬 의원은 박정희 정권 당시 경기고·고려대에 재학하는 내내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하여 인천의 한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1997년 진보정당인 국민승리21의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00년 민주노동당에서 초대 부대표,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원내에 진출하였습니다. 당시 방송 토론회에서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한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을 구우면 고기가 시커메진다"는 말로 내세운 '판갈이론'으로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했고, 이후 노회찬 특유의 촌철살인 어록이 시작됐죠.




민주노동당 내부 노선 갈등으로 2008년 민노당을 탈당한 노회찬 의원은 진보신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낙선했으나 2011년 창당한 통합진보당으로 당적을 옮긴 후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노원구 병에 출마,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당내 폭력 사태 등을 계기로 통진당을 탈당해 정의당을 창당했죠. 하지만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의 떡값검사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후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구 을에 출마했으나 나경원 의원에게 패배했구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출마, 3선에 성공하게 됐죠. 이후 정의당 원내대표로 선출됐고, 민주평화당과 구성한 공동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원내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최근 유시민 작가의 뒤를 이어 JTBC '썰전'에 진보 논객으로 출연을 시작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던 노회찬 의원. 그런데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특검에서 지난 18일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노회찬 의원을 압박해 들어왔습니다. 특검이 17일 새벽 드루킹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 핵심회원이자,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청탁을 했다는 도모 변호사(필명 '아보카')를 긴급체포한 것. 도모 변호사는 노회찬 의원과 경기고 동창인데, 특검 측에서는 도 변호사가 노회찬 의원과 경공모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총 5천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사실 드루킹 일당은 2016년 이미 노회찬 의원에게 5,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경의 수사를 받았으나, 돈이 실제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특검은 검경의 수사 당시 도 변호사가 각종 증거물을 위조해 이를 돌려받은 것처럼 증거를 위조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며, 실제로는 이 돈이 노회찬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죠. 이후 특검은 드루킹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후 도 변호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함과 동시에 이 불법 정치자금의 조성과 전달 과정의 흐름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드루킹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드루킹과 노회찬 원내대표, 더 넓게는 정의당과의 연관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지난 2017년 5월, 드루킹이 자신의 SNS에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방에 날려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보든지"라고 협박성 글을 게재한 것을 비롯해 드루킹이 2016년 총선 당시 노회찬 의원 선거캠프 측에 200만 원을 건넸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죠. 하지만 노 의원은 "총선 당시 자원봉사 중 1인이 경공모 회원이었는데, 경공모로부터 200만 원의 돈을 받아 처벌받은 사안이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바도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회찬 의원은 특검에 앞서 의혹을 제기한 채널A의 보도에 대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으며, 관련된 의혹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부인했고, 18일 여야 5당 원내대표 방미를 위해 출국을 하기 전에는 "드루킹 쪽에서 나오고 있는 여러 가지 얘기들은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이야기이고 자신은 전혀 돈을 받은 일이 없다"는 말을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통해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19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조목조목 의혹에 대해 부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유서를 통해 결국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라면서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죠. 하지만 법적으로 따졌을 때 회원들의 모금을 단체의 이름으로 후원하는 것은 그 의도가 무엇이든 정치자금법 위반임은 분명합니다. 이를 개인으로 쪼개서 후원하는 것 역시 금지구요.


네, 노회찬 의원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의혹이 제기된 지난 4월부터 가장 최근에 이 의혹에 대해 가장 세세히 부인했던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노회찬 의원은 국민 그리고 지지자들에게 거짓을 말했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 것은, 이러한 거짓말이 자신의 정치적 존재 가치였던 청렴한 진보에 치명적이었음을 느낀 것을 비롯해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기나긴 시간동안 국민들의 무관심과 내부의 분열·갈등으로 힘겨운 기간을 보내온 진보정당이 최근 정당 지지도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는 상황에서 자신으로 인해 다시금 몰락하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노회찬 의원은 故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노무현을 잃은 것에 눈물을 흘리는 수 많은 국민들을 자신의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정을 내린 노회찬 의원이 야속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노회찬 의원을 감싸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는 수 억씩 해먹고도 멀쩡히 사는데, 누구는 5천만 원에 대한 죄책감을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댓글에 '내로남불'이라며, '5천만 원 정도는 꿀꺽 먹어도 되냐'고 달린 대댓글을 보며 분노가 치밀지만, 감싸지 않겠습니다. 굳이 수구 진영과 비교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의 잘못이 죽음으로써 국민들에게 속죄해야 했던 것인지에 대해선 묻고 싶습니다. 잘 죽었다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그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고,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았으며, 국민들에게 위해를 끼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평생 이 땅의 수 많은 노동자들을 위해 싸웠고, 그들을 위한 정치를 했으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한 번의 실수, 그것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집행유예로 끝날 잘못을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삶을 놓아버린 이에 대해 '6회찬하다9' '한남충들 얼마나 심약하고 새가슴에 소심한 줄 알겠노' '식민지 남성들은 궁지에 몰리면 목숨 내던지는 게 버릇' 등으로 고인을 능욕하는 워마드와 일베. 이 벌레만도 못한 년놈들보다 최소한 대한민국에 필요한 사람이었으며, 예의와 낭만, 위트를 두루 갖춘 몇 안되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차라리 끝까지 부인하다 죄가 밝혀져 배신감에 미워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최소한 그랬다면 슬프진 않았을 것을. 많은 사람들이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못 본다고들 하던데, 왜 그리도 본인의 잘못에 냉정했던가. 치열했던 그간의 삶이걸랑 잊으시고 평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의 키워드

#노회찬 #노회찬 투신자살 #노회찬 사망 #드루킹 특검 #정치 #정의당 #노회찬 유서 #노회찬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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