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신개념 릴레이 간헐적 웰빙 단식, 개그맨도 좀 먹고 살자

Posted by 자발적한량
2019.01.27 23:59 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문재인 대통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에 반발하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이기 시작한지 나흘째. 오늘은 당원 3,000여명(지네피셜)과 함께 국회에서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비리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우택·심재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 의원 등 2.27 전당대회 출마 예정자들이 지지자들을 이끌고 참석해 세과시를 하기도 했는데요. 많은 말들이 나왔습니다만 역시 언제나 그랬듯 딱히 유효한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한채 그저 빈둥거렸을 1월 마지막 주말 오후에 뭔가 움직여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죠.


현재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이 대여투쟁을 나서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사실 엄밀히 말하면 단 한 가지, 꽥꽥 소리라도 질러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끔 해야 하기 때문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이고, 또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의혹이죠. 



자유당에서는 조해주 위원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했기 때문에 선거중립의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하며 인사청문회를 파행으로 몰아 결국 최대한 국회를 존중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강행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게 만들었죠. 근거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 백서 785 페이지에 '공명선거특보 조해주'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백서의 오류라고 해명하는 한편 조해주 위원이 지명되기 전 그를 특보로 임명한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까지 발급한 바 있었습니다. 입당한 기록조차 없다는 것. 그러게 처음부터 일처리 좀 잘 하지 자유당에서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죠. 


결국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던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심선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대선 후 특보단 모임에서도 본 일이 없다. 특보가 아니었으니 볼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은 것은 유일한 트집이 가짜뉴스임이 드러날까 '걱정'한 것은 아닌지"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민병두 의원 페이스북 '양심선언' 전문


손혜원 의원의 목포 지역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저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유당이 주장하는대로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와의 숙명여고 동창 관계에서 기인한 권력형 비리라는 주장에는 콧방귀가 뀌어질 뿐인데요. 손혜원게이트TF 단장을 맡고 있는 한선교 의원은 오늘 집회에서도 "영부인의 핸드백과 텀블러에 자개가 붙어있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나전칠기를 사랑했느냐"고 비판한 바 있죠. 당구선수 자넷 리 선수의 가슴골이 보이는 사진을 보고 이를 흉내내거나 유은혜 의원(현 교육부 장관)에게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성희롱을 한 것을 비롯해 만취한 여성 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해 뺑소니를 방조했던 사람이 뚫린 입이라고 참 말도 잘하죠.


자, 근데 오늘 포스트의 주제는 사실 이러한 상황이 아니고 한국당이 승부를 건 투쟁 방법입니다. 지난 번 김성태 의원의 단식 때 받았던 플래시 세례가 나름 만족스러웠는지 다시금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방식이 정말 독특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30분, 그리고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각각 5시간30분동안 릴레이로 단식을 하는 것. 현재 구속상태인 이우현, 최경환 의원을 제외하고 소속 의원 전원 11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투쟁으로 제목도 거창하게 '좌파독재 저지 릴레이단식'이라고 정했죠.


단식이라는 투쟁은 그간 한국 정치사에서 정권에 저항하는 야당 인사들이 더이상 방법이 없을 때 생명을 담보로 걸고 하는 최후의 투쟁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83년 가택연금 중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 대통령 직선제 개현 등을 요구하는 그를 전두환이 서울대병원에 입원시켰지만 단식을 이어가다 재야인사들의 권유로 단식 23일째 날 단식을 멈춘 바 있죠. 이는 민주화 세력이 응집하는 기폭제가 됐구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지방자치제 실시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다가 13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와 뜻을 함께하고자 동조단식을 했었죠. 문 대통령은 당시 10일간 단식을 했었습니다.


이에 비해 지난해 5월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가 드루킹게이트 특검을 주장하며 국회 앞에서 진행했던 단식을 살펴보죠.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24시간 관찰 카메라 설치를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에 홍준표 당시 자유당 대표가 "후안무치하고 오만방자하다"며 길길이 날 뛸 정도로 이 때의 단식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특히 한 30대 남성에게 턱을 한 대 맞은 후엔 경추 골절 및 척수손상 환자에게 임시로 착용하는 필라델피아 목보조기를 착용하고 단식을 이어나가 한 정형외과 의사가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올리며 큰 웃음을 주기도 했죠.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단식에 이어 자유당이 두 번째로 시도하는 시즌2 자유당표 단식은.. 음... 단식이라는 표현을 왜 붙였는지부터 물어보고 싶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 맡은 농성 5시간30분만 지나면 랍스터 버터구이를 배터지게 먹든 대방어에 소주를 한잔 찌끄리든 아무 상관이 없는 것. 단식이라기보단 그냥 2시반 지나서 늦은 점심, 8시 지나서 늦은 저녁 먹는 거죠. 자유당의 릴레이 정당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당연스럽게도 가만히 있는 게 비정상 '밥 먹고 와서 단식' '앉아있다 밥 먹으러 가는 단식' '저게 전면 투쟁이면, 국지 도발은 30분 단식이냐'는 비판이 쏟아졌구요. 배우 김의성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열시간 단식 후 첫끼니"라고 사진을 올려 자유당의 행태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자유당을 향한 야유가 쏟아졌는데요. 몇 가지 살펴볼까요?

웰빙 정당의 웰빙 단식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
목숨 건 숱한 단식농성에 대한 모독, 릴레이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까지 챙기겠다는 심보인가. -노웅래 민주당 의원-
저도 한국당의 국회 일정 복귀를 촉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 점심식사 후 저녁먹기 전까지 5시간 30분 단식.. -강병원 민주당 의원-
(평균보다 조금 늦은) 딜레이 식사... 정치가 안 되니 개그로 승부를 보려는 수작이냐?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
단식 농성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 한국당의 쇼에 어이가 없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대변인-

비판의 목소리는 외부만이 아닙니다. 농성에 합류했던 한 자유당 의원이 "투쟁하면서 건강까지 챙겼다"고 머쓱해 했고, 한 당직자는 "우리 당이 정신차리려면 아직 멀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하죠. 이렇듯 논란이 거세지며 조롱이 쏟아지자 결국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단식 용어를 쓴 것이 조롱거리처럼 된 것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느끼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결국 공식 명칭을 '릴레이 농성'으로 변경했습니다. "농성은 우리의 진정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고, 방탄 국회만으론 모든 것을 가릴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말꼬리 잡기로 야당 투쟁의 본질을 가리지 말라"고 항변했지만, 이미 그들은 개그콘서트, 코미디빅리그에서 감히 넘어설 수 없는 수준의 코미디를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9년 만에 정권을 내어준 자유당의 코미디는 지칠 줄도 모르고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보는 내내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굴렀던 '밀가루 퍼포먼스', 이 정도면 예능 프로 개인기 수준의 반열에 올라섰던 '사과 퍼포먼스', 멀쩡히 태극기로 잘 응원하고 잇는데 색깔론에 불지펴보려고 용 한번 써본 말로만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퍼포먼스', 초등학교 운동회보다 못한 '바구니 퍼포먼스'... 사실 이해는 갑니다. 이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며 군사독재에 맞서 싸워본 사람도 딱히 없고... 그나마 투쟁이라는 걸 해본 김성태 의원·심재철 의원·김문수 전 지사 등은 배에 기름이 끼고 뇌가 퇴화된지 오래이고... 그냥 당 자체에 투쟁의 DNA가 없는 것이죠. 그들은 항상 누리던 자들이었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 맞서 싸우기보단 힘으로 밀어부치는 쪽이었으니. 지금 상황이 수로 보나 힘으로 보나 손을 쓸 수 없으니 화딱지가 나고 분해 죽겠는 거죠.



뭐 나쁘지 않습니다. 이렇게 쭉 내년까지 뻘짓만 계속 해주고, 민주당에선 똥볼만 차지 않는다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당의 종말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거든요. 대한민국 정치가 진짜 보수와 진보로 개편이 되려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이 '버그'와도 같은 자유당의 삭제일테니까요. 그날이 올 때까지, 자유당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국샹 화이팅!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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