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29년 한 풀고 한국시리즈 제패
두산 베어스 팬으로서 배가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고 싶지만... 어쨌든 2023 신한은행 SOL KBO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트로피는 LG 트윈스의 차지입니다. LG 트윈스는 11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2-6로 뚜까 패며 승리, 4승 1패로 한국시리즈의 승자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LG 트윈스는 2023 정규 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5차전에서 KT 위즈가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KT의 타선은 선발 켈리부터 마무리 고우석까지 이어진 LG의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KT가 5차전에서 득점한 2점이 모두 타격으로 낸 것이 아니라, 와일드 피치 이후 홈으로 들어온 3루 주자들에 의한 것이었으니... 말 다했죠. 어떻게 이 정도 경기력으로 정규 리그 2위를 차지하고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이기고 올라왔는지 정말 한심 그 자체였어요. 물론 그런 KT보다 순위가 낮았던 두산 베어스에는 더더욱 화가 나고...
자, 패자인 KT 얘기는 그만하고, LG 트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LG 팬인 제 친구는 울더군요.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29년 만입니다. 어제 썼던 대로 62년 만에 우승한 미국의 텍사스 레인저스, 38년 만에 우승한 일본의 한신 타이거스에 이어 한국 역시 29년 만에 LG가 끝내 우승을 차지하고야 말았네요.
구본무 - 구광모로 이어온 LG 家의 야구 사랑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이번 한국시리즈에 무려 세 차례 직관을 오며 LG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LG트윈스의 구단주 자격으로 마이크를 잡은 구광모 회장은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세계 최고의 무적LG 팬 여러분! LG트윈스가 29년만에 드디어 우승했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2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LG트윈스 사랑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매 순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준 우리 자랑스러운 선수들과 스텝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축하드린다. 오늘의 승리는 여기계신 모든 분들과 LG트윈스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함께 일궈낸 값진 승리다. 2023년 챔피언은 LG트윈스입니다. 무적LG 파이팅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죠.
구광모 회장의 양부인 구본무 선대 회장은 소문난 야구광이었습니다. 1990년 프로야구 원년 팀이었던 MBC 청룡을 인수해서 LG 트윈스를 창단, 초대 구단주를 맡은 구본무 회장은 구단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창단 첫 해인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당시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는 그야말로 야구계를 휩쓸었었죠. 재밌는 것은 LG그룹이 현재의 기업 명칭인 LG를 사용하게 된 것에 LG 트윈스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 1995년 LG의 3대 회장에 취임한 구본무 회장은 당시 사명이었던 럭키 금성이을 LG로 바꿨는데,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미 LG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던 LG 트윈스가 영향을 끼쳤죠.
구본무 회장은 직관은 기본이고, 해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고, 경남 진주 단목리에 있는 외가로 LG 트윈스 선수단을 초청하는 '단목 행사'를 열어 우승 기원 고사를 지내왔습니다. 2군 선수들의 이름과 출신 학교까지 전부 외우고 있었던 구본무 회장은 2007년 당시엔 김재박 감독과 1·2군 코칭스태프 전원을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했다고 하죠.
구본무의 아와모리 소주, 증발 덜 된 LG 트윈스의 우승 축하주
구본무 회장과 LG 트윈스에 얽혀 전해내려오는 전설의 아이템 2개가 있었는데요. 바로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입니다. 1994년 오키나와 캠프가 끝난 뒤 아와모리 소주를 사둔 뒤 그 해 우승을 차지한 이후 우승주로 이를 마신 구본무 회장은 1995년 스프링캠프에서도 "올 시즌도 우승을 하면 이 술로 건배를 하자"며 아와모리 소주를 사뒀는데, 이 아와모리 소주는 28년간 열리지 않는 전설의 아이템이 됐죠. 상당부분 증발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예상이었죠.
재밌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1995년 구입했던 아와모리 소주는 총 세 통이었는데, 몇 년 전 잠실구장 LG트윈스 사무실에 있던 소주를 이천 LG챔피언스파크 숙소 사료실로 옮기면서 술이 증발해 항아리가 많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4L짜리 항아리 한 통에 이를 합쳤다고 합니다. 기존 소주는 3/4 정도 남아 있다고 하는데 과연, 축하주로 모자를까봐 한국시리즈 전에 두 통을 현지에서 더 사왔다고 하네요.
구본무의 롤렉스 시계,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의 품에
또 하나의 아이템은 바로 롤렉스 시계입니다. 1994년 이후 동네북으로 전락한 LG 트윈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구본무 회장은 당시 시가로 8,0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사서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고 공약을 합니다. 하지만 이후 그 누구도 이 시계를 가질 자격을 얻지 못했고, 2020년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지난 여름께 잠실구장 사무실 금고 속에 있는 시계를 꺼냈다. 수리점에 맡겨 깨끗하게 손질을 마친 뒤 다시 넣어놓았다"고 밝혔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드디어 그 주인공이 나왔는데요. 주인공은 바로 경기고 3학년이던 2008년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내심 LG에서는 내가 필요로 하겠지? 빨리 가고 싶다 LG 트윈스여!'라고 썼던 오지환. 3차전에서 9회 역전 결승 3점포를 터트리는 등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3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해 기자단 MVP 투표에서 총 93표 중 80표(86%)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MVP에 선정된 주장 오지환은 "롤렉스는 구광모 회장님께 돌려드리고 다른 선물을 받고 싶다"고 밝혀 추후 롤렉스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D to D, 엘롯기는 옛 말... 2023 통합 우승된 챔피언 LG 트윈스
그간 LG 트윈스는 'D to D' (디투디, 내팀내), 엘롯기, 탈LG 효과, 비밀번호 6668587667(롯데의 7자리보다 더 긴 10자리) 등 그야말로 동네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29년 만에 통합우승이라는 왕좌를 차지했네요. 축하합니다. 올해는 마음껏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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