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날인 29일,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결혼 소식을 깜짝 발표해 미국은 물론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본어와 영어로 "내 모든 친구들과 팬들에게, 나는 발표를 할 것이 있습니다. 다저스와 경력의 새로운 장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나에겐 매우 특별한 일본의 모국 사람과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결혼했다는 것을 모두 알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이 기대되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글이 게시된 후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습니다. 투타 겸업의 '이도류', '괴물'이라고 불리는 오타니가 그동안 언론과 파파라치의 추적을 피해 약혼과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그동안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죠. 오타니의 기습 발표 후 NHK, 야후 재팬 등 일본 매체는 물론이고 CNN, 로이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디애슬래틱 등 미국 매체들까지 오타니의 결혼 소식을 속보로 긴급 보도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는 정규 방송 화면 위에 자막으로 '오타니 결혼 발표, 상대는 일본인 여성'이라고 띄워뒀고, 주요 언론들 역시 관련 소식을 계속해 보도했죠.
이윽고 관심은 오타니의 결혼 상대에게 쏠렸습니다. 오타니는 그동안 일본 배구 서수인 카노 마이코(35)와 수 차례 열애설에 휩싸인 바 있었는데, 수없이 반복되는 소문에도 양측 모두 무반응으로 일관했었기에 확실시되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지난해 4월 카노 마이코가 쟈니즈 소속 연예인인 키리야마 아키토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오타니와의 열애설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습니다. 국내 네티즌들 역시 '이렇게 까지 안알려지고 데이트에 결혼까지 너무 궁금' '손흥민이 아무 열애설 없다가 결혼한건데…' 라면서 궁금해 했습니다.
그리고 3월 1일, 오타니 쇼헤이의 소속팀인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에서 오타니는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타니는 자신이 예고한 대로 취재에는 응했지만, 아내의 신상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타니는 아내에 대해 "정말 평범한 일본인이다. 정확한 시점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3~4년 전에 알게 됐고 지난해 약혼을 했다"며 "정규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결혼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문서상의 정리를 마치고 지금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간의 과정에 대해선 "아내와는 일본에서 짧은 기간에만 만났다. 밖에서 만나면 시끄러워지니까 실내 데이트만 했다"며 "아내가 시즌 중에는 미국에 거의 오지 않았다. 올해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이곳으로 왔다"고 설명했는데요.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딱히 이거다라는 건 없고, 같이 있는 게 즐겁고, 왠지 계속 (함께)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밝혔습니다.
굳이 결혼 발표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발표를 한 이유에 대해선 "가장 큰 이유는 여러분들이 시끄럽기 때문이에요. 안 하면 안 해도 시끄럽고, 오늘 일단 여기서 하고 나머지는 야구에 집중하고 싶다는 게 가장 큰 이유죠"라며 곧 시작될 시즌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그 외에도 프로포즈, 미래에 낳을 아이의 이미지, 연애 초반 등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오타니는 그냥 적당히 적당히 기자들의 구미에 당길 만한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명실상부한 MLB 최고의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 그는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2018년 LA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철저한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야구에서 드물게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면서도 투타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첫 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거머쥔 오타니는 투수로 통산 86경기에 등판해 38승19패 평균자책점 3.01을 올렸고, 타자로는 716경기 타율 0.274, 171홈런 437타점 86도루의 성적을 냈습니다. 또한 2021년에 이어 2023년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했고, 세 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습니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던 지난해 12월에는 10년 7억 달러, 한화로 약 9,334억 5000만원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으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죠. 오타니의 이번 계약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기도 합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오타니는 10대인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작성한 '인생 계획표'가 다시금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18세 MLB 진출', '23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합류', '27세 WBC MVP 수상' 등 42세까지 나이와 함께 구체적인 목표가 적혀 있는데요. 여기서 오타니는 "26세에 결혼하겠다"고 적은 바 있는데, 결과적으론 4년이 늦어졌네요. 여튼 오타니는 24세에 MLB에 진출하고, 29세에 일본 대표팀의 WBC 우승을 이끌어 MVP에 선정되는 등 차근차근 그의 계획을 이뤄나가며 팬들에게 마치 '소년 만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고 있습니다.
한편 오타니는 오는 3월 20일과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리는 다저스와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에 나설 것이 유력시되며 한국 및 일본 팬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습니다. 파드리스에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내야수 김하성과 지난 시즌까지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고우석이 속해 있어서 한일 맞대결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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