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것들/일주일에 영화 한편

할아버지와 소가 들려주는 숭고한 이야기, 워낭소리

자발적한량 2009.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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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영화 상세정보는 하단부에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힘은 참으로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천만관객을 넘어선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올드보이..그리고 다시 한번 그 힘을 느끼게 해준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바로 워낭소리입니다.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상영시간도 78분으로 짧고,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의 규모나 제작비 또한 보잘 것 없습니다. 하지만 워낭소리는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고, 관객 스스로 흥행신화를 쓰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워낭소리가 개봉했을 무렵 CGV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서울에선 용산을 포함해 3~4곳 뿐이었고, 그것도 시간이 오후 9시 이후였습니다. 현재는 275개 스크린에서 상영중이며, 23일인 오늘 총 136만 5088명의 관객을 기록하였습니다. 독립영화 사상 최초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가 TV 납품용으로 제작되었다가 좌절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소의 목에 다는 방울을 뜻하는 워낭. 워낭소리는 79세 할아버지와 함께 해온 40살이 넘은 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를 사용한 농사를 지어 9남매를 키운 최원균 할아버지. 자신에게는 이 소가 사람보다 낫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에서 수십년의 세월을 함께 해온 정이 묻어납니다.


 밭일을 하고선 항상 수레에 할아버지를 태워 집까지 찾아오는 소. 한번은 읍내에 나갔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집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소에게도 역시 자신의 집이었던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이들은 모두 가족이지요.


 그러던 중 수의사에게서 소가 너무 늙었다고, 오래 살아야 1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할아버지는 애써 부인하죠. 농사는 지어야 겠다는 생각에 우시장에 나가 일소를 찾죠. 하지만 요즘에 농사 지을 때 소를 쓰는 경우는 없나봅니다. 찾기가 힘드네요. 새끼를 밴 소를 사와서 일을 가르치기로 마음먹고 소를 한마리 데려옵니다.


 하지만 새로 온 소는 영 신통치 않습니다. 더군다나 송아지는 갖은 말썽을 일으키다가 할아버지가 치여 쓰러지기까지 하죠. 그리고 늙은 소는 젊은 소에 밀려 여물 한번 제대로 먹기 힘듭니다. 젊은 소를 보면서 막 화가 나더군요. 여물을 먹는 늙은 소를 뿔로 쳐서 밀어내고..서러움과 분노가 그렇게 와닿은 적도 드물었는데..그 장면에서 울컥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는 보살피지 않고 소만 돌봅니다. 할머니께서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못 들은 척하고, 소가 소리를 내면 벌떡 일어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죠. 영화 전면에 걸쳐 할머니의 신세 한탄이 이어집니다. 소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는 서러움-_-;;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탄 수레를 소가 끌고 가다 오르막길에서 수레가 움직이지 않으니 할머니가 내려서 미는 모습이 참..안습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건강을 위해서 일을 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의사와 가족들. 하지만 할아버지는 계속하여 농사를 짓고, 땔감을 준비하고, 꼴을 베어옵니다. 9남매를 모두 키워내고서도 계속하여 농사를 짓고, 그 쌀을 자식들에게 보내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은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쳐온 모든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T군도 영화를 보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면 칼같이 일어나 출근을 하셔서 밤 9시가 되서야 들어와 잠깐 TV를 보다 주무시는 것이 하루일과의 전부인 아빠가 생각나서 찡했습니다. 항상 생각만 이렇게 하고 실천이 없어서 문제긴 하지만..


 기계를 거부하고 말 그대로 피땀 흘려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의 신념 앞에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요즘 도시 젊은이들에게는 련해 보이기만 했던 농부의 행위는 어느새 숭고한 가치를 전해주었습니다. 기계만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농약 또한 전혀 쓰지 않습니다. 우리도 농약치고 기계쓰자는 할머니에 푸념에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소를 생각하여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이지만, 결국 무농약, 무기계 등의 신념은 농사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휘를 하나 골라보자면 '장인정신'이라고나 할까요?


 다리가 불편하고, 몸도 성치 않지만 할아버지는 매일 소와 함께 농사를 짓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준 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상을 떠나는 소의 모습을 보면서, 단 한번도 영화를 보면서 울어본 적이 없는 T군도 약간은 위험했습니다..ㅎㅎ 이 영화는 사람 동물에 관계없이 삶의 숭고한 가치, 부모 더 말하자면 아버지의 가족에 대한 희생, 인간과 동물의 교감 이 모든 것을 78분동안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워낭소리의 놀라운 흥행. 독립영화의 100만 관객 돌파는 상업영화의 1000만 관객 돌파와 다를 바 없는 수준입니다. 또한 MB까지 이 영화를 관람하고 제작자, 감독과 간담회를 함으로써 논란이 되기도 했고, 영화의 수익과 관련하여도 논란이 일어 제작자가 기자회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T군의 생각으로는 어째서 이 영화가 이렇게 논란이 되어야 하는지가 의아하네요. 영화를 보고 작품이 좋으면 그만입니다. 도대체 왜 이 영화의 수익 배분과 같은 문제가 논란이 되어야 하는지..MB와의 간담회 얘기는 T군도 듣고 의아해했으나, 제작자의 기자회견을 보고 수긍했습니다. 앞으로 독립영화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던데..워낭소리와 같은 작품이 지속하여 나오려면 오히려 지원을 더 확대해야 되겠지요. 부모님을 모시고 꼭 한번 다시 보러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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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워낭소리
개봉일시 : 2009-01-15
장르 : 액션,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 78분
감독 : 이충렬
출연 : 최원균(본인), 이삼순(본인)
국내등급 : 전체관람가
T's score : ★★★★☆(9.0)

시놉시스
초록 논에 물이 돌 듯 온기를 전하는 이야기.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 삶의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노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그러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는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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