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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판다 외교' 벤치마킹해 '오랑우탄 외교' 예고... 팜유 위한 산림 파괴나 멈춰라

자발적한량 202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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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가 중국의 '판다 외교'를 벤치마킹해 '오랑우탄 외교'에 나설 것을 예고한 가운데 자연보호단체들이 이에 반발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조하리 압둘 가니 말레이시아 원자재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말레이시아 팜유 녹색보호재단 등이 속한 생물 다양성 포럼 개최를 축하하면서 "말레이시아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판다 외교'에 성공한 중국처럼 '오랑우탄 외교'를 펼칠 계획"이라면서 "오랑우탄 외교를 도입해 말레이시아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직접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오랑우탄 외교' 계획의 배경은 2022년 12월 유럽연합(EU)이 산림을 훼손하면서 생산된 상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초콜릿, 마가린 등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비누 등에 두루 사용되는 팜유는 기름야자에서 추출하는데, 야자나무를 기르기 위해 대규모 농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을 파괴되고 있는 상황. 팜유를 만들기 위한 기름야자 농장은 생물 다양성도 없기 때문에 '녹색 사막'이라고도 비판받고 있죠.

 

말레이시아는 세계 2위의 팜유 생산국입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의 법이 차별적이라고 반발해왔죠. 조하리 장관은 "팜유 문제에 대해 방어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없다"며 "말레이시아는 지속 가능한 팜유 생산국으로 산림과 환경 지속 가능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세계 각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팜유 수입국들을 대상으로 '오랑우탄 외교'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은 말레이시아로부터 막대한 양의 팜유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에 오랑우탄 선물을 챙겨줄 것은 기정사실에 가깝습니다. 2021년 기준 수입 팜유의 40%가 말레이시아산이고, 특히 식품용 팜유는 대부분이 말레이시아산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 팜유와 오랑우탄의 관계입니다. '숲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영토로 나뉘는 보르네오 섬에만 10만5천마리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수천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보금자리인 숲이 급속도로 파괴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오랑우탄을 '심각한 위기종'으로 평가했죠.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에겐 숲이 필요한데, 말레이시아는 야자농장을 위해 숲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숲을 팜유 농장으로 바꾸는 것을 이젠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죠. '말레이시아 야생동물 정의' 역시 "해당 계획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안적인 외교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판다도, 오랑우탄도, 멸종위기종을 물건마냥 주고 받는 것이 과연 인간의 당연한 권리일까요? 전 우리가 푸바오를 좋아했던 것이 푸바오에게, 그리고 판다에겐 오히려 재앙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오랑우탄도 판다 꼴이 나겠군요. 오랑우탄이 멸종위기종이 된 주 원인이 팜유를 위한 산림파괴였는데, 팜유 수입국을 대상으로 오랑우탄 외교를 한다? 정말 쓰레기 같은 마인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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