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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디 핫한 'K-푸드' 'K-컬쳐' 'K-관광', 인종차별·외모비하·바가지요금에 흔들린다

자발적한량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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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가 지난 5일 '2023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를 발간했습니다. 홈페이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관광공사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관광불편신고 사항을 분석한 것인데요. 접수된 총 902건의 불편신고 중 내국인이 접수한 불편사항은 94건으로 10.4%, 외국인이 접수한 불편사항은 808건으로 89.6%였습니다.

 

이 총 접수 건수인 902건은 전년보다 213% 늘어난 수치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 관광공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2022년 신고 접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작년 엔데믹 전환을 맞으며 관광산업이 회복함에 따라 불편사항 신고 접수가 큰 폭으로 접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불편사항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쇼핑 관련이 215건으로 전체의 23.8%를 차지했구요. 뒤이어 택시가 170건으로 18.8%, 숙박이 142건, 15.7% 순이었습니다. 쇼핑 관련 215건 중에서는 가격 시비가 27.9%로 가장 많았고, 부가세 환급이 24.7%, 환불 및 제품 교환요청이 13.0%였습니다. 택시 관련 170건 중에서는 부당요금 징수 및 미터기 사용 거부가 무려 66.5%, 그리고 운전사 불친절이 14.1%, 난폭운전 및 우회운전이 7.1%였습니다. 숙박 관련 142건 중에서는 시설 및 위생관리 불량이 31.7%, 그 외 서비스 불량이 25.4%, 예약취소 및 위약금 19.7%, 예약조건 불이행 및 허위광고가 5.6%였다고 합니다.

 

쇼핑, 택시 관련 불편 신고는 외국인 신고 건이 대부분이었던 데 비해 숙박 관련 불편 신고는 내국인 신고가 44.7%에 달해 내국인 불편 유형 중 1위를 차지했다고 하구요. 관광 불편 신고 발생지를 보면 서울이 54.8%로 절반 이상이고, 부산 13.4%, 인천 12.1%, 제주 4.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분석해보면 쇼핑 및 택시를 이용할 때 외국인들이 비교적 더 큰 불편을 겪는단 말이 되겠죠.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대표적인 불편신고 접수 중 하나는 한 영국 관광객이 한복 대여점을 찾아 겪은 일이었습니다. 이 관광객은 "한복대여점에서 대여할 옷을 입어보던 중 한복이 맞지 않아 사이즈를 몇 번 바꾸자 직원이 뚱뚱하다고 한국어로 말해 기분이 상했습니다"고 말했죠.

 

외국에서 거주하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고, 그들이 만든 한국 관련 컨텐츠를 본 제 느낌을 말해보자면, 현재 세계적으로 부는 한국 열풍, 그리고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그 지속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곤 합니다.

 

자, 한국은 애시당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국가가 아니었습니다.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아시아의 태국, 일본, 인도네시아 같은 전통적인 국가들에 비해 외국인들이 즐길 만한 관광 컨텐츠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죠. 그런데 코로나19 판데믹을 거치면서, 그리고 그 전부터 불던 K-pop 열풍으로 인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일어났습니다. BTS와 블랙핑크를 대장으로 하여 K-pop이 세계를 강타하며 더이상 '각국의 찐따들이나 듣고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대중성을 당당히 갖춘 음악으로 자리매김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열풍을 끈 것을 필두로 하여 수 많은 K-드라마들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죠.

 

한국어 열풍, K-푸드 열풍, 한국 관광 열풍 등 한국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외국인들은 드라마 속 한국인들이 구사하는 한국어에, 이들이 먹는 음식에, 그 배경 속에 보여지는 도로에, 풍경에, 생활양식 모든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급기야 외국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주목을 받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죠. 제가 2002년말 영국 옥스포드로 잠시 언어연수를 떠났을 때나, 2008년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도 '중국에서 왔냐'->'일본에서 왔냐'고 물은 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이 어디냐'고 묻거나 '오~킴종운! 노스코리아!'라고 말하던 것에 비하면 상전벽해죠.

 

이렇게 한국은 그야말로 최근 가장 '핫'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외국어 학습 서비스 듀오링고의 그로벌 언어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어의 순위는 6위로 이탈리아어보다도 더 인기있는 언어가 됐습니다. 2022년에는 7위로 이미 중국어·러시아어·힌디어를 제친 바 있죠. 몇 년 전만 해도 18위 정도에 그쳤던 한국어의 인기가 그야말로 수직상승한 것입니다.

 

또한 많은 외국인들이 꼭 방문해보고 싶은 나라에 한국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이에 대해선 K-드라마의 영향이 큰데요. 서울·부산·제주·전주 등 드라마 속 배경을 직접 보고 싶고 한국음식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 주변에서만 해도 이제 재팬보다 코리아를 외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 중 한국을 재방문하고 싶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에 입국하는 가파르게 증가한 것에 비해 재방문율은 50% 수준이라고 합니다. 2016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 재방문율이 한국은 38%, 일본은 61%이고, 이는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죠.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행수지 적자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일본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죠.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는 구글 맵 사용 제한 문제, 영어 표기 문제, 숙박시설 및 관광 인프라 부족, 불친절한 택시가 있겠습니다. 이것들이 표먼적으로 드러난 주요 원인인데요. 전 이번에 관광공사에서 공개한 영국 관광객의 컴플레인이 한국을 '여행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을 막는 커다란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동안 접한 한국에서의 안좋은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많습니다. 택시를 탔다가 어마어마한 바가지 요금을 지불한 것은 기본이고, 길거리에 서있었을 뿐인데 한 남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어로 쌍욕을 하면서 못생겼다고 말하고 지나간 일, 정당한 사유없이 서양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클럽 입장을 거부당한 일, 지하철을 탔더니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한 일, 테이블을 닦아달라는 말을 무시하던 식당, 외국인에게만 유독 비싼 값을 부르던 수산시장 상인 등... 

 

'해외 나가보니 걔네도 그러던데' 이런 식의 물타기는 사양하겠습니다. 외국에서 그런다고 우리나라가 그래도 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예를 들자면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땐 어딜 가서든 바가지를 쓴 기억 밖에 없고, 반면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제가 사려던 물건 가격이 면세점보다 관광 명소인 도쿄 센쇼지 앞이 더 쌌을 정도로 모든 것이 개운했던 기억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방문하고 싶지 않고, 일본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다시 방문하고 싶은 나라가 됐죠.

 

우리 한국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거죠. 인종차별, 성차별, 외모비하 등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상황을 고쳐야 합니다. 이는 비단 관광 산업 뿐만의 일이 아닙니다. K-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꿈과 환상을 만든 이들에게 한국의 이런 이중성은 큰 실망감을 줄 뿐 아니라 오히려 이것이 더 큰 반감심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당장 한국에 관심없는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 좋아서 한국을 찾아온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유지시킨 채 보내는 것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한국이 각광받고 있는 바로 지금이 오히려 한국 문화의 위기가 싹트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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