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현재 쓰고 있는 T군 스스로를 볼 때 무척이나 정신없는 글이 될 듯 합니다.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쓰고 보는 글이라..오늘 서울대 교수 124명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중앙대 교수 67명 역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였죠. 일단 제 블로그를 빌어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재학중인 단국대도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네요. 또한, 음악계에서도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동참하기를 촉구합니다. 다른 곳에 비해 음악계가 사회문제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함께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의 시국선언문 전문을 첨부합니다.
서울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용산참사와 서울광장 봉쇄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현 정권의 억압적인 행태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MB 정부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주장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중앙대 교수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현 정부의 위압적인 통치가 기필코 종식돼야 함을 극적으로 웅변하는 사건이라며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던 현 정권이 국민을 전방위적으로 감시ㆍ억압하는 21세기형 '빅브라더'로 변신, 민주공화국을 경찰국가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교수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머리 숙여 사과하고, MB 내각은 총사퇴하라며 무고한 서울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폭행·연행하고, 서울 광장을 불법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주상용 서울시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언문 낭독이 끝나자 이 자리에 참석한 대한어버이연합 등 30여명의 노인들은 선언문의 내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이들은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비리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하며 '안보 문제와 같은 더 중요한 사안들은 얘기하지 않으면서 검찰과 정부만 비판하는 게 무슨 경우냐'고 교수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이들은 또 '학생들에게 편향된 가르침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행사에 참석한 10여명 교수들, 50여명의 서울대학생들과 한바탕 언쟁을 벌였습니다. 교수들은 이들의 비판에 '학생들에게 특정 시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선생들이 이렇게 하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의 문제는 학생들이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얘기로만 끝난 것은 아니구요. 시국선언문 발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늘 있었던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발표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5년만입니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교수들은 소위 '빨갱이'도 아니며, 나름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보장받고 있는 층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과연 이 분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런 발표를 하였을까요? 4.19와 6월항쟁 당시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분들이 움직이는 것은 무척이나 신중하였으며,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요.
그러한 분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일종의 증거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가 갈수록 격화되어 서로를 수구꼴통, 빨갱이라며 비방하고 있습니다. 화합, 통합 등의 단어는 어울리지 않게 된지 오래인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MB정부를 비판하는 진보세력을 과연 빨갱이라고 지칭하는 게 옳은 것일까요? 이것은 마치 사진 속 어른들에게 반박을 했다는 이유로 '말대꾸'를 했다며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길가다가 김정일 요즘 몸도 않좋은데 불쌍하다고 한마디 했다고 '빨갱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자신의 뜻에 안맞으면 빨갱이라고 몰아세우고, 진보세력 역시 마찬가지로 '수구꼴통'으로 몰아세웁니다. 하지만 몰아세우는 정도나 규모에 있어서 보수세력은 진보세력을 능히 덮고도 남습니다. 기득권층의 힘이라고나 할까요? 어르신들.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교수들이, 그리고 MB정부의 행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북핵위기 등의 안보문제를 모른척하거나, 동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 세대는 분명 우리의 윗 세대가 핏값으로 쟁취하고 지켜오고 발전시켜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피로 얼룩진 성스럽고 거룩한 것입니다. 어른들은 다시금 군사독재 시대처럼 억압받고 획일화된 사회를 바라시는건가요? 진정 '잃어버린 10년' 이후로 되돌아가시려는 겁니까?
안타깝습니다. 현재의 대결구도가, 서로를 욕하고 헐뜯는 모습이, 이성은 존재하지 않고 감정적으로만 치닫으려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분명 책임의 크기에 있어서 차이는 있겠지만, 양쪽 모두에게 책임은 존재합니다. 통합과 화합의 길. 그 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모세와 유대민족이 애굽을 벗어나 가나안 땅으로 가기 위해 광야를 헤매는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그 길은 어디쯤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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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문 전문
우리 국민은 누구나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은 단지 애도와 추모의 물결만은 아니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착잡하기 이를 길 없는 심경으로 나라의 앞날을 가슴속 깊이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서 각계각층의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전직 대통령의 국민장을 치러낸 것을 계기로 우리 모두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으며 또 열어야만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우리들은 깊이 염려하고 있다. 작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소환장이 남발되었고 온라인상의 활발한 의견교환과 여론수렴이 가로막혔으며, 이미 개정이 예고된 집회 관련 법안들의 독소조항도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또한 훼손되었다. 주요 방송사가 바람직하지 못한 갈등을 겪는가 하면, 국회에서 폭력사태까지 초래한 미디어 관련 법안들은 원만한 민주적 논의절차를 거쳤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야의 동의로 지난 3월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가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출범했지만, 여당 측 위원들이 회의 공개나 국민여론 수렴을 반대함으로써 위원회는 표류하고 있다. 국민 다수가 언론법 처리 강행 방침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이런 흐름은 민주주의의 기반인 언론의 자유를 허물어뜨리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뿐 아니다. 현직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건에서 보듯이, 현 정권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를 입혔으며, 그에 따라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려는 전국 법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여론에 따라 일단 포기했던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로 탈바꿈하여 되살아나고 있으며, 지난 십여 년 동안 대북정책이 거둔 성과도 큰 위험에 처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목숨을 끊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본권 보장을 요구할 때 집회의 강제 해산과 노동자 대량연행과 구속으로 맞서는 일 또한 구시대적 대처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정치노선의 차이나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민주적 원칙의 실천이다. 모든 국민의 삶을 넉넉히 포용하는 열린 정치를 구현하는 정부의 노력이 참으로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 과정 또한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검찰은 국가원수를 지낸 이를 소환조사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3주가 지나도록 사건 처리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추가 비리 의혹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인격적 모독을 집요하게 가했다. 이는 엄정한 공직자 비리 수사라고 하기 곤란하며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되돌아보면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농성에 대한 무모한 진압으로 빚어진 참사는 올해 벌어질 갖가지 퇴행적 사건을 예고했다.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으며, 검찰이 수사기록 중 핵심적인 대목의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재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서울 서부지법 민사12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세입자의 재산권,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현 정부의 근본적인 자기 성찰을 기대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범국민적 애도 속에 주어진 국민적 화해의 소중한 기회를 잘 살리고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를 우리는 간절히 희망하며, 다음의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나서서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더불어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진심으로 국정의 동반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1. 현 정부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1.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정적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엄격한 검찰 수사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1. 현 정부는 용산 참사의 피해자에 대해 국민적 화합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경제 위기 하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집권층이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서 타오르고 있는 민주적 요구에 대해 진지하고 성의있게 대응함으로써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적 화합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큰 길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을 간곡히 바란다.
2009. 6. 3.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서명자 명단 (2009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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