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이재명 대선 캠프인 집권플랜본부까지 만들어가며 정권 교체를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에게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된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1심)을 선고했습니다.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판결로, 일반 국민이 아닌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큰 중형입니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지난 2022년 9월 8일 이 대표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지 799일(약 2년 2개월) 만에 나왔습니다. 재판은 결심공판까지 1년 6개월 간 2주에 한번 꼴로 열렸고,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선거 사건의 경우 1심 재판을 6개월 이내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강행규정을 어겼다는 지적도 잇따랐죠. 지난 1월 이 사건을 16개월간 심리한 강규태 부장판사가 돌연 사표를 내고, 2월 법원 정기 인사가 맞물리면서 재판은 두 달여간 사실상 중단됐고, 재판장이 한성진 부장판사로 교체되면서 공판갱신 절차로 인해 재판이 다시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약 두 달간 이어진 이 대표의 단식과 국정감사, 22대 총선 등으로 재판 일정이 차질을 빚기도 했죠.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가 기소된 문제 발언 가운데 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과 성남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 발언 등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검찰이 제기한 두가지 공소사실 모두에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김문기 전 처장 관련 발언의 경우 '해외 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은 허위사실로 유죄가 인정됐습니다. 다만, '성남시장 재직시 김문기를 몰랐다'라고 말한 부분은 일체의 교유행위가 없었다는 의미로 단정할 수는 없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아 일부 무죄 판단을 내렸죠.
김문기 전 처장의 유족 측이 제공한 영상들이 이번 유죄 판결의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 영상은 2015년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표와 시 공무원들,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이 간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김 전 처장이 딸에게 영상편지 형식으로 보낸 것으로, 9초짜리 영상에서 김 전 처장은 "나 얼굴이 너무 많이 타버렸어.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 오늘 너무 재밌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말했죠.
소식통에 따르면 선고 공판이 시작한 지 20여분이 지난 오후 3시경 재판장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주문을 낭독하자 이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고가 끝나고 재판장이 떠난 뒤에는 움직임 없이 수초간 멍하니 판사들이 앉는 자리인 법대를 바라본 채 서 있었다고 합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는 것을 비롯해 선거법상 형의 집행유예 확정시 10년간 피선거권이 없어 대선 출마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국민의힘은 간만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지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의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입장을 밝혔죠. 그 외에도 "민심이 이겼고 법치가 승리했다"(김기현 의원), "증거와 법리를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안철수 의원), "사필귀정"(박대출·이철규·박수영·김용태 의원) 등 수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선고공판 후 법원 밖에서 취재진들과 만난 이재명 대표는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면서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이라고 항소 의지를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연히 1심 결과에 반발했습니다. 박수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사형선고까지도 이겨내고 마침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는 문자를 이재명 대표에게 보낸 적 있다"고 밝혔고, 진성준 의원은 "검찰 독재 정권에 똑똑히 전한다. 아무리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전력을 다해도 이 대표는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에 법의 상식과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1심의 결과다. 헌법상 사법부는 3심제다. 의연해야 한다”며 "트럼프도 대법원 최종심에서 살아 대통령이 됐다. 우리는 어제처럼, 오늘처럼 내일도 치열하게 김건희특검과 민주주의, 민생경제, 남북관계 개선등을 위해 매진하겠다. 정권교체를 위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늘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이 모이는 비상연석회의를 열고 이 대표 1심 선고 결과 분석과, 당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한편 재판장인 한성진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0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1995년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한성진 판사는 2001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군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친 뒤 2004년 창원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부산지법,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북부지법에서 부장판사로 일했는데,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만 줄곧 담당했죠.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의 학술모임으로 분류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가입했으나, 활동은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간 판결에서 특별히 성향이 드러나거나 한쪽에 치우친 적도 없고, 묵묵히 재판에 임하는 '정통 법관'이라는 평가가 있구요. 일각에서는 그가 카카오톡도 쓰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성진 판사는 이재명 대표 재판 내내 흰 마스크를 쓴 채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왔습니다. 법원 10층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선고를 앞두곤 다른 법관들과 별다른 교류 없이 20층 휴게실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는 후문도 전해지는데요.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수의 힘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극성 지지자를 동원해 판사 겁박에 전력을 다했는데, 받아 든 성적은 최악이었다. 참 대단한 법관"이라면서 "이재용(삼성전자 회장) 영장 재청구할 때와 판이한 법원의 결정이다. 그때는 집단 시위에 법원이 굴복했는데, 이번엔 사법부 독립을 지켰다"고 그를 추켜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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