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 집단 사직과 의료 공백이 9개월 넘게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지난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 전부터 많은 N수생들이 수능장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는데요. 이러한 예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만8082명(3.6%) 증가한 52만2670명이 원서를 접수했는데, 이중 재학생이 34만777명으로 가장 많은 65.2%를 차지했고 졸업생은 16만1784명(31.0%)으로 전년보다 2042명 늘었다고 합니다. 졸업생 지원자는 2004학년도(18만4317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는데, 검정고시 등을 합한 N수생 수(18만1893명·34.8%)도 21년 만에 최고치였죠. 재수생, 반수생 등 ‘N수생’이 많아진 것은 내년도 의과대학 증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사례도 이미 등장했죠. 경북 지역에서 현역 의대생이 가채점 결과 수석을 차지한 것.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경주고를 졸업하고 현재 경북지역 의대에 재학 중인 A 학생이 국어·수학·영어·탐구 과목 원점수 총점 398점(40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과학탐구영역 지구과학 한 문제만 틀리고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입시 관계자는 "의대생이 재수, 삼수까지 하는 이유는 더 좋은 의대를 가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A학생의 성적이면 서울대 등 메이저 의대에 지원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북 지역 외에도 현역 의대생들이 대거 수능시험에 도전해 좋은 성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지방의 한 사립대 의대 1학년에 재학중인 B씨는 서울지역 의대 진학을 목표로 수능을 다시 치렀다고 합니다. B씨는 "(의정갈등) 사태가 길어지면서 2학기에도 휴학하는 분위기라 7월부터 수능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죠. 전남 지역 한 의대생 B씨 역시 "빅5 의대를 목표로 수능을 다시 봤다"며 "고3때 보다 성적이 좀 더 잘나온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학생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결국 그들이 입시에 뛰어들면서 현역인 고3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졌기 때문. 한 학부모는 "의대생들이 휴학해서 수능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나라가 판을 깔아줬다"며 "고3은 첫 수능이라 긴장을 많이 하는데 현역 의대생들이 수능 경험이 있어 현역 고3만 불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죠.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도 "의대생이 반수하는 건 현역들 죄다 죽이는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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