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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중국바둑계,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결과 '인정 못해'... '사석 논란'으로 시끄러운 바둑계

자발적한량 202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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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 반칙패와 판정 불복...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무슨 일이?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국기원 신관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한국의 변상일 9단이 우승을 했었습니다. 20일 결승 1국에서 중국의 커제 9단이 승리했으나 22일 결승 2국에서 변상일 9단이 반칙승을 거뒀고, 23일 커제 9단이 경기를 포기하면서 2승 1패로 우승을 한 것.

 

그런데 커제 9단이 경기를 포기한 이유가 판정에 불복해 항의를 한 이후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기원이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주최 대회에 적용한 '사석 규정' 때문. 사석이란 바둑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따낸 돌을 의미하는데요. 한국기원은 사석을 통의 뚜껑에 보관하지 않을 때 경고를 선언한 뒤 벌점을 주고, 경고가 2회 누적되면 반칙패를 선언하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커제 9단이 결승전 2국에서 반칙패를 당한 것이 바로 이 규정 때문. 그런데 3국에서도 심판에게 경고를 받은 후 벌점 2집을 받자 커제 9단이 이에 크게 흥분하며 불복한 뒤 대국을 포기해버린 것. 커제의 경기 포기로 우승을 한 변상일 9단은 "승부가 찜찜하게 끝나서 마음이 불편하고, 커제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요? 바로 바둑에 대한 국제적 규정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회를 주최한 국가의 규정을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이 사석에 대한 상이한 계산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사석을 계가(바둑을 마친 뒤 승자를 가리기 위해 흑집과 백집의 수를 계산하는 것)할 때 사용하고, 대국 도중에도 형세 판단에 사석 수를 확인하는 반면, 중국은 반상의 살아있는 돌만으로 계가하기에 사석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 기사들은 사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아무 곳에 두는 경우가 많죠.

 

커제 9단 "끝없는 악몽 속을 헤매는 듯 해... 지옥을 걷는 것만 같았다"

커제 9단은 26일 자신의 SNS를 통한 라이브 방송에서 심경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대회는 내게 무척 중요했다. 아홉 번째 세계대회 타이틀이 걸린 경기였고, 나는 우승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운을 떼며 "즐겨하던 게임과 소셜 미디어 앱을 모두 지우고 오로지 바둑 연구에만 매진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그리고 20일에 열린 1국에서 좋은 내용으로 승리를 거뒀고, 이것은 나에게 더욱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죠.

 

이어 커제 9단은 "22일(한국기원 심판 판정에 의한 LG배 결승 2국 반칙패)을 기점으로 내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후 며칠간 나는 끝없는 악몽 속을 헤매는 듯했다. 마치 지옥을 걷는 것만 같았다"고 토로하며 "엄청난 상처이자 정신적 외상이나 다름없었다. 끝없는 어둠 속에 빠진 것 같았고, 눈을 감으면 그 끔찍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고,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으며 잠조차 이루지 못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죠.

 

커제 9단의 부친인 커궈판 씨 역시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판이 경기장에 들어와 경기를 중단시킨 행동은 선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며 부적절했다. 이것은 바둑 경기가 아니며, 바둑 본연의 의미를 벗어난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바둑은 경쟁 속성을 가진 스포츠로, 관중은 바둑의 내용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이지 선수의 습관을 보는 데 흥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규칙으로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바둑이라는 스포츠에서 멀어지는 일"이라고 심판의 개입을 비난했죠.

 

커궈판 씨는 "판정 자체는 규정에 따라 내려진 것이므로 문제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문제는 규칙이 제정될 때 충분히 숙고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사석 관리 규정에 대해) 규칙이라기보다 일종의 습관에 가깝다. 습관이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이자 아마 3단 기력을 갖춘 바둑 애호가로 알려진 커궈판 씨는 "커제가 억울하게 패배했고, 아직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죠.

 

뿔이 한껏 난 중국 바둑계, 한국기원 설 연휴에 이례적으로 사과문 올려"

중국 측은 이번 사태에 화가 잔뜩 난 상태입니다. 중국바둑협회가 결승 3국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비롯해 내달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에 나오려고 했던 커제 9단과 투샤오위 9단, 쉬자양 9단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대회가 연기되고 만 것. 뿐만 아니라 시진핑의 죽마고우이자 중국 바둑계 최고 권위자인 녜웨이핑 9단이 한국 기원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한국기원의 두 심판(유재성 5단, 손근기 5단)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한국기원은 설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한국기원은 입장문에서 "세계적인 두 선수의 결승 대국에 대한 기대가 크셨을 팬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또 대회 명성에 누를 끼쳐 후원사 LG와 주최사 조선일보에도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석을 계가에 적용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생소한 규정일 것"이라며 "또 규정이 개정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중국 선수들의 적응 기간이 부족했으리라 생각된다"고 밝힌 한국기원은 "한국기원은 이번 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속히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이와 관련해 중국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이른 시일 내에 중국기원, 일본기원 등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세계대회에 걸맞은 통합 규정을 제정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바둑 팬 여러분들과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전하며,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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