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버림받지는 않으리"
동탁을 죽이려다 실패한 조조가 자신을 구해준 진궁과 함께 달아나다 부친의 친구인 여백사의 집에 묵게 되었다. 마침 집안에 술이 떨어진 상태였던 여백사는 나귀를 타고 술을 사러 서촌으로 간다. 그 대 집에 남아있던 조조와 진궁은 집 뒤쪽에서 칼 가는 소리를 듣고 자신들을 해치려는 것으로 오인하여 여백사의 여덟 식구를 모조리 죽여버린다.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의 눈 앞에는 자신들을 접대하기 위해 도살하려고 결박시켜둔 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
집을 빠져나와 달아나던 두 사람은 술을 구해 돌아오던 여백사와 만나게 되는데, 조조는 급히 떠난다며 둘러댄 후 여백사가 등을 돌리자마자 그를 죽여버린다. 이에 진궁이 크게 놀라 "알면서도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엄청난 불의"라고 힐책하자 조조는 "차라리 내가 천하 사람들을 버릴지언정 천하 사람들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으리라"고 답한다. 이에 진궁은 조조가 일개 이리의 마음을 가진 도당임을 알고 그를 잘못 판단한 자신의 경솔함을 뼈저리게 후회한 뒤 얼마 후 조용히 조조의 곁을 떠나고 만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中
유승민 사퇴 박근혜 새누리당 박수추인 정치 김무성 국회법 개정
출처: 한국일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운지 약 한달 반만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공무원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 시행령에 국회가 수정 및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연계해 야당과 협상한 유승민 원내대표.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발은 상상초월이었습니다.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이를 단죄하기 위해 충실하게 움직인 새누리당내 친박계 의원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승민 원내대표를 압박했고 끝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내고야 말았습니다.
"내 조정에 충신은 없소. 충견만 있을 뿐"
왕이 잘못을 하면 신하는 목숨을 걸고 간언해야 하는가 아니면 제 목숨을 애석히 여겨 순종해야 하는가?
(신하의 덕목은 그저 순종...) 무조건 군의 뜻에 영합하여 그 뒤의 해로움을 생각지 않으니 너는 간신이고 또한 아첨으로 주군의 눈을 가려 나라를 말아먹으니 너는 망국신이다!
내 조정에 충신은 없소. 충견만 있을 뿐. 허나 기르는 개가 한 번쯤 물었다고 하여 바로 죽이진 않지.
-영화 <간신> 中 연산군의 대사
유승민 사퇴 박근혜 새누리당 박수추인 정치 김무성 국회법 개정
출처: 유승민 의원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사태는 '유승민의 난'이었습니다. 2005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초선이었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됐습니다. 그 뒤 박 대통령은 유승민을 물심양면 도와 대구에서 내리 3선을 하게 만들죠.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MB의 BBK 주가조작 사건 등을 건드리며 'MB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이러한 사태는 예견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소신정치인' 혹은 '원칙주의자'이라고도 불리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을 때도 반대 의사를 밝혔고, 원내대표 취임 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유 원내대표의 행동이 '소신'과 '원칙'이 아닌 '배신'이자 '항명'일 분이었습니다. 자신은 원칙주의자임을 내세우면서 타인의 원칙은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을 찍는 박근혜 대통령. 결국 이번 사태로 자신의 뜻만이 '원칙'일 뿐이며 이에 반하는 그 모든 것은 '배신'으로 받아들인다는 편협함을 증명한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지난 1994년 당시 은둔생활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를 맞아 인터뷰를 마친 뒤 가진 식사자리에서 나눈 대화 일부를 공개했죠?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동물의 왕국'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동물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박정희·육영수 양친이 모두 총탄에 맞아 운명을 달리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에 몸서리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녀가 생각하는 '배신'의 방향성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YS의 상도동계, DJ의 동교동계 등 민주화운동 세력의 동지적 관계도 아닌, 친MB계가 지닌 '뉴라이트(라고 쓰고 사리추구라고 읽습니다)'적 성향도 아닌 봉건시대의 군신간 주종관계적 인간관계를 요구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이 당선 후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는 평가에 일각에서는 '공주가 여왕이 된 것이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휴전선을 사이에 둔 한반도의 두 지도자, 닮.았.다.
유승민 사퇴 박근혜 새누리당 박수추인 정치 김무성 국회법 개정
출처: 연합뉴스
이번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고사포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북한의 장성택이 숙청당했을 때와 흡사하다'는 말이 나올만큼 박근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독재의 아이콘인 아버지를 둔 두 사람은 모두 봉건사회 군신관계를 요구하며 자신의 뜻이 원칙 그리고 진리로 치환됩니다. '살려야 한다'는 문구에 포커스를 맞춘채 찍힌 박 대통령의 사진은 선전문구를 뒤로한채 찍힌 김정은의 사진과 흡사하며, 재래시장에서 사람들의 손을 어루만져주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노라면 인민들의 손을 부여잡고 이들을 격려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연상치 않을 수가 업습니다. 이 두사람이 각기 '국민'과 '인민'을 대하는 태도는 각 명칭의 대표로서가 아닌, 조선시대의 임금이 백성을 대하는 태도같습니다.
당선 후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배신의 정치'를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달라던 박근혜 대통령. 과연 그 자신은 대통령 당선 후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에서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이를 보며 북한의 장성택 처형 당시 나온 '죄상 보도문'이 불현듯 떠올랐는데, <한겨레>에 실린 글을 보니 저만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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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사퇴 박근혜 새누리당 박수추인 정치 김무성 국회법 개정
출처: 노컷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의식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하나 더. 며칠 전 박대통령이 1998년 야당의원 시절 공동발의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새민련이 '박근혜법'이라고 지칭하면서 재발의하겠다고 나서자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이 법안은 과거 안상수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이라며 '박근혜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다는군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 중에 "대통령 이름을 법안에 함부로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이라고 했다죠? 일개 신하들이 감히 어디서 대통령의 이름을 법안에 붙이냐 이거군요.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무언가 생각나실 겁니다. 군주의 이름에 쓰인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관례, 피휘(避諱). 점점 헷갈리지만 올해는 분명 2015년이 맞습니다.
출처: TV조선
마지막으로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제1여당의 자격이 없음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절대 다수는 비박입니다. 오히려 친박이 소수죠. 여론, 당론 할 것 없이 유승민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을 비롯해 몇몇 목청 높은 이들에 의해 다수가 뜻을 굽혔습니다. 이는 당·청 관계(본래는 당·정·청이 맞겠으나 현재 '정'은 유명무실하다는 판단에 의해 삭제)에서 당이 완벽한 종속 관계에 있음을 입증한 것인데요. 김무성 대표 역시 당대표로서 리더십은 고사하고 고삐 잡힌 소마냥 끌려다니기만 했구요. 아! 여기서도 평행이론이 성립되네요. 박근혜와 새누리당, 김정은과 조선노동당. 그야말로 위아래 데칼코마니 수준입니다.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권고를 표결이 아닌 '박수 추인'으로 결정했다죠? 소오름...정말 어쩌면 이렇게 조선노동당과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이쯤되면 박근혜와 김정은 두 명이서 단일화하고 새누리당과 조선노동당 합당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코어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 새누리당이 혹시 종북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P.S) 그런데 새민련은 당 해체 안하고 잘 살아 있는거죠? 하도 존재감이 없어서 통진당처럼 해체된 줄.
유승민 사퇴 박근혜 새누리당 박수추인 정치 김무성 국회법 개정
표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지도부나 권력자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국회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경우...'박수로 통과시킵시다, 이의 있는 사람 있습니까? 이의 있는 사람 없죠'라는 식은 북한식 밖에 없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방금 ‘의원 동무’들의 열화같은 박수로 공화국 최고존엄을 모욕한 공화국 ‘반동분자’ 유승민이 숙청됐답니다.
다음 숙청 대상은 당권력 서열 1위인 김무성 동지겠죠?
-진중권 동양대 교수
방금 새누리당이 '의사 결정방식'을 조선노동당식으로 바꿨다. 이제 '국가운영 방식'이 북한식으로 바뀔 차례.
-역사학자 전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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