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돌아간 형의 반란, 형과 손잡은 아버지를 제압한 동생
롯데 형제의 난 신격호 신동주 신동빈 광윤사 롯데홀딩스 시게미쓰 일족의 난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재벌인데요. 그동안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일본은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나누어 권력이 분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6일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됐고 올해 1월 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마저 해임돼 롯데의 차기 권력 승계싸움에서 패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비해 신동빈 회장은 지난 16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되며 명실상부한 한일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승인된 상황이었죠.
출처: 연합뉴스
이번 롯데 사태가 터진 것은 지난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홀딩스 임원들을 모아놓고 자신을 제외한 이사 6명을 호명한 뒤 손가락으로 해임을 지시하면서부터입니다. 이날 해임된 이사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홀딩스 사장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해임 직후 쓰쿠다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점 등을 비롯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이 상당히 흐린 상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는 누구?
일본 롯데의 주거래 은행인 스미토모은행(現 미쓰이 스미토모은행) 출신. 로열호텔 사장과 회장을 거쳐 2009년 일본 롯데와 롯데홀딩스 사장에 취임할 정도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임이 두터웠음. (롯데 창업 이후 처음으로 사장 교체) 경영방침을 두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3~4년간 대립했고,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음.
어찌되었던 일본 롯데를 '접수'한지 열흘 만에 다시금 이를 빼앗기게 될 위기에 처한 신동빈 회장. 하지만 신 회장을 비롯한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 결정을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으로 규정짓고 오히려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시키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했습니다. 한·일 양국을 아우르는 거대재벌 롯데를 창업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렇게 그룹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퇴진당한채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28일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언론에서는 이 사태를 2000년에 현대家에서 일어났던 정몽구·정몽헌 형제의 싸움에 빗대 이른바 '롯데판 왕자의 난' 혹은 '롯데 형제의 난'이라고 대서특필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이어 29일 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30일 오후 신격호 명예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자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츠코 씨가 입국하면서 홀로 일본에 남아있는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가족회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죠.
형제의 언론 플레이,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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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브릿지경제
현재 신동주·신동빈 형제는 실력행사를 잠시 멈춘 채 언론전을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 신격호 회장이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에게) 무시당한 것에 화가 나 '내가 직접 가서 명령하겠다'고 일본에 온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모두를 경영하게 됐다는 사실을 신격호 명예회장이 모르고 있다가 신문기사를 통해 알게됐다"고 밝히는 한편 자신이 일본 롯데그룹에서 해임된 것에 대해 "수억엔 정도의 손해에 대해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왜곡된 정보를 아버지에게 전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신동빈 회장이 중국에서의 부진한 실적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추후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등의 이사 교체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과 부인이 지난 4월 중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위치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직무실 겸 거처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10여일에 걸쳐 석고대죄를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측은 이와 상반된 입장입니다.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인터뷰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는데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은 전적으로 일본롯데 경영성과에 대한 결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뒤 이번 사태에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총괄회장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해임발표를 유도한 것"이라며 신격호 명예회장의 해임지시가 인정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차후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에 대해서는 "정관규정에 없는 명예회장직 신설을 위한 것이며 그 외 안건 등은 이사회에서 향후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광윤사를 지배하는 자, 롯데를 지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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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서로 자신들이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상대방에 대한 해임지시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아버지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경영권 다툼의 승패는 한·일 양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광윤사(光潤社·고준샤)라는 자그마한 한 회사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광윤사. 직원이 3명 정도밖에 안되는 포장재 전문 업체입니다. 롯데상사와 롯데아이스와 거래를 하며 수익을 내는 회사인데요. 하지만 이 작은 회사가 롯데라는 거대한 공룡의 심장인 이유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5.45%를 비롯해 이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소유하면서 일본 롯데계열사들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65%를 소유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광운사로부터 흐르는 지분의 물줄기가 롯데그룹 전체를 흐른하는 것이지요. 비상장 법인인지라 지분 구조가 일체 공개되지 않았지만 2002년 우연한 기회로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대주주 '시게미츠 다케오'가 광윤사의 지분 50%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 유일한 상황입니다.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 신격호 회장의 일본이름입니다. 현재는 지분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없으나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광윤사의 지분 대부분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광윤사의 지분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이번 롯데 형제의 난은 마무리될 것입니다.
출처: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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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신동빈. 누가 이기던 간에 한쪽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될겁니다. 먼저 승기를 잡은 신동빈 회장이 승리한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을 앞세워 벌인 이번 사태가 쿠데타가 될 것이고, 전세를 역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승리한다면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이 되는 등 사실상 후계자로 공인된 것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조종해 벌인 쿠데타로 되겠죠. 두 사람 모두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렸을 때는 '아버지 본인의 뜻'이고, 불리한 결정을 내렸을 때는 '조종' 내지 '흐려진 판단력'이 되야 하는 비정함. 역시 권력과 재물 앞에서는 피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신격호·신동주·신동빈 부자를 보면 확실히 부모와 자식은 전생에 원수지간이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네요. 신격호 회장님, 아니 시게미츠 다케오 회장님. 말년에 고생 많으십니다.
자, 궁금해지네요. 과연 신동주, 신동빈 형제 중 누가 베르테르(Werther)가 되어 샤롯데(Charlotte)를 차지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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