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권을 침탈해간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이룩한 1945년 8월 15일, 시간이 흘러 제70주년 광복절을 3일 앞두고 있습니다. 비록 선조들의 수많은 피와 땀으로 광복을 이룩한 이 땅에서 창씨개명 안하고 세 글자로 된 이름쓰고,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하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아닌 단군을 민족의 시조로 알고 지낼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포스팅의 제목, '제70주년 광복절, 독립운동가가 아닌 친일파 후손들의 나라 대한민국'이 상당히 자극적일 수 있는데요. 며칠간 계속 날이 서있을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도 제70주년이라고 들썩들썩하게 곳곳에 태극 문양의 바람개비를 꽂고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가 하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8월 한 달간 내일로 50% 할인 등 혜택을 주니...임시공휴일의 경제효과가 1조3천억 원이라는 발표는 참 웃기지만... 저도 뭔가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싶어서요.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
자, 오늘 한국일보에서는 '독립운동 하면 3대가 망한다' 현실로 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한국일보가 독립운동가와 후손들 모임인 광복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생활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독립유공자 자손들이 평생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채 보내고 있다는 사실 뻔한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생활 수준은 물론이고 개인 총 재산 등 다각도로 살펴봐도 독립유공자 자손들이 국민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고 하는군요.
자, 이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조사결과가 또 하나 있는데요. 뉴스타파에서 해방70년 특별기획 4부작 '친일과 망각'을 통해 친일후손 명단 1,1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1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며, 27%는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고 합니다. 또한 32%인 376명은 기업인이고, 그 중 3분의 1인 36.1%는 상장 기업의 대표나 임원, 주주였습니다. 대학교수가 191명이나 됐고, 의사가 147명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친일 후손 중 여성의 경우는 음대교수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정치인과 공직자, 법조인, 언론인 등 대한민국의 공적 영역을 움직인다는 소위 엘리트 그룹이 14%, 163명 정도였습니다.
자, 이 두 가지 조사결과를 살펴본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결국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연좌제를 부활시키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당장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이 조부의 친일행적에 대해 공개 사과했고, 지난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신기남 의원이 부친의 친일행적에 대해 공개 사과 후 의장직을 사퇴하기도 했죠? 그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조상의 친일에 대해 반성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그들에게 더이상 무어라 할 말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대한민국 땅에서 멀쩡히도 아니고 떵떵 거리며 살고 있는 친일파의 후손들은 부끄러움은커녕 당당하다 못해 그 조상보다도 더 두꺼운 낯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뉴스타파의 친일과 망각 1부 '친일 후손 1177' 편을 보면 후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 이재완, 이달용의 후손이 "소위 좌파 애들이라는 게 참 치사해. 역사 바로 세우기 잘못됐어요. 취지가 잘못됐어. 그럼 그 전에 대통령들은 다 바보인가. 노무현 지가 왜 갑자기 나서서 그걸 해"라고 되려 역정을 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이리도 친일파들이 노무현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이승만의 방해로 해체되버린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가 완성하지 못한 친일청산이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 2005년 '제2의 반민특위'라 불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킵니다. 또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법과 친일파재산환수법, 위안부피해자생활안정법 등을 추진했죠. 하지만 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앞다투어 반대, 불참 경쟁을 벌이다시피 했죠. 대표적인 의원들로는 박근혜, 김기춘, 김덕룡, 김용갑, 김재원, 서병수, 공성진, 유승민, 주호영, 나경원, 송영선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렇듯 친일파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민족정간지'의 탈을 쓴 친일매국언론 조ㅈ선일보가 눈이 돌아갈 때까지 노무현을 까고 또 깐 것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는 거죠.
친일파의 새로운 이름, 대한민국 엘리트 그룹
자, 다시 본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고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친일파들과 손을 잡은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해체하면서 한반도 이남의 친일청산 및 반민족행위자 처벌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이들은 친일의 대가로 축적한 부와 명예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친일청산 위에 반공의 기치를 덧칠한 국가 대한민국에서(이런 부분에서는 아마 친일파들이 가장 숭배해야 할 대상은 김일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가로 교육가로 기업가로 군인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아니, 일제시대보다 더 번영했습니다. 그들은 어느새 친일의 기수에서 반공의 기수로 바뀌어있었고, 독립유공자들이 피땀으로 이룩한 국가 대한민국에 아무런 수고도 들이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또 한 차례의 매국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은데요.
이렇듯 일제시대에 쌓은 모든 것을 기반으로 해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부와 명예를 세습하며 더욱더 많은 부와 명예를 손에 쥐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비해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은 조선 땅에서 부도 명예도 가진 게 없었기에 밑천이라고는 말할 것도 없었죠. 생각해보자구요. 애시당초 10억의 자본과 고급 승용차, 그리고 업계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과, 가진 거라곤 불알 두 쪽밖에 없는 사람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상대가 될까요?
전 자신있게 대한민국을 두고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국가'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땅에서는 '민족을 반역한 자와 빨갱이 둘 중 누가 더 나쁜 놈이냐, 한쪽만 골라라'라는 요상한 논리가 통용된 나라입니다. 당연히 둘 다 이 땅에서 박멸을 시켰어야죠.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승만과 자유당은 '민족반역자들이 군 지휘 능력과 행정 능력이 뛰어나니 저 북괴에 맞서기 위해 친일청산은 접자'며 친일청산을 앞장서서 막음으로써 민족반역자들이 대한민국을 다시금 장악할 수 있도록 아가리에 갖다 쳐 바친 것입니다. 이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같은 친일세력이자 군사독재세력인 박정희와 손을 잡았고, 보고 배운 게 쿠데타인 전두환과 손을 잡고, 권력에 눈이 멀어 독재세력에 투항한 김영삼과 손을 잡아왔습니다. 2015년 현재 '친일파 후손들=대한민국 엘리트 그룹'이라는 공식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은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 잡았고, 새누리당사에서, 청와대 관저에서, 조선일보 사옥에서, 고려대학교 이사장실에서 멀쩡히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배반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3년 광복절 독립유공자 및 유족들과의 오찬 ⓒ청와대
오늘 박근혜가 청와대로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평화통일이라는 온전한 광복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강조했다고 하는군요. 야채장수한테 가서 내가 사과를 사려고 하는데 얼마에 팔꺼냐고 물어보는 격입니다. 천황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혈서를 쓰고 엔카를 즐겨부르던 만주군 장교 다카기 마사오의 딸이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불러들여 훈화말씀을 하는 나라 대한민국, 그 동생은 한국이 더이상 일본에 사과를 요구해선 안된다며 노골적인 친일망언을 쏟아내는 나라 대한민국, 일제로부터 빼앗긴 독립유공자의 재산을 돌려달라고 후손이 요구하자 온갖 핑계를 대가며 기를 쓰고 돌려주지 않으려는 나라 대한민국. 이 배반의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염석진이 밀정이면 처단하라, 지금 수행합니다.
영화 <암살> 中 안옥윤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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