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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포천 나들이입니다. 경기도 포천· 강원도 철원 지역은 제게 꽤나 애증이 서린 지역입니다. 제가 6사단 청성부대에서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뭐 길게 말 안해도 아시겠죠. 오늘 방문한 집은 원래 제일갈비라는 이름이었던 김근자 할머니집입니다. 부모님이 오셔서 면회 외박·외출을 나왔을 때 두어번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죠.
전체 좌석이 250석 정도에 달하는데요. 포천 이동 지역의 갈비집들이 대부분 공간이 넓습니다. 주말이 되면 5사단, 6사단, 8사단, 약간 멀리는 3사단까지 군인들이 외박 외출을 나와 가족들과 오는 수요도 많고, 주변에 관광지들이 꽤 있기 때문에...공간이 작으면 대응이 어렵거든요.
전 바깥 쪽이 보이는 입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대부분이 좌식 테이블이지만 입식 테이블도 7~8 테이블 정도 있습니다. 펜션에 방마다 딸려있는 개별 바베큐장에서 고기 먹는 것 같은 기분도 좀 나고 하니...이 쪽에서 먹도록 하죠.
화끈한 화력을 자랑하는 참숯이 등장했습니다. 숯이 오자마자 열기가 후끈후끈...덥네요.
밑반찬들이 쭉 깔렸습니다. 양념게장이라든지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메뉴들이 아니긴 한데요. 하지만 건강하고 신선한, 그리고 손맛이 잔뜩 묻어있는 반찬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우와 이런 집이 있다니' 싶을만한 집입니다. 밑반찬 이야긴 잠시 뒤에 해보기로 하구요.
양념갈비 2인분이 나왔습니다. 갯수로 1인분에 ㅇ대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램 수로 재서 나옵니다.
예전에도 한 번 이동갈비의 유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포천이동갈비는 조선 말 궁중에서 나온 궁녀가 포천 이동면에서 갈비를 동치미와 곁들여 선보인데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동막걸리와 더불어 포천군의 명물이 된 이동갈비는 1960년대 초반 '이동갈비집'과 '느타리갈비집'이 영업을 시작하며 점차 이동갈비촌이 형성되었죠. 그런데 1980년대 당시 서울 동대문시장 내 산악회 회원들이 근처에 있는 국망봉을 등반한 후 이곳을 들르면서 그 맛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들 하네요. 푸짐한 양과 그 맛이 먹는 이들로 하여금 구매력을 자극시켜 현재는 전국적으로 이동갈비가 퍼져있죠.
숯의 화력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양념갈비니까 천천히 익겠지 하고 마음 놓으시면 안됩니다. 상당히 금방 구워지니 스탠바이를 하고 계세요.
철망까지도 잘라버릴 것만 같은 위력의 가위. 대체적으로 고기가 익지 않았을 때는 가위가 잘 들지 않은데...이 가위는 얄짤 없습니다. 무조건 잘라버리는 절대 가위. 하지만 너무 일찍 자르면 육즙이 빠져버릴테니 충분히 구워진 이후 자르시길...
자, 위에서 언급했던 밑반찬들을 쭉 살펴보도록 하죠. 동치미와 쌈야채를 제외하면 이렇게 8가지 종류의 밑반찬이 나왔는데요. 김근자 할머니집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이 모든 밑반찬의 재료들을 모두 직접 농사를 지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더덕, 민들레, 고추, 시래기, 우엉, 가지, 깻잎 등... 먹는 순간 '아 이거 잘 길러냈다'라는 느낌이 드는 반찬들입니다. 화려한 한정식과 같은 음식은 아니지만 정성껏 기른 자연의 맛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뒤뜰에 나가 이거저거 따와서 조물조물 만들어낸 반찬이 떠오릅니다.
우선 올린 갈비 3대가 슬슬 익어갑니다. 먹부림을 자극하는 색이 살살 돌기 시작하는데요. 젓가락을 움직이고 싶지만 조금만 더 참아보도록 합니다.
추가로 주문한 된장찌개도 나왔습니다. 야채가 아낌없이 들어가있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미더덕이 들어가 더욱 시원한 맛을 냈던 된장찌개. 제가 원래 고깃집에서 공기밥을 잘 안먹는데...이 된장찌개 때문에 공기밥을 주문했습니다. 밥을 부르는 된장찌개. 국물의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드디어 갈비가 다 익었습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졌으니 이제 한 점씩 먹어보기로 하죠.
취향에 맞게 쌈을 싸서 먹는 순간 왜 사람들이 포천까지 와서 이동갈비를 먹는지 이유를 알게 되실 겁니다. 갈비가 갈비지 뭐 별게 있겠어? 생각하다간 큰코 다칠 맛. 옆 테이블은 할아버지 네 분이 오셔서 술 몇 병을 시켜 함께 고기를 먹고 있었는데...오랜 친구로 보이는 분들이 담소를 나누며 한 점 한 점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니 남녀노소를 불문한 이동갈비 사랑이 느껴지더군요.
고기들을 모서리로 밀어두고 남은 갈비 2대를 마저 굽습니다. 아, 이동갈비에 대한 또 한가지 설이 있는데요. 1970년대 어느 날, 군부대 근처의 돼지갈비집을 찾은 할머니가 품 안에서 소갈비를 내어주며 '내일 자신의 아들과 함께 들를 터이니, 이것을 양념해서 구워주면 양념값에 품삯까지 쳐 주겠다'라며 통사정을 했답니다. 경상도에서부터 꼬박 하루가 걸리는 먼 길을 와서, 이제 보면 또 언제 볼지 모르는 막내에게 소고기를 먹이고 싶었던 것이죠. 고향에서 비싼 갈비를 사서 품에 안고 달려왔지만, 날이 더워 안타깝게도 고기는 이미 쉬어버린 상황. 자식 키우는 마음은 매한가지라고, 돼지갈비집 주인은 말없이 쉰 고기를 받은 뒤, 다음 날 새벽 시내 도축장에서 제일 좋은 암소고기를 사다가 부랴부랴 재워 노모와 장병을 먹였답니다. 그 후, 돼지갈비집 주인의 마음에 감동을 받은 종업원들과 주변사람들의 성화에 돼지갈비집이 소갈비 메뉴까지 시작하게 되었고, 이 이야기가 상인들과 장병등 사이에 소문이 나서 돼지갈비가 아닌 소갈비가 이동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하네요. 근처에 워낙 군부대가 많으니 그럴 법도 한 이야기지요.
저 역시 이 곳 김근자 할머니집을 처음 방문한 것이 2010년입니다. 당시 이등병이었을 때 부모님이 면회를 오셔서 외출을 나왔는데, 4주간의 훈련소 생활과 이등병 생활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가족과 함께 앉아 고기를 구워먹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네요. 1기갑여단, 3사단 백골부대, 5사단 열쇠부대, 6사단 청성부대, 8사단 오뚜기부대 장병들에게 이 곳 포천 이동갈비 골목은 누구나 자그마한 추억이 하나씩 서려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입구 쪽에는 각종 반찬을 비롯해서 식혜, 무말랭이차, 커피 등을 먹을 수 있는 셀프바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교정기를 끼고 있어서 좀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갈빗대까지 깨끗하게 뜯어먹었습니다. 갈빗대에 붙은 살이 전 제일 맛있더라구요. 뭔가 갈비를 정복한 기분이랄까...
평소에 먹지 않던 공기밥까지 먹은터라 사실 좀 오버이긴 했지만, 그래도 고깃집에서 면이 땡기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물냉면 하나 주문해서 시원하게 마무리!
바깥에선 직원 분이 숯을 달구랴 주차 안내를 하랴 정신없으시네요.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기왕 포천까지 왔으니 근처 좀 돌아봐야죠.
이 곳 역시 이 근방 군인들에게 상당히 익숙한 곳입니다. 바로 포천 산정호수. 전역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산정호수를 빙 둘러싼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군복무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포천 이동갈비를 드시고 추천할 만한 여행지로는 산정호수 외에도 명성산 억새꽃축제, 포천아트밸리, 운악산 자연휴양림, 광릉수목원 등이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포천 지역의 여행지 외에도 조금만 더 올라가면 인접해있는 강원도 철원의 여행지들도 있습니다. 제가 복무한 6사단의 작전 지역이기에 저에게 상당히 익숙하죠. 북한 노동당사. 서태지와아이들의 3집 '발해를 꿈꾸며'의 뮤직비디오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날 고석정에서 출발하는 안보 견학을 신청해서 월정리역, 철원평화전망대, 제2땅굴 등을 관람했습니다. 아...역시 이 동네는 언제나 오면 기분이 싱숭생숭해요..ㅋㅋ 김근자 할머니집에서 포천이동갈비 맛있게 드시고 근처 여행 한바퀴 하고 오시죠!
▣ 김근자 할머니집 ▣
☞주소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2099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477-22)
☞전화번호
031-531-2157
☞영업시간
OPEN 08:40 CLOSE 22:00 Last Order 21:00
☞주차
가능
☞와이파이
불가
☞주관적 점수
가격 ★★★ 위치 ★★★ 서비스 ★★★ 맛 ★★★★
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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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로그의 식당 리뷰 [맛있는내음새]는 제가 느낀 그 맛 그 느낌 그대로, 솔직함을 보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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