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종영, 생각외로 허술했던 도깨비 결말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가 16부작을 끝으로 종영했습니다. 3회차의 방송분을 남겨둔 지난주 일요일,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스페셜 편을 내보내면서 결방을 선택한 '도깨비'는 시청자들이 느낀 결방의 아쉬움에 보상이라도 하듯 뛰어난 영상미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15회, 16회를 연속 방송하면서 마지막 한 방을 휘몰아쳤죠. 도깨비 마지막회라는 생각에 좀 슬프긴 했지만..

하지만 영상미에 비해 스토리의 마무리는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그간 치밀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줬던 것에 비해 14, 15, 16회의 스토리는 같은 작가가 쓴 것이 맞을까 싶도록 엉성했어요. 박중헌을 죽이기 위해 칼을 빼낸 탓에 소멸하게 된 김신. 세상에서 김신에 대한 기억이 모두 지워지고 김신(공유 분)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물게 되었는데요. 9년 뒤 은탁(김고은 분)이 촛불 하나 불었다고 다시 이승으로 소환되었다니... 첫눈이 오는 날 촛불을 끄고 소원을 빌면 언제나 나타나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그렇게 돌아올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장엄하게 죽을 필요도 없었지 않았을까...아니면 차라리 일찍 돌아오던지요..ㅎㅎ

뭐 그렇다 치고 두 사람이 연결되어가는 과정과 은탁이 기억을 되찾게 되는 것까진 좋았습니다. 가슴 아프게도 은탁이 교통사고로 죽게 되죠.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것인데.. "아저씨를 만나러 반드시 오겠다"며 저승사자(이동욱 분)가 주는 차를 마시지 않고 하늘나라로 떠나는 장면 참 슬펐어요. 그리고 이동욱도 써니(유인나 분)를 마지막 망자로 하여 저승사자 임무를 마무리짓게 되죠. 그렇게 한명 한명 떠나가고 김신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은 상황. 홀로 벤치에 앉아있는 김신에게 한 구직자가 샌드위치를 건네는 장면에서 일단 한번 확 깼습니다. 이 드라마의 결론은 2056년까지도 서브웨이는 장사를 한다는 것인가... 그리고 김신의 조언을 듣고 걸어가던 이 구직자가 만난 사람이 바로 김비서, 아니 김회장(조우진 분)인데..나이가 뭔가 안맞더라구요. 왜냐하면, 써니와 저승사자도 환생을 해서 30대 정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나이 계산을 해보면 김비서는 100세가 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거든요. 이 부분에서도 좀... 

뭐 여하튼 결국 결론은 써니와 저승사자는 배우와 형사로 환생해서 끝내 두 번의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었고, (모텔신에서 모텔 주인이 삼신할매였다면 좀 더 재밌었을텐데)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김신의 눈 앞에 환생을 한 지은탁이 나타나는데, 저승사자의 차를 마시지 않은 터라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게다가 처음 김신을 만났을 무렵처럼 학생의 나이로 등장한지라...결국 마지막까지 김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고등학생 설정으로 끝이 났네요..ㅎㅎ 너무 스토리를 '찬란하게' 풀어놔서... 어찌 수습을 해야할지 감당이 안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훌륭한 드라마였습니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者들' '태양의 후예' 등을 집필한 스타작가 김은숙의 작품이었고, 공유와 이동욱에게서는 30대 배우가 뿜어낼 수 있는 원숙미가 터져 나왔죠. 활발하고 싱그러운 은탁의 캐릭터를 김고은이 무척 잘 살려주기도 했고, 캐나다 로케를 포함해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진 촬영은 훌륭한 영상으로 보는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삼신할매, 도깨비, 저승사자 등과 같은 한국적 컨텐츠를 드라마 속에 매우 잘 녹여내 독특한 한국적 판타지 장르로 승화시킨 것. 죽음을 마주한 채 계속 이어지는 스토리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드라마 볼 일이 없겠네요. '도깨비'를 보는 내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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