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다스는 누구겁니까?'에도 움직이지 않던 이명박이 움직였다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다스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해 지난 11월 바레인으로 출국할 당시 "적폐청산을 빌미로 한 감정풀이, 정치보복이라는 의심이 든다"는 간단한 코멘트 이외에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입을 열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맹형규 전 행정자치부 장관, 정동기 전 민정수석, 김두우 전 홍보수석, 최금락 전 홍보수석,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이동관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이 동석하였습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는 점에 대해 저는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의 수사에 대해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 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제발 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고 되도 않는 소리를 늘어놓기도 했죠.
그간 측근들의 산발적인 멍멍거림을 제외하곤 침묵을 지켜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현재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는지 의아하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 이유는 크게 2개로 좁혀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이명박 정부 시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17일 새벽 구속된 것이고, 두 번째로는 다스 관련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턱 밑까지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다스 전직 임원들의 뒤집힌 진술, 칼 끝이 이명박의 목에 다다르다
우선 첫 번째로 다스 관련 수사를 살펴보죠. 검찰이 다스 전직 임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성우 전 대표를 소환조사했었는데요. 김성우 전 대표는 검찰 측에 "2007년 검찰과 2008년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다스와 관련한 진술이 거짓이었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제대로 답변하겠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작성한 데 이어 "다스 설립 2년 전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실무 준비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다스는 설립 단계에서부터 차명으로 세워지도록 계획이 되어있었다고 하는데요.
김성우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현대건설에서 일한 뒤 1996년부터 12년간 이상은 다스 회장과 함께 다스 공동대표를 지낸 인물입니다. 김 전 사장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다스의 자금관리를 맡겼다고 하죠. 그 외에도 또 다른 결재라인의 인물인 권승호 전 전무가 과거 검찰과 특검에서 "이 전 대통령과 다스는 관련이 없다"는 진술을 번복하는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요. 이제 다스와 관련하여 남은 건 이상은 다스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형제 뿐인 것 같습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MB의 집사' 김백준 총무기획관 구속되다
두 번째 문제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자회견장으로 나오게 한 결정적 계기라고 평가되는 것은 바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구속된 것은 검찰이 최근 김주성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조사하던 중 "이 전 대통령을 청와대 집무실에서 독대한 자리에서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실을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이후의 결과인데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총 4억원,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은 5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청와대 측 인사가 국정원에 먼저 돈을 요구하여 상납받는 과정에서 윗선의 관련성은 없는지 추궁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청와대에 건네진 특활비가 있는지 조사 중인 상황입니다.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일 당시 처음 만나 40년 넘게 이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켜온 측근 중의 측근으로 'MB의 집사'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내내 청와 내의 온갖 궂은 일은 물론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업무까지 도맡아 처리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죠. 박근혜 씨의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이었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생각나죠?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백준 전 기획관은 "시계나 식기 등 청와대 기념품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국정원에 돈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청와대 기념품을 왜 국가정보원 예산으로 만들었어야 할까요? 정말 궁금한 부분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두려워하는 것은 '김백준 구속'이 아닌 '김희중의 입'?
그런데 이번 MB정부 국정원 특확비 상납 의혹과 관련된 구속영장 발부 중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검찰이 지난 12일 압수수색을 한 것은 김백준 전 기획관, 김진모 전 비서관,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등 3명이었는데, 김희중 전 부속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죠.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조사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는데, 이 말은 김희중 전 실장이 현재 검찰 수사에 순순히 협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그는 이미 국정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고 이를 누구에게 전달했는지도 인정했다고 하죠? 참고로 그가 전달했다고 밝힌 사람은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던 행정관입니다.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은 과연 왜 검찰 측에 협조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무척이나 상세하게 썰을 풀어낸 이가 있으니 바로 MB정부의 개국공신이자 토사구팽의 아이콘인 정두언 전 의원.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자회견장으로 이끈 것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의 구속이 아니라 김희중 전 실장의 검찰 진술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하면서 돈 관리를 직접 해온 '집사 중의 집사' '성골 집사'였다는 것이죠. 정리해 보자면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몸으로 때우는 집사고, 김희중 전 실장은 쩐을 만지는 집사로군요.
그런데 왜 '성골 집사'가 이번 국정원 특활비 상납 의혹의 키맨이 되어 검찰 측에 협조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도 정두언 전 의원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는데요. 설명에 따르면, 2012년 김희중 전 실장이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1년3월의 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리고 김 전 실장이 만기 출소를 한 달 앞둔 2013년 9월 그의 부인이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죠.
김희중 전 실장의 뇌물 수수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청와대 측은 자체조사를 통해 그를 사실상 청와대에서 내쫓았고, 그가 부인상을 당했을 때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찾아오기는커녕 꽃 한 송이도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 전 실장은 원래 절대 사익을 챙기지 않는 성격인데, 실수 한 번 했다고 해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에 김 전 실장으로서는 처절하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제 와서 이 전 대통령을 두둔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김희중 전 실장이 만약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이야기 했다면 검찰은 엄청난 카드를 쥐고 있다고 봐야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두언 전 의원은 "당연하다.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라며 단정을 지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과 얽힌 모든 돈 문제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기인한 것인데요. 그 외에도 정 전 의원은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가 전날 "MB를 잡아가려고 하면 전쟁이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되게 웃기는 얘기다. 소총 든 사람하고 핵미사일하고 전쟁이 되느냐. 지금의 이명박, 소총도 없는 거다"라고 현 상황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김희중 전 실장은 정두언 전 의원의 예측대로 검찰 측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금 관련 문제를 모두 털어놓으며 뒤늦게나마 정의사회 구현, 적폐 청산에 일조했을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앞날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매일매일 내일이 기다려지는 나날들입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멋진 모습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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