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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 협상의 이면과 정치적 희생의 허구성

자발적한량 2018.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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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남북 단일팀 논란의 시작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9대 대선 당시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체육교류 재개'와 '남북 체육교류 재개로 남북의 화해 협력'을 약속한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4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평창 평화올림픽 5대 구상'을 밝혔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이러한 5대 구상에 기초해 정부에서는 구체적인 8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올림픽 기본 구상'을 만들었죠. 새해 첫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이후로 고위급 남북 회담이 성사되고, 이 자리에서 우리 측이 정부의 구상안을 먼저 제안해 북측이 수용하면서 내용 대부분이 남북 합의문에 포함되었습니다. 현재 현송월 삼지연관혁악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 중인 상태이며, 우리 측에서도 마식령 스키장 등을 보기 위한 사전점검단이 출발할 예정이죠? 


▲문재인 대통령 평창 평화올림픽 5대 구상

 - 북한 선수단 참가를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의 

 - 금강산 육로를 통한 북한 선수단 대회 참가 

 - 북한 동계스포츠 인프라 활용 방안 협의 

 - 북한 응원단의 속초항 입항 

 - 금강산 온정각 일대에서 올림픽 전야제 개최


▲정부 평화올림픽 기본 구상

 - 남북선수단 개회식 공동 입장

 - 남북 공동 응원단 구성

 - 북측 선수단 및 응원단의 육로 및 해로 입국 지원

 - 북측에 사전 훈련지 제공 및 공동 훈련

 - 북측 마식령 스키장 이용

 - 올림픽 개막식 전야제 금강산 개최

 - 북한 응원단 및 예술단 참여

 -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정치적 목적에 희생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관련 이슈 3가지



그런데 이 기본 구상안 중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항목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네티즌 사이에서 그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빙판 위에서 땀흘려온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희생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흘렀죠.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2>에도 나왔듯 실업팀 하나 없는 우리나라의 여자 아이스하키 환경은 무척이나 열악합니다. 대표팀 최고령인 한수진 선수만 해도 연세대 기악과 피아노 전공 출신이죠. 여자 아이스하키는 전체 엔트리 23명에 경기당 22명인데, 북한 선수들이 합류하면 누군가는 엔트리에 들지 못하게 되고, 엔트리에 든 선수도 출전 시간을 뺏길 수 밖에 없다며 그간 올림픽이라는 꿈에 청춘을 바친 이들이 왜 불이익을 받아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팀, 어차피 메달권 밖이다"라며 남북 단일팀 구성을 언급한 것이 여론에 불을 질렀죠.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는 공개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져 나갔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에 사로잡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하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IOC 헌장에 명시된 올림픽의 정치 중립성 원칙과 공정경쟁 정신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IOC 및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지도부에 보냈고,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평양올림픽을 선언한 것" "북한 체제 홍보인지 헷갈릴 지경" "일시적인 위장 평화"와 같은 맹공을 퍼부었죠.



또 이러한 상황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탈락한 이민지 선수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남북 단일팀 결정을 내린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솔직히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막상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밝힌 이민지 선수는 "선수에게 게임을 뛰는 1분 1초가 소중하다.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지"라며 정부의 단일팀 결정을 비판했죠. 이민지 선수의 글 역시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과거 대선 당시 이민지 선수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투표 인증샷이 보수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되며 "문재인 찍어놓고 징징거리지 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진보 네티즌들은 이민지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악플을 달아 결국 인스타그램을 닫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숟가락을 얹었는데, 22일 있었던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청와대 사람들은 여자 아이스하키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이민지 선수 SNS 글을 꼭 읽고 반성하라"고 말하며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되어 진행되고 있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왜? 남북 단일팀이 필요한가? 왜? 여자 아이스하키인가?



두 가지 '왜?'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첫 번째로는 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인데요. 지난 9년간 남북한의 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은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한의 체육 교류에서 출발하여, 이를 계기로 열린 대화의 장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와 북핵 등 안보 문제 및 각종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입니다. 올림픽 유치 당시 우리가 어필했던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공헌'과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시키면서 이를 통해 남북한이 손을 잡기 위해선 남북선수단 개회식 공동 입장과 남북 단일팀 구성이 최적의 카드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왜 하필이면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이 남북 단일팀 대상으로 결정되었는지입니다. 동계올림픽의 단체 종목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무척이나 한정적입니다. 동계올림픽의 단체 종목에는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노르딕복합, 스키점프,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 컬링,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봅슬레이, 루지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종목 특성상 개인 종목을 팀전으로 하는 의미가 대부분이며, 팀플레이로 이루어지는 최적의 종목이 바로 아이스하키였던 것입니다. 이에 더해 남여 중 남북한 선수의 역량 차이가 조금이라도 덜 나는 것이 여자팀이라는 점도 한 몫 한 것이구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불참으로 남자 아이스하키 팀이 메달을 노려볼 만 하다는 점도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단일팀 구성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예상해봅니다. 


정치권·이민지 선수 페이스북 글·정치적 목적에 의한 희생에 대한 항변



자 그럼 위에서 언급된 이슈들을 하나씩 좀 더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가장 간단하고도 대수롭지 않은 문제인 정치권에서의 논란. 현재 자유당 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철새 3인방' 김성태·권성동·장제원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남북 단일팀 지원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놓은 인물들입니다. 2011년 7월 자유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남북 단일팀 지원을 다룬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지원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김성태·장제원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죠. 나경원 의원은 어떻구요. 자신이 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북한 참가를 위해 서한까지 보냈다가 까였습니다. 자유당 의원들이 내로남불에 똥볼차는 행동이야 뭐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그다지 특별한 일도 아니긴 합니다.



두번째로는 이민지 선수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된 논란. 이민지 선수가 SNS 등을 통해 네티즌들의 거친 악플 등을 받는 상황과, 투표 잘하지 그랬냐고 조롱을 받는 모든 상황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우선 하고 있습니다. 문빠들이나 일베충들이나 그다지 다르게 보지 않는 터라 양쪽 다 노답인데, 이민지 선수가 받는 심적인 상처가 무척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와는 별개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번 남북 단일팀 구성의 결과로 이민지 선수가 대표팀에서 탈락했다는 잘못된 내용이 돌고 있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북 단일팀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은 23인 엔트리에 북한 선수 3명 합류안을 제시했는데, 북측은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배수인 6명 합류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에서 발표된 '올림픽 한반도 선언'을 통해 기존의 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을 추가, 총 35명으로 엔트리를 구성할 수 있도록 결정되었죠.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위해 다른 참가국들이 양해를 한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총 35명의 엔트리 중 매 경기 22명의 출전 선수를 선발하는데, 이안에 3명의 북한 선수가 포함되어야 하게 된 것입니다.


즉, 남한 측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엔트리 23명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평균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12명의 북한 측 엔트리가 포함된 것으로 인해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죠.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했을 당시 기사를 살펴보면 "대표팀 붙박이였던 이민지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미국 콜로라도 태생으로 부모님이 모두 한국인인 이진규(영어명 그레이스 리)가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최종 엔트리 23명에는 임대넬, 희수 그리핀, 박캐롤라인 등 3명의 귀화 선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른바 남북간 화해 분위기 조성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희생된다는 논란입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깊게 들어가야 하는데요. 우선 아이스하키 종목에서의 개최국 자동출전권이 2010년에 폐지되었습니다. 그 당시엔 평창 동계올림픽이 확정되기 전이라 우리 측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점차 몸이 달았죠. 국제아이스하키협회(IIHF) 측에서 2014년 이전 남자는 18위, 여자는 12위까지 수준을 끌어올리면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고려하겠다고 하였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었구요. 물론 남자는 2015년, 여자는 2016년 IIHF 랭킹 순위를 기준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결정되는 거였지만 당시 상황으로 볼 땐 그리 희망적이지도 않았고. 


그런데 2014년 IIHF 총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한해 개최국 자동 진출권을 주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당시 KIHA 측이 정부와 한국 내 후원기업을 통해 2천만불(약 214억원)을 투자해 평창올림픽 이전까지 경기력 향상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을 약속하고 얻은 출전권이었죠. 뭐 물론 정부에서 아이스하키에 이렇다하게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 당시부터 지금까지 KIHA 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힘이 컸죠. 하지만 어찌되었건 스포츠협회장직을 비롯해 후원이라는 것이 정부와 기업간의 쿵짝에 맞춰 돌아가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구요. 동호회 수준이었던 과거의 모습이 모티브가 되어 2016년 영화 <국가대표2>가 개봉하는 것을 비롯해 졸지에 한국 아이스하키는 동계 스포츠 최강 수준의 서포트를 받게 됩니다. 2천만불인데요. 선수 귀화에, 한국계 선수 영입에, 외국인 감독에 등등.. 하지만 2015년 남자 아이스하키 순위와 2016년 여자 아이스하키 순위는 모두 23위였습니다. 애시당초 아이스하키 종목 본선 진출이 순수한 실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IIHF와 KIHF간의 정치적 행위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점 역시 고려되야 하는 부분이죠.


이해와 설명이 부족했지만...



물론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원만한 협의라든가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간 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에게는 빙판 위의 1분 1초도 아까운 시간일텐데, 출전 시간의 감소는 피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팀워크가 중시되는 종목이니만큼 그간 호흡을 맞춰온 대한민국 선수들만 뛰었을 때보단 분명 기량 저하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제3차 세계대전까지 오르내리던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할 정도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서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부분도 있고, 너무 오버하지 않으려고도 애쓰고 있죠. 




국가의 대의를 위해 개인에게 희생이 강요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남북 단일팀 논란의 경우 조금 더 일찍 선수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설명, 양해를 구하는 과정만 동반되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아니었을까요? 물론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남북한의 교류가 새해부터 이루어진터라 워낙 급작스럽게 진전되었다는 점은 고려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IOC 역시 20일 '올림픽 한반도 선언'을 통해 다급히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결정했을까요.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협상 과정의 비화 하나를 소개하면서 오늘의 포스팅을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IOC와 IIHF가 남북 단일팀 엔트리를 23명에서 35명으로 늘리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북한 측은 경기당 5~6명의 선수 출전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측 대표단은 이에 대해 절대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며 논의 자체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배수진을 쳤구요. 이 과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5명 수용안을 제시했고, 결국 우리 대표단이 3명으로 절충하는 선에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대신 바흐 위원장은 북한 측에 쇼트트랙 와일드카드 2장을 추가로 배정해주었구요. 올림피즘 실현을 위해 오히려 북한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 했던 IOC. 북한과 IOC의 요구에 대해 3명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정부가 오히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지켜준 것 아닐까요?


오늘의 키워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IOC #평창 동계올림픽 #문재인 대통령 #이민지 선수 #올림픽 한반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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