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일식집 어의도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엄마랑 저녁 약속을 하고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매번 여의도에서 만나면 엄마 회사 근처인 IFC몰에서 점심에 만났는데 저녁에 여의도에서 만나는 것은 진짜 드문 경우였네요. KBS 별관 뒷편에 위치하고 있는 어의도. 어의도라는 이름은 전남 신안군의 어의도에서 따왔을까요 아니면 여의도에서 언어유희를 한 것일까요? 궁금했는데 못 물어봤네.
홀이 넓지 않습니다. 룸이 따로 있지 않고 전체가 테이블로 구성되었는데요. 업장 내부 톤도 그렇고 정감가는 그런 복작복작한 느낌입니다. '아이고, 오늘 하루도 빡시게 일했네. 고생했다 짠하자 짠!'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법한 분위기 있잖아요. 실제로 제 옆 테이블에는 '전무님'이라는 분을 중심으로 한 8명 가량의 회식팀을 비롯해 전체가 화이트칼라. 안그래도 여의도 회식장소로 꽤나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예약전화했을 때 제가 마지막 예약이었어서 2인 테이블 밖에 없는데 괜찮으시냐고 물어봤었거든요.
어의도에선 메뉴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단 하나의 코스만으로 승부하는 곳이거든요. 인당 35,000원의 사시미 코스 하나. 심상치 않은 느낌이 스멀스멀 풍겨오죠? 안주로 단품을 선택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개별메뉴가 준비되어 있긴 합니다만 이는 사시미 코스를 주문한 이후 추가메뉴입니다. 술은 세 종류의 사케와 증류 소주, 그리고 기타 소주, 맥주, 청하 등. 콜키지는 병당 3만원으로 높은 편.
곁들임 찬이 몇 가지 준비됩니다. 적채와 마늘종, 풋콩(에다마메), 명이나물과 묵은지. 명이나물과 묵은지는 회에 곁들여 드시면 좋습니다.
전복죽으로 코스가 시작됐습니다. 이날 세척 맡긴 렌즈 찾으러 남대문 갔다가 바로 머리 자르러 압구정 가느라 하루종일 굶었었는데... 죽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네요.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 전 샐러드를 먹지 않고 엄마는 샐러드를 무척 좋아해서 샐러드가 나오면 본인 앞으로 냉큼 가져가 버리셔요. 샐러드 접시마저 순식간에 텅 비어 버려서, 엄마한테 "우리 조금 천천히 먹자"고ㅋㅋㅋ 너무 나오는 족족 그릇을 비워버리니까 괜히 주변에서 쳐다보는 것 같잖아...ㅋㅋ
그 다음으로 바로 어의도가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인 숙성회가 등장합니다. 산지에서 직접 공수해 저온에서 숙성시켜 두툼하게 썰어낸 숙성회. 당일 재료 사용을 원칙으로 해 무척 신경을 많이 기울이는 듯 한데, 확실히 맛있는 건 손님들이 알아서 알아본다고 호평이 자자한 메뉴죠.
계절에 따라 구성이 바뀐다는데, 제가 갔을 땐 연어, 참돔, 숭어, 광어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여름엔 농어가 나온다든지 겨울엔 방어가 나온다든지 조금씩 변동이 있겠죠. 안씹어봐도 식감이 상상될만큼 두툼합니다. 얇은 것보단 당연히 두툼한 것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좋죠.
각각 제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한번 먹어봤습니다. 광어는 묵은지와 먹는 것이 찰떡궁합이죠. 묵은지가 적당한 사이즈로 잘려 있어 그 위에 광어 한 점 올리고 둘둘 말아서 쩝쩝. 숭어는 명이나물과 함께 먹어봅니다. 숭어는 간장, 초장보다 쌈장 혹은 쌈장에 초장 조금 섞고 와사비 조금 섞어 만든 막장에 먹을 때 맛있더라구요. 올해 먹어본 숭어 중에 제일 괜찮았습니다.
연어는 다른 생선보다 와사비를 좀 더 많이 올려서 무순만 곁들여봅니다. 생연어도 숙성을 어떻게 얼마나 시키냐에 따라서 정말 맛이 천차만별인데, 여기 연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참돔은 참돔은 뜨거운 물에 데친 뒤 재빠르게 얼음물에 식히는 마스까와를 했습니다. 껍질 부근의 풍미를 확 살려내주죠.
광어 지느러미(엔가와)는 왠지 모르게 항상 젓가락이 초장으로 향하는 것 같네요. 눅진한 고소함 때문에 그런가. 여담을 잠시 해보자면, 계산하고 나올 때 숙성회가 너무 좋았다고 인사를 하면서 궁금한 거 몇 개를 좀 여쭤봤더니 숙성회만 취급하고, 재료는 당일 사용을 원칙으로 하다보니 노쇼 등으로 인해 준비한 재료를 사용하지 못해 폐기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고 하더라구요. 아깝게스리...
여의도일식집 여의도횟집 어의도
회를 먹고 있는데, 두번째로 등장한 해산물모둠. 이 때부터 기분이 확 좋아졌습니다. 원래 회를 먹을 때만 해도 오늘 엄마랑 오랜만에 밥 먹으러 왔고, 술은 나중에 지인들이랑 먹어도 좋다는 생각에 사이다를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해산물을 보니까 소주가 팍 당기더라구요...ㅎㅎㅎ 그냥 그렇게 생각만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소주 한병 시켜서 먹으라고...ㅋㅋ 집에 갈 때 운전은 엄마가 하겠다고... 마음 바뀔까봐 냉큼 주문했습니다. 주문하면서 맥주 1병 은근슬쩍 끼운 건 안 비밀...
개불과 멍게. 보통 해산물 모둠하면 가장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재료들이죠. 엄마는 멍게를, 저는 개불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대타협을 이뤄내고 각자 좋아하는 메뉴를 많이 먹는 것으로..ㅎㅎ
근데 사실 제가 개불보다 좋아하는 것은 소라. 소라는 숙회로 나왔는데, 초장에 쿡 찍어서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힙니다. 가끔 집에서 안주로 쓰려고 냉동소라 쟁여놓곤 있는데... 그거랑은 비교가 안되죠.
전복. 산지 전복 가격이 폭락해 '서민 수산물'이 됐다는 뉴스를 며칠 전에 봤는데, 아직 전혀 체감되지 않는 녀석. 감사하게도 엄마가 전복은 저 다 먹으라고 양보해줘서 제가 다 먹었습니다.
가운데 놓여져 있던 간장새우. 사실 간장새우는 제일 마지막에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재료 자체에 간장이 배어 있는지라. 다른 해산물들 다 먹고나서 먹었죠. 예전엔 맛있는 간장새우 먹는 거 의외로 쉽지 않았는데, 요샌 참 잘들 해요.
이건 제가 이자카야 갔을 때 엄청 좋아하는 멘타이 사라다군요. 말 그대로 큐브 모양으로 된 명태알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건데, 가벼운 안주로 최고죠. 톡톡 터져서 재밌고 달아서 맛있고.
다음 요리가 나와야 하는데 테이블에 공간이 부족해서 회와 해산물을 가져갔다가 새 접시에 담아서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 와중에 와사비 새로 내어주는 센스. 전 이런 사소한 점에 감동이 오네요.
이날 제 마음을 쏙 빼앗아 갔던 메뉴, 생선머리 간장조림입니다.
주인공은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 중인 이상민 때문에 가격이 올라버린 연어 머리. 근데 말로만 생선머리 조림이고 몸통도 있습니다. 예전에 성도수산 있을 때는 사장님께서 단골 서비스로 식당가서 구워먹으라고 주셨었는데. 사장님이 떠나고 나선 안먹은지 오래됐거든요.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연어머리네요.
말 그대로 간장조림이고, 꽈리고추, 무 등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약간 뒷맛이 잡아졌으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생강채도 곁들인 듯 하구요.
제가 왜 마음을 빼앗겼냐고 하면, 사실 생선 머리를 발라 먹는 거 참 좋아하는데, 일식집이나 참치집에서 생선조림에 손이 잘 가질 않습니다. 으레 그렇듯 혹은 가짓수를 채우기 위해 내어놓았다는 느낌을 주는 곳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날 이 연어머리 조림은 뼈 구석구석, 마지막에 눈알까지 아주 탈탈 털어먹었네요. 달달한 소스가 일단 너무 맛있었고, 연어머리도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먹어보면 엄청 맛있거든요. 껍질도 쫄깃하고. 간만에 제대로 만든 생선조림 먹었습니다. 어의도 코스 구성을 쭉 먹어보면 스끼다시를 늘어놓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하나하나 알차게 준비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여의도일식집 여의도횟집 어의도
튀김. 새우와 단호박이 각각 2피스씩 준비됩니다. 튀김보고 반갑다고 나오자마자 바로 집어들고 베어물지 마세요. 튀기자마자 나온거라 엄청 뜨겁습니다. 저 큰일날 뻔..ㅋㅋ 진짜 튀기자마자 나온거라 얇게 입혀진 튀김옷의 바삭거림이 끝장납니다. 안그래도 맛있는 튀김 이렇게 만드시면...
보편적으로 나오는 알밥, 마끼 등과는 달리 어의도에서 내어주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감태에 돌돌 만 밥과 가자미식해입니다. 감태에 말았으니 그냥 감태말이라고 표현하면 되겠죠?ㅎㅎ
은은하게 쌉쌀한 맛이 나는 감태말이와 함경도의 향토음식인 가자미식해를 한입에 쏙 먹고 나니 화룡점정이란 말을 이럴 때 써야 한다는 느낌이 나네요.
직원 분의 친절함은 기본이었고, 정말 코스 구성 하나하나 너무 알차고 하나도 흠 잡고 싶을 것이 없이 훌륭했습니다. 식사로도 좋고, 안주로는 더 좋고. 대부분 1차로 쌈박하게 마무리짓는 여의도 직장인들의 특성을 잘 캐치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위에서 말했던 '전무님' 테이블 술 엄청 시키시던데..ㅎㅎ 영업시간이 길지 않고 테이블이 한정되어 있는 특성상 예약은 필수입니다. 그냥 방문했다가 자리가 없거나 재료가 떨어졌으면 곤란할테니까요. 회식 등의 장소로 여기를 픽하면 칭찬 한 마디는 맡아둔 것이나 다름없을 듯 하네요. 이상 여의도일식집 어의도였습니다!
▣ 어의도 ▣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1길 25 B1F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4-27 B1F)
☞전화번호
02-785-6678
☞영업시간
OPEN 17:00 CLOSE 22:30
☞휴무
매주 일요일 및 공휴일 (토요일·공휴일 전날까지 예약이 없을 경우)
☞주차
불가
☞와이파이
가능
☞스마트폰 충전
가능
☞주관적 점수
가격 ★★★★ 위치 ★★★☆ 서비스 ★★★★☆
맛 ★★★★☆ 분위기 ★★★☆
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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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로그의 식당 리뷰 [맛있는내음새]는 제가 느낀 그 맛 그 느낌 그대로, 솔직함을 보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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