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고등법원, 30대 일본인 남성에게 태형 20대 선고
싱가포르 역사상 최초로 일본인 남성에게 징역형과 함께 '태형'이 선고됐습니다. 지난 1일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술취한 20대 여대생을 성폭행한 후 이를 촬영한 일본인 키타 이코(38)에게 징역 17년6월과 태형 20대를 선고했습니다.
키타 이코는 2019년 12월 29일 싱가포르의 유흥가인 클락키에서 만난 20대 여성 A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후 수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성관계 영상을 찍어 지인에게 전송하기도 했다고 하죠. 이후 의식을 되찾은 A가 이코의 집에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이코는 곧바로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24초, 40분 길이의 영상 2개가 발견됐죠.
검사 측은 "피해자는 수년이 지난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는 남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다"고 말했고, 판사는 판시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저지른 폭행은 잔혹하고 잔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판사는 이 코 측에서 'A가 성관계에 대해 동의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키타 이코는 싱가포르 최초로 태형을 맞는 일본인이 될 예정입니다.
싱가포르의 태형은?
싱가포르의 태형은 가는 막대 등으로 범죄자의 등이나 볼기를 때리는 형벌로, 주로 기물 파손, 절도, 마약 밀매 등과 같은 범죄에 내려집니다. 18~50세의 남성이 적용 대상으로 길이 1.5m, 두께 1.27㎝의 항생제에 절여진 등나무 회초리를 사용합니다. 교도소 건물 옥상에서 수감자의 두려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예고없이 집행되는데요. 벌거벗은 상태에서 장파열을 방지하기 위한 두꺼운 벨트를 채우고, 손발을 형틀에 묶은 상태로 다리를 벌려 엉덩이가 들어지게 만듭니다.
무술 유단자인 교도관(...)들이 1명당 6대씩 한 번에 최대 24대(청소년은 최대 10대)까지 실행할 수 있구요. 의사/간호사 1명이 참관합니다. 1분당 1대씩 최대 160km/h의 속도로 때리는데, 도움닫기를 해 체중을 매에 가득 실어 힘껏 내리칩니다. 요새는 태형 기계를 도입했다고 들었는데요. 보통 2~3대 맞고 나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다반사. 만약 다 맞기 전에 기절하면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한 뒤 다시 형을 집행하는데, 매질 당한 엉덩이가 완전히 낫기까지는 약 한 달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 정신적 영향으로 1~2년간 발기부전을 앓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한 태형 집행관당 6대씩 집행하죠. 한 번에 최대 최대 24대까지 실행할 수 있는데, 태형 집행을 마치면 상처 치료약을 주고, 매질 당한 엉덩이가 완전히 낫기까지는 약 한 달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지난 1994년 19세였던 미국인 마이클 페이가 기물 파손 행위로 태형 6대를 선고받았는데,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탄원서까지 보냈지만 싱가포르 당국은 횟수만 줄인 채 태형을 강행한 바 있습니다.
1년 덕분에 태형 피한 한국인 남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싱가포르에서 태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없을까요? 지난 5월 13일,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인 조 모씨에게 성폭행 혐의로 징역 8년이 선고됐습니다. 애시당초 조 모씨에 대해서는 현대자동차 그룹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근무 중인 엔지니어로 알려졌었지만, 현대자동차 측에서는 "해당 사건을 저지른 사람은 그룹 계열사 직원이 아닌 2차 협력업체 직원으로 본사에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죠.
그는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9층에서 4명의 동료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추석 연휴였던 2022년 9월,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추석을 즐기기 위해 13층의 동료가 사는 집을 방문했다가 새벽 4시반 경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파트 내 수영장 근처의 소파에서 자고 있던 스웨덴 국적의 25세 교환학생 여성을 발견합니다.
이 여성은 클럽에 갔다가 새벽 3시쯤 귀가했는데, 식료품을 사서 수영장을 지나다가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것. 조 씨는 피해자를 슬쩍 건드려봐도 반응이 없자 몸 이곳저곳을 만지다가 속옷을 벗기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습니다. 피해자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 씨는 피해자 위에 올라탄 상태였고,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애써 저항해 4시 45분경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고, 다음날 아침 아파트에 피해 상황을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범행 정황이 수영장의 감시 카메라에 일부분 촬영된 것. 이를 확인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경찰에 사건을 고발했고, 조 씨는 경찰에 붙잡혔죠.
사안을 보면 무조건 태형이 같이 내려져야 하는데 조 씨는 어떻게 징역형만을 받았던 것일까요? 다름 아니라 그의 판결이 내려진 2024년 기준 그의 나이가 51세였던 것. 태형 적용대상이 18~50세 남성이기 때문에 단 1년 차이로 그에게 태형이 내려지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태형을 선고받을 뻔 했는데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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