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광물협정 위한 미국 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전세계가 지켜보는 생중계 속에 고성과 막말 오가며 '노딜',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막장 TV쇼

자발적한량 2025.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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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에서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국을 맞았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28일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사에서 가장 큰 '외교적 참사'(diplomatic disaster) 중 하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타링크'로 우크라이나 협박하며 광물협정 체결 나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공언해왔고, 취임 후 실제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놓고 통화하는 등 행동을 취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8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종전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시작했죠. 하지만 이 자리에는 정작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배제되어 있었기에 당연스레 우크라이나 측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그간 러시아와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온 우크라이나는 한 발 물러서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을 미국에 공급하는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통한 안보 보장을 제안했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거부하며 미국의 군사 지원에 대한 보상으로 5,000억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희토류 광물의 50% 소유권을 부여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의 규모가 약 1,000억달러라고 추정하고 이에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멈추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는 독재자", "젤렌스키는 평화를 원한다면 양보해야 한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일으킨 것"이라고 우크라이나를 자극해왔고, 심지어 24일 UN 총회에서 발의된 러시아를 침략자로 지정하는 규탄 투표서 미국이 사상최초로 북중러와 함께 반대표를 던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를 활용합니다. 바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 전쟁 이후 정상적으로 통신망이 작동하지 않는 우크라이나군에게 해상 드론과 정찰 드론, 장거리 무인 항공기(UAV) 등의 운용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존재인 스타링크는 그야말로 우크라이나의 '생명줄'이었기 때문이죠.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50% 기여하면서도 안보 보장 못 받는 광물협정

결국 우크라이나는 광물협정에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건투자기금 규정과 조건 설정을 위한 양자합의'라는 공식 협정명으로 알려진 이 합의를 살펴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의 모든 관련 국유 천연자원 자산과 관련 인프라의 미래 현금화에서 얻은 모든 수익의 50%를 기여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안보 보장이 이 협정에서 빠졌다는 것. 희토류를 포함해 세계 광물 자원의 약 5%를 보유한 자원 부국인 우크라이나가 광물 자원으로 얻은 이익의 절반을 미국과의 공동 기금에 출자하는 안까지 수락했지만, 협정에는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자유롭고 주권적이며 안전하게 유지되기를 원한다'와 같은 원론적인 내용만 협정에 담겼을 뿐 나토 가입도, 핵무기 보유 등 그 어떠한 안보 보장도 받지 못했죠.

 

1991년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무기를 그대로 둔 채 소련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단숨에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 됐었습니다. 그런데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며 핵무기 폐기를 촉구했고,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조약을 통해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했죠. 우크라이나에서는 이 때 핵을 포기한 것이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구요.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핵무기 보유를 주장했지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현실적"이라며 일축했습니다.

 

'노딜'로 마무리된 정상회담, 욕설과 고성이 오간 충격적인 현장

이러한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에는 비화가 있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방문 하루 전날 미국 행정부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에게 전화해 도움을 청했고,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을 받아줄 것을 설득했다고 하죠. 

 

이때까지만 해도 백악관에서 트럼프 2기 첫 각료회의가 개최되는 등 우크라이나와의 협정은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우크라이나가 과연 미국에게 광물 개발권을 주는 대가로 어떠한 안보 보장 조치를 받아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을 뿐이었죠.

 

그런데 정말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치닫고 만 것. 회담 초반 40여분 간은 순조로은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한 미국 기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어투로 '왜 정장을 입지 않았냐'고 물으며 불길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언론은 대부분 친트럼프 성향의 매체들이었죠.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난 그의 옷이 마음에 든다"고 옹호했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은 젤렌스키 측에 백악관 방문 시 군복 같은 옷을 입지 말라고 여러 차례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소보다 격식 있게 우크라이나의 상징이 새겨진 검은 셔츠를 입긴 했지만 그 밑에 카고 바지를 입고 전투화를 신었죠. 이날 회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잘 차려입었네"라며 비꼬듯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막판 10분 분위기는 뒤집혔습니다. J.D.밴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러시아 외교를 언급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나라의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면서 "평화와 번영은 외교로 해결해야 가능할지 모른다. 그리고 "미국을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외교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죠.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며 동의하지 않자 밴스 부통령은 "미국 언론 앞에서 이 문제를 다투려고 집무실에 왔다면 무례한 일이다. 지금 당신들은 병력이 부족해 강제 징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끝내려고 하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며 바로 이빨을 드러냈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우크라이나에 와본 적이 있나? 당신이 우리 문제가 무엇인지 말할 자격이 있나?"고 반격했고, 밴스는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 와서 당신 나라를 도우려는 행정부를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예의 있는 행동이냐"며 재차 반격했습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중에는 모두가 문제를 겪는다. 당신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들은 대서양이 사이에 있어 직접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느끼게 될 것이다. 신의 가호가 있길…"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느낄지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고 나섰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조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비롯해 "당신은 수백만 명과 3차 세계 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라면서 "당신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미국의 안보 지원을 거론하며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면서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습니다.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협상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얼굴을 붉혔죠. 밴스 부통령도 가세해 "한번이라도 고맙다고 한 적이 있느냐"라며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격했습니다.

 

50분 간 진행된 공개 모두발언에서 이 같은 설전이 벌어진 이후 현장의 취재진들이 내보내졌고, 이날 오후 1시경 공동 기자회견이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참모들과 집무실에서 회의한 뒤 후속 회담의 취소를 결정했고, 오찬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이 백악관 복도에 있던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 측에 백악관에서 떠나달라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대화를 더 원한다"며 항의했지만 미국 측은 이를 거부했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시 16분경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라면서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고 글을 올렸고, 오후 1시 40분경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후 1시 40분경 백악관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백악관에서 나가달라는 말을 들은 직후에 광물 협정에 서명해달라고 '빌었으나'(begging)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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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지난 4년 동안 미국에는 푸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강하게 말하는 대통령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나라의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 평화와 번영은 외교로 해결해야 가능할지 모른다. 우리는 조 바이든의 방식을 따랐고, 미국 대통령의 말이 행동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미국을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은 외교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이다.

젤렌스키: 질문해도 되나

밴스: 물론

젤렌스키: 푸틴은 우리 땅, 우크라이나의 큰 부분과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2014년에 점령했다. 그때부터 오바마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이 있었고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다. 신의 가호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을 멈추길 바란다. 하지만 2014년부터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그는 그냥 점령했고 빼앗아갔다. 그는 사람들을 죽였다. 당신도 알다시피…

트럼프: 2015년?

젤렌스키: 2014년.

트럼프: 오, 2014년? 나는 그때 대통령이 아니었다.

밴스: 바로 그거다.

젤렌스키: 그렇다. 하지만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전선에서 계속 죽어가고 있다. 아무도 그를 멈추지 못했다. 우리는 푸틴과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2019년에는 협정도 체결했다. 나뿐만 아니라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메르켈(독일 총리)도 서명했다. 바로 휴전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그때 모두가 푸틴이 절대 다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휴전을 깨고 우리 국민을 살해했으며, 포로 교환도 하지 않았다. 포로 교환 협정을 체결했으나 그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JD, 당신이 말하는 외교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밴스: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내기 위한 외교를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님, 존경을 담아 말씀드리자면, 미국 언론 앞에서 이 문제를 다투려고 집무실에 왔다면 무례한 일이다. 지금 당신들은 병력이 부족해 강제 징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끝내려고 하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에 와본 적이 있나? 당신이 우리 문제가 무엇인지 말할 자격이 있나?

밴스: 나는…

젤렌스키: 한 번 와보라.

밴스: 나는 직접 보고, 기사도 읽었으며, 당신이 사람들을 홍보 여행에 초대하는 것도 알고 있다. 당신은 군대 징집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는가?

젤렌스키: 문제는 있다…

밴스: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 와서 당신 나라를 도우려는 행정부를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예의 있는 행동인가?

젤렌스키: 할 얘기가 많다. 말해도 되나.

밴스: 좋다.

젤렌스키: 전쟁 중에는 모두가 문제를 겪는다. 당신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들은 대서양이 사이에 있어 직접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느끼게 될 것이다. 신의 가호가 있길…

트럼프가 발끈하며 발언했다.

트럼프: 당신이 어떻게 아는가? 어떻게 우리가 느낄 거라고 말하는가.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느끼게 될 지를 당신이 정할 일이 아니다.

젤렌스키: 그냥 답변하는 중이다.

트럼프: 당신은 그런 지시를 할 입장이 아니다.

밴스: 당신이 바로 지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느낄 것인지 결정할 입장이 아니다. 우리는 아주 좋게 느낄 것이다.

젤렌스키: 영향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트럼프: 우리는 아주 좋게, 강하게 느낄 것이다.

젤렌스키: 당신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신은 지금 좋은 상황이 아니다. 스스로 나쁜 위치에 빠졌다…

젤렌스키: 전쟁이 시작된 이래…

트럼프: 당신은 나쁜 상황에 있다. 지금 당신은 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라면 카드를 가질 수 있다.

젤렌스키: 나는 도박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진지하다, 대통령님. 나는 매우 진지하다.

트럼프: 당신은 도박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가지고 도박하고 있다. 3차 세계대전을 가지고 도박하고 있다.

젤렌스키: 무슨 말이냐?

트럼프: 당신은 3차 세계대전을 도박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일은 우리나라에 대한 실례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지원한 나라를.

밴스: 감사하다고 한번이라도 말한 적이 있나?

젤렌스키: 수없이 했다. 오늘도.

밴스: 아니, 이 회의에서 말이다. 당신은 10월에 펜실베이니아에 가서 반대편을 돕는 선거 운동을 했다.

젤렌스키: 아니다.

밴스: 당신 나라를 구하려는 미국과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해라.

젤렌스키: 아니 당신이 전쟁에 대해 목청을 높인다고 해도…

트럼프: 그는 목청을 높이고 있지 않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당신 나라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젤렌스키: 대답해도 될까…

트럼프: 안된다 안 돼. 말이 너무 많았다. 당신 나라가 큰 문제에 빠졌다.

젤렌스키: 알고 있다. 알고 있다.

트럼프: 너희는 이기고 있지 않다. 이기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 덕분에 버틸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님, 우리는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고 여전히 강하다. 전쟁 초 우리는 홀로 싸웠다. 그리고 우리는 감사하고 있다. 나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만약 우리가 군사 장비를 보내지 않았다면, 이 전쟁은 2주 만에 끝났을 것이다.

젤렌스키: 3일이다. 푸틴이 그렇게 말했다. 3일이라고.

트럼프: 더 빨리 끝났을 수도 있다.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장담한다.

밴스: 그냥 감사하다고 해라.

젤렌스키: 여러 번 말했다. 미국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밴스: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국 언론 앞에서 다투지 말고 협의해야 한다. 우리는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안다.

트럼프: 하지만 봐라, 나는 미국 국민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매우 중요하다. 논쟁이 계속되도록 한 것도 그래서다. 감사해야 한다.

젤렌스키: 감사하고 있다.

트럼프: 당신은 카드가 없다. 궁지에 몰려 있다. 사람들이 숨지고 있고, 병력도 부족하다. 그런 상황인데도 휴전하지 않겠다, 계속하겠다. 이걸 원한다고 말한다. 봐라, 당장 휴전을 받아들여야한다면 그래야 한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것을 멈추고 너희 병사들이 죽지 않게 된다.

젤렌스키: 물론 우리도 전쟁을 끝내고 싶다. 하지만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트럼프: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나는 휴전을 원한다.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라도 휴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우리 국민들이 휴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가.

트럼프: 내가 있을 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바이든이라는, 똑똑치 못한 사람이 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젤렌스키: 당신의 대통령이었다. 당신의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아니다. 오바마는 아무 지원도 안했지만 나는 재블린 미사일을 줘 (러시아) 탱크들을 박살 낼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재블린을 줬다. 당신은 더 감사해야 한다. 내가 말하지만 당신은 카드가 없다. 우리와 함께라면 카드가 있지만 우리가 없으면 카드가 전혀 없다.

밴스: (기자의 질문에 대해) 만약 러시아가 휴전을 깨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트럼프: "뭐라고, 지금 네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이냐? 만약 그들이 휴전을 깬다면이라고 묻는 거냐? 모르지만 바이든을 존중하지 않았기에 바이든과 약속을 깼다. 오바마도 존중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존중한다. 장담한다. 푸틴은 나와 많은 일을 겪었다. 그는 가짜 마녀사냥을 겪었다…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오바마나 부시와 합의했던 협정을 깼고 바이든과 합의도 깼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지만 나와 합의는 깨지 않았다. 그는 협상을 원한다. 하지만 당신이 협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젤렌스키를 보면서) 내가 너를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이 문제다. 미국이 없으면 당신은 강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 국민들은 매우 용감하다. 그러나 협상을 하지 않겠다면 우리는 빠지겠다. 우리가 빠지면 혼자 싸울 것이다.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혼자 싸우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당신은 카드가 없다. 이 협정에 서명하면 훨씬 좋아질 텐데도 전혀 감사해하지 않는다. 솔직히 잘하는 일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자, 이걸로 충분하다. 안 그러냐? TV에서 대박이 날 것이다. 장담한다.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이후 언론의 반응

이러한 모든 과정에 전세계로 생중계되면서 보는 이들을 충격 속에 빠뜨렸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와 밴스(JD 밴스 부통령)가 우크라이나 지도자를 괴롭히기 위해 뭉치면서 외교는 생방송에서 사라졌다"면서 이번 회담을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빗대어 보도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현대에 들어서 미국 대통령과 외국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다투는 장면이 목격된 적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에게 고마운 줄 모른다고 질책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어떤 조건대로든 평화협상에 응하도록 강압하려고 시도했다"고 상황을 요약했죠.

 

영국 더타임임스는 "백악관의 비밀 의제가 무엇이었든 간에, 결과는 술만 안 마셨을 뿐 취객들의 싸움과 닮았다"면서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마치 '어프렌티스'에서 탈락한 출연자처럼 잘라버렸다"고 보도했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외교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젤렌스키와 트럼프 사이에 벌어진 '고함 지르기 시합'은 최악 시나리오가 예견한 범위조차 벗어났다"며 "주먹을 휘두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했죠. AP통신은 "경악스럽다"면서 "유럽과 세계 전체의 정세가 뒤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약자의 설움... 젤렌스키 "사과는 하지 않겠지만 트럼프와 미국민 존경해"

회담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매우 정직해야 한다. 우리가 나쁜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거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민을 존경한다"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러시아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미국이라는 파트너를 잃고 싶지 않다"며 트럼프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대답했죠.

 

미국 정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우리 최고사령관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미국에 대한 정치적 게임과 무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미국이 이용당하고 무시당하던 시대는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끝났다"며 "오늘 백악관 집무실에서 목격한 것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강조했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젤렌스키는 근본적으로 변하거나 떠나야 할 것"이라며 "오늘의 상황을 목격한 대부분의 미국인이 젤렌스키와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은 엑스에 "마침내 진실을 말하고 워싱턴의 끝없는 전쟁에 맞설 대통령을 갖게 됐다"고 말했으며, 브랜던 길 하원의원은 "미국 우선주의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우리 국민을 우선시하고 평화를 증진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자신의 X에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할 용기가 없었던 방식으로 미국을 대변해 준 대통령께 감사한다"며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줘서 감사하며, 미국은 당신과 함께 있다"고 적었고, CNN방송 인터뷰에서 "일을 파국으로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당신(젤렌스키)이 그렇게 공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애초부터 계획된 '젤렌스키 망신 주기'였나?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치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노딜'과 유사하다는 것.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브로맨스 관계에 있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배드 딜(bad deal·나쁜 협상)' 우려마저 나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이외 5곳의 핵시설 리스트를 제기하면서 모두 해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해체를 연결 고리로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맞서자 판을 깨버렸고, 북한을 향해 "협상할 준비가 안 됐다"고 선언하며 협상을 끝냈죠.

 

이번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사용과 판매로 (미국에) 많은 돈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표명한 것을 비롯해 "우리는 서로 오래 알고 지냈으며 매우 열심히 그리고 가깝게 일해왔다"고 말했고, 우크라이나 군인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감했다"라면서 "그 공은 인정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반드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 장치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자 "평화 협정을 할 준비가 되면 다시 오라"며 '노딜'을 선언한 것.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끼를 물지 말라"며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라"고 충고했었다고 합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외교적 매복'(diplomatic ambush)을 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넘어갔다"고 분석했는데요. 아무리 상대 국가 언어에 능통하더라도 국격 존중을 위해 각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며 통역을 통해 이야기하는 관례없이 다이렉트하게 영어를 사용하며 양국 정상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이 생중계로 전파를 탄 것에 대해 애초부터 젤렌스키를 조롱하고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도 하죠.

 

정상회담에서의 갈등에 불을 지친 밴스 부통령은 이라크 참전 용사이자 미국 밖의 전쟁에 회의적이며 네오콘(신(新)보수주의자)들을 경멸하는 젊은 세대의 공화당원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했을 때에도 "유럽 국가들에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위기를 맞았다"며 장황한 훈계를 늘어놓은 전력이 있죠. 과거 한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에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경 문제에 집착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유럽 각국 우크라이나에 연대의 뜻 밝혀 "우크라이나는 혼자가 아냐"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 면박을 당하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끝나자 유럽 각국 정상들은 일제히 우크라이나에 연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우선 두 정상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라는 침략자와 우크라이나라는 침략당한 국민이 있다"며 "나는 우리가 3년 전 우크라이나를 돕고 러시아를 제재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만큼 평화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길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유럽에 의지할 수 있다"고 지지를 보냈고,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 역시 엑스에 "우리는 좋은 때나 어려운 때나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다"며 "이 끔찍한 전쟁에서 침략자와 피해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서방의 분열은 우리 모두를 약하게 만들고 우리 문명의 쇠퇴를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을 이롭게 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참여하는 긴급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으며,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동지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연대 의사를 밝혔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역시 엑스에 "우크라이나, 스페인이 여러분과 함께한다"는 글을 올렸다. 네덜란드와 체코 등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밝혔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X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품격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를 더 빛나게 한다"며 "강하고, 용감하며, 두려움 없이 나아가라"고 응원했고,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오늘, 자유세계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이 도전을 받아들이는 건 우리 유럽인들 몫"이라며 미국에 대한 실망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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