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법정을 드나들며 보낸 '이재명의 시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년간 자신을 옭아맸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며 다음 대권을 위한 입지를 굳혔습니다.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조금 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2년 대선 이후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그야말로 탈탈 털었고, 8개 사건·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아왔습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에서 시작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어느새 본류가 잊혀진 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정리됐죠.
2023년초 언론의 헤드라인은 거의 매번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장식했습니다. 검찰이 1차 구속영장을 청구한 2023년 2월 국회에선 이재명 대표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었고,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가 병원으로 응급 이송된 직후인 같은해 9월 18일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죠.
당시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이었습니다. 이를 부결시킬 경우 ‘불체포 특권에 기댄 방탄’이라는 비판과 함께 중도층 여론이 돌아설 수 있고, 가결의 경우 지지층이 들고일어나 자칫 당 전체가 포연에 휩싸일 수 있었죠. 그리고 사흘 뒤 국회 본회의에선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습니다.
이렇게 정치적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은 이재명 대표는 9월 26일 지팡이를 짚고 영장실질심사 재판정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이재명 대표는 벼랑 끝에서 회생했죠. 이재명 대표의 승부수가 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그야말로 대승을 거두게 됩니다.
하지만 위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4년 11월 14일 서울중앙지법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 대해 당선무효형에 해당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 한성진 부장판사는 "대장동 실무자였던 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과,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 "국토부 요구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발언에 대해 모두 "허위 사실 공표에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형이 확정된다면 이재명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이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며, 민주당은 지난 대선 선거 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 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었죠. 물론 이재명 대표는 항소를 하며 재판은 서울고법에서의 2심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그리고 이재명 대표의 운명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로 인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데 이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격랑 속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항마 없이 차기 대선 지지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플랜B없는 이재명 일극체제가 민주당의 대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이어왔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리가 끝난지 오래임에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미룬채 장고를 거듭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가 결정되자 비명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며 대권을 위한 통합 행보를 이어오던 이재명 대표는 이를 멈춘 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위한 헌재 압박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어떻게든 윤석열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뒤 대통령이 되어 불소추 특권으로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깔아뭉개려고 한다며 공세를 퍼부었죠. 급기야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일인 오늘(26일)까지도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이재명 대표는 그야말로 '운명의 날'을 맞이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무죄를 확신한다"면서도 "2심 결과와 상관없이 이재명 대표의 대권을 준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만약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에 대한 걱정이 상당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무너진다는 최악의 상황은 아예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겠죠.
사법 리스크 형틀에서 내려온 이재명, 대권 가도 '청신호'
그리고 이재명 대표는 다시 한번 역전의 드라마를 쓰는 데 성공했습니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압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국민의힘 측에서 공개한 이재명 대표의 골프 사진에 대해 "해외 어디선가 10명 한꺼번에 사진찍은 거라 골프 함께 친 증거가 될 수 없고, 원본 일부를 떼낸 거라서 조작된거라 볼수 있다"며 이를 이재명 대표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죠.
정장 안에 방탄복을 입은 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끝나고 하시죠"라고 말한 채 법원에 들어간 이재명 대표는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밝게 웃으며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해 준 재판부에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중앙대 법대 2년 선배이자 한때 소개팅도 주선해줬다고 알려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판사 성향이 직업적 양심 누르고 판결에 반영됐다"고 비판했죠.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촉구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이번 무죄 판결로 이재명 대표는 지난 3년의 수난을 단박에 보상받고 '대세론'에 날개를 달았습니다. 대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이재명 대표, 현재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만 내려진다면 그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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