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모든 수입산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 조치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면서 "자동차와 특정 자동차 부품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서술했습니다.
이번 행정명령에 의해 4월 3일 오전 0시 1분 이후 수입되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25% 관세가 부과되며, 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 부품·전기 부품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는 연방 관보에 별도 고시하는 날짜부터 관세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다만 늦어도 5월 3일까지는 적용된다고 명시되었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자동차 관세가 영속적인지 묻는 질문에 "자동차 관세는 영구적이다. 100%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그의 임기 내에는 관세율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죠. 다만 4월 2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에 적용하고, 매우 관대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 캐나다, 일본 모두 트럼프 결정에 유감 표명, 대응책 마련 고심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 관세 발표에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에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죠.
하지만 유럽과 캐나다의 대응 온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 측은 "미국의 이번 결정을 그들이 구상 중인 다른 조치와 함께 평가하겠다"면서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하지만 "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조롱과 압박에 시달려온 캐나다는 곧바로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그간 미국 정부를 상대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동차, 자동차 부품을 (관세) 조치 대상에 넣으면 안 된다고 요구해온 일본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번 관세 조치 내용과 영향을 정밀하게 조사해 일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할 것과 국내 산업·고용 영향을 조사해 필요한 대책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GM, 한국 자동차업계도 비상
자동차가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한국 역시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타격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지난해 연간 170만대를 북미에서 판매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한국 등에서 수입된 차량이었기 때문. 관세 부과가 실현되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각각 6조6000억원, 4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타격이 더울 클 전망입니다. 미국 판매 1위를 기록한 투싼의 하이브리드 모델 및 판매 2위 모델인 아반떼를 국내 울산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기 때문. 이에 비해 도요타는 56%, 혼다와 닛산,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모두 60% 이상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을 통해 현지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어 향후 북미 판매량 내 수입 비중은 30%까지 줄어들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4일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있었던 투자 발표 행사에서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죠. 새로 만들어질 공장들이 제조를 시작하기 전까지 현대차는 크나큰 관세를 부담해야 할 처지입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바로 한국GM입니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인 GM의 한국사업장은 현재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대로 그의 임기동안 25%의 자동차 관세가 유지되면 GM은 한국에서 공장을 계속 가동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자동차 업체를 우리가 왜 걱정해야 하나 싶겠지만, GM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국내 부품 업계 역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GM 협력사 단체인 협신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276곳이고, 2,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약 30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GM은 현재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군산 공장은 2018년 문을 닫았고, 현재 부평 2공장도 휴업상태죠. GM이 군산 공장을 닫고 부평 2공장 가동을 멈춘 이후 지역경제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었습니다. 일단 한국GM은 철수설과 휴업설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글쎄요. 과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안타까운 점은 미국의 무차별 관세 폭격에 전세계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대미 수출 1위인 자동차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식물정부가 된 윤석열 정부는 현재 상황에 그 어떠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민관 공동대응이 절실한 시점에서 과연 한국은 어떻게 이 위기를 대처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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