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니가 이재명이에게 한 짓보다 열 배나 더 혹독한 대가 받을 것"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중도 탈락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미국으로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또 다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7일 홍준표 전 시장은 "아무래도 내가 겪은 경선 과정은 밝히고 떠나야겠다"며 "용산과 당 지도부가 김문수가 (나보다) 만만하니까 김문수를 밀어 한덕수의 장애가 되는 홍준표를 떨어뜨리자는 공작을 꾸몄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윤 전 대통령과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한덕수 전 총리를 대선후보를 만들기 위해 홍 전 시장보다는 당내 기반이 약한 김문수 후보를 지원했다고 말하며 "김문수는 이들의 음험한 공작을 이용한 것"이라고 덧붙였었죠.
홍준표 전 시장은 12일 다시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0년 정치를 했는데도 어쩌다가 한 놈한테 두 번이나 네다바이(남을 속여 금품을 빼앗는 범죄) 당하냐"며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낯을 들고 다니기가 창피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래 이재명 나라에서 한 번 살아 봐라"며 "니가 이재명이에게 한 짓보다 열 배나 더 혹독한 댓가를 받을거다"고 저주를 퍼부었죠. 해당 게시글은 올라온 지 약 3시간 만에 삭제 조치됐습니다.
홍준표 전 시장은 "베란다에서 본 빅아일랜드 태평양"이라면서 수평선이 펼쳐진 태평양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탁트인 수평선이 꽉 막혔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활화산섬 빅아일랜드 코나섬"이라며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을 공개했는데, 아무래도 이 아름다운 태평양도 홍 전 시장의 홧병은 낫게 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좀 편하게 살도록 할 것"이라더니, 계속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내놓는 것으로 보니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하고 있네요.
이재명 "돌아오면 막걸리 한잔" 이준석 "나는 공항가서 홍준표 배웅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솔직히 이번 대선에서 홍 선배님 같은 노련한 정치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다"며 "하지만 선배님과 일합을 겨룬다면 한국 정치가 지나친 사법화에서 벗어나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다"고 설명했죠. 이어 "그런데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보수정당을 위해 평생 헌신한 홍 선배님께서 결국 뜻을 펼치지 못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해 참으로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홍 선배님의 국가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특히 좌우통합정부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며 "첨단산업강국을 위한 규제 혁신, 첨단기술 투자 확대, 모병제 등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밝힌 이재명 후보는 "이 난국에 이념이나 진영이 국익이나 국민 행복보다 중요하겠냐. 어떤 정당을 지지했든 누굴 지지했든 간에, 작은 생각의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며 "돌아오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적으며 글을 마쳤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홍준표 전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군 경청투어에 나섰던 이재명 후보는 "제가 며칠 전에 홍 전 시장과 전화했다"며 "그분이 저하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기도 하고, 가끔 저한테 미운 소리도 해서 제가 삐질 때도 있긴 한데 그분은 나름대로 자기의 입장을 그런대로 유지해 온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홍준표 전 시장에 대해 "변칙, 반칙 이런 걸 쉽게 용인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정치 입장이 다르더라도 증오하면 안 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12일 이 후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대선 후보 단일화 내홍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비판하면서 "사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홍준표 시장님 같은 분들을 우대해야 될 거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상당한 지지가 있었던 걸 확인했고,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대선 후보까지 지낸 분인데, 이분이 탈당해서 미국으로 가겠다고 하시는 판에 어느 누구도 말리는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고 직격했죠.
이준석 후보는 "도대체 인간적인 예의라든지 아니면 사람으로서의 도리라는 것이 어디가 있느냐"며 "도대체 누가 싸가지가 없고 예의가 있는 것인지 한번 되짚어봤으면 좋겠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저는 홍준표 시장이랑 워낙 인간적인 신의와 친분이 있기 때문에 대구에서 일정을 하다가도 인천공항까지 가서 (홍 전 시장을) 배웅하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다"고 말한 그는 "(배웅하는 자리에서) 홍 시장에게 '정책을 계승하겠다', '홍캠프 인물 중 저를 도울 수 있게 해 달라', '홍캠프 선거송을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마음대로 하라'는 허락을 얻었다"며 "그래서 오늘 자정 홍준표 시장이 히트를 친 선거송을 저의 대선 로고송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죠.
이준석 "내가 보수 진영 적장자" 하지만 홍준표 지지세력 이재명 지지 예정
이준석 후보는 홍준표 전 시장을 배웅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 진영의 적장자로서 이번 선거를 이겨내고 다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의 가치를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홍준표 전 시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 놈이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두 놈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라며 "이로써 한국 보수 레밍 정당은 소멸돼 없어지고, 이준석만 홀로 남는구나"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지지자들은 이준석 후보가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12일 홍준표 전 시장의 오랜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모임)', '홍사랑'을 비롯해 과거 홍준표 경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연대', '홍준표캠프SNS팀' 등이 13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죠.
상당히 놀라운 소식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사실 이러한 움직임이 완전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에도 홍준표 캠프 출신 일부 인사들이 이재명 후보를 향해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진력과 홍준표의 결기 있는 언행을 닮았다"며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이 있죠. 이에 대해선 '실용적인 리더십'과 '국민 통합'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지지하는 정치인의 현재 상황이나 소속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의 역량과 비전을 더 우선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홍준표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준표 전 시장의 '경제 책사'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이병태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캠프에 조인한다. 주류 경제학적 이야기를 이재명 후보에게 전하고자 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 교수는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양쪽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고민 끝에 이재명 후보 캠프를 택했다고 했죠.
"제 평소 지론에 부합하는 이준석 후보를 돕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이재명 캠프가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통합과 정통 경제 원칙에 입각한 경제 운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설득을 계속했고, 제가 주장했던 규제개혁과 성장 복원에 기여할 공간이 있다고 했다"면서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 이유를 설명한 이병태 교수는 "저를 아끼는 분들 중에 호랑이 굴에 가서 '문재인 2'를 막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수시는 분들도 많았다"며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상처뿐인 상태로 버려지더라도 경제적 자유를 위한 마지막 외침을 해보고 제 사회적 기여를 끝내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김 후보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들었습니다. 이병태 교수는 "이런 반지성 지도자를 수용할 수도 없고 경선 과정이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기에 그의 정통성도 수용하기 어렵다. 그의 노동운동적인 경제관도 그렇다"며 "제 가치관으로는 윤석열(전 대통령)의 계엄도, 김문수의 단일화 사기 공약에 입각한 승리도, 당권파의 심야 후보 교체 쿠데타 시도도 용납하기 힘든 폭거의 연속"이라고 지적했죠. 그리고 이준석 후보를 향해선 "이준석 후보에게는 매우 죄송하다"며 "홍준표 후보와 이준석 후보만이 제가 아는 한 자유시장경제 철학과 가치를 이해하는 정치인이었다"고 덧붙였죠.
다만 이병태 교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보복으로 일본이 수출 규제를 벌여 한-일 갈등이 증폭되던 2019년 7월 당시 페이스북에 "국교를 '정상화'했으면 어느 나라든 친하게 지내야 평화롭고 공동번영이 가능하다. 친일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반일이 반대로 비정상이다"고 적은 친일 옹호 발언 및 문재인 정부를 '치매' '정신분열증' '기생충'과 같은 단어를 써가며 비난한 것, 세월호 참사 추모를 "이 사회의 천박함의 상징"이라고 비하하는 글을 오린 것, 2021년에 만취상태로 옷을 벗고 지인을 성추행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가 이듬해 4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전력 등이 온라인을 통해 전파되며 선대위 안팎에선 그의 캠프 합류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죠.
한 선대위 관계자가 이와 관련해 "용광로 선대위가 되는 건 좋지만 순풍에 돛단 듯 잡음없이 가고 있는데 굳이 '통합'을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분까지) 모시고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결국 민주당 선대위는 이 교수의 발언 등이 논란이 되자, 이 교수의 캠프 합류 여부에 대해 재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과거 논란될 발언이 많아 내부에 보고가 된 상태"라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이 교수가) 캠프에서 어떤 직책을 맡게 될지,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선에서 그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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