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 주기를 며칠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에서 경악스러운 일을 벌였습니다. 14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대선 후보 자문 및 보좌역 23명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인제 전 의원 등 13명이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에는 12·12 군사반란에 가담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었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희성 당시 육군참모총장, 황영시 당시 육군참모차장과 함께 신군부 핵심 5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1979년 당시 50사단장이었던 정 전 장관은 군사반란이 성공한 뒤 특전사령관에 임명돼 신군부가 군 지휘권을 장악하는 데 기여했고, 광주민주화운동 전날인 1980년 5월17일 열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는 비상계엄 확대를 적극 지지했죠.
실제 신군부는 17일 자정을 기점으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계엄 포고령 10호를 선포했습니다. 계엄 선포 이후 정 전 장관은 특전사령관으로서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공수부대로부터 보고를 받았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당시 지휘 공로로 충무무공훈장(3등급)을 받기도 했구요. 정 전 장관은 1983년 육군참모총장, 1987년 내무부 장관, 같은 해 국방부 장관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습니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대구 서구갑에 민정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죠.
하지만 1997년 대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함에 따라 수감되면서 서훈이 취소되고 퇴역연금이 중단됐지만 구속 이듬해인 1998년 사면에 따라 석방됐습니다.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지내다 2002년 정씨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정몽준 전 의원의 대선 출마를 도왔고, 이후 12·12 사태 40주년인 2019년에 전두환 등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샥스핀 등의 메뉴로 오찬 모임을 하는 목격되어 사회적 지탄을 받았습니다. 2021년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자진해 개인 자격으로 조사를 신청한 것도 알려졌죠. 자신이 광주 진압 작전에서 배제됐었고, 노태우에 의해 정계에서 제거된 것이라는 기가 찰 주장이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및 '화려한 휴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내란·쿠데타 세력의 주동자격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2일 방송 인터뷰에서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김문수 후보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정 전 국방부 장관의 상임고문 위촉을 취소하였음을 알린다"고 밝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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