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참회? "이 당의 정통 보수주의는 끝나... 노년층 상대로 국민의 짐"
미국 하와이로 떠나가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를 날려대면서 국민의힘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건 가수 현미의 노래일 뿐이다"라고 말했던 홍준표 전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DJ·노무현 정권 시절 저격수 노릇 하던 때가 이 당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홍준표 전 시장은 당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를 '정치 전위대'로 여겼고, 하루하루 '오늘은 어떤 타격을 줄까'를 고민하며 살아갔다고 회상했습니다. 정치의 전부가 공격과 타격에 있었다는 듯이, 그의 역할은 그만큼 명확하고 단순했죠. 하지만 정작 당의 중심은 늘 '일 안하고 안방 차지하던 자들'의 몫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홍 전 시장은 2006년 4월 서울시장 경선을 계기로 이 당의 민낯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홍 전 시장은 '일하는 놈 따로 있고, 자리 챙기는 놈 따로 있는 당'이라는 현실, 이후 20년을 속앓이하며 지냈고, 앞의 10년은 그저 철부지처럼 뛰어놀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감정 토로를 넘어, 보수 정치 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분석되고 있죠.
홍 전 시장은 특히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 은퇴를 기점으로 "이 당의 정통 보수주의는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남은 것은 "사이비 보수들이 모여 온갖 미사여구로 보수를 참칭한 세월"이라는 것이죠. 그는 지금의 국민의힘을 "정강정책조차 좌파 정책으로 둔갑시킨 정당"이라 비판하며, 보수가 더 이상 보수가 아니라는 냉소를 드러냈습니다. 정치 브랜딩에 있어서 '국민의힘'이란 이름은 허울뿐, 현실은 "노년층만 상대로 국민의 짐이라 떠드는 수준"이라며 국민적 신뢰를 잃은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번 대선이 끝나면 기존 판을 갈아엎고 새 판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수 정당의 리브랜딩, 혹은 재탄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았죠. 그는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예로 들며, "기득권층의 대변자였던 토리당이 몰락하고 보수당이 새롭게 등장했듯, 한국의 보수도 새 얼굴과 정신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 하와이로 보낼 예정인데 홍준표 "오지 마라"
한편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홍준표 전 시장을 향해 "저희 잘못을 고치는 한편 깍듯이 예우하겠다"며 바짝 엎드렸습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16일 KBS라디오 '전격 시사'에서 "홍 시장은 당대표, 대선주자, 도지사 등 당의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다"며 당의 큰 어른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 당이 잘 못한 부분에 대해서 실망하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저희가 이 부분을 고쳐 나가고 예우해 모실 수 있도록 계속 연락을 취하겠다"며 힘을 보태달라고 했죠.
국민의힘은 지난 당내 경선에서 홍준표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대식 의원을 홍 전 시장이 머물고 있는 하와이로 보내 이번 대선에서 함께 해줄 것을 적극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경선이 끝나고 나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 드리는 부분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김 후보도 홍 전 시장에게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며 이와 같이 밝혔죠. 하지만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지 말라고 했다"며 "문수형은 안타깝지만, 그 당은 이미 탈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대식 의원 측은 "안 갈 수 없다며, 일요일에 출국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선거 운동 돕지 않는 한동훈 전 대표, "윤석열과 절연해야"
홍준표 전 시장 뿐 아니라 한동훈 전 대표도 김문수 후보의 고민거리입니다. 선거대책위원회 참여나 유세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는 전날 유튜브 생방송에서 "몇몇 중진들이 뭐 도와달라고 막 이렇게 얘기하는데 아니 자기들이 뛰던가요"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쓰레기 같은 정치 응징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라는 글을 올리면서도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우리 당 대통령 후보 김문수는 국민과 당원이 뽑은 후보다. 당원이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 선거 지원을 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죠.
한편 한동훈 전 대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5월 18일 대통령 후보 토론 이전에 김문수 후보님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김 후보님이 결단하지 않으셔도 저는 이재명 민주당과 힘을 다해 싸울 것이지만, 결단하지 않으시면 우리는 이길 수 없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의 절연' 외에 '계엄 반대'와 '자유통일당 등 극단 세력과의 선 긋기'가 필요하다며 "김 후보님께서 개인적 의리를 중시하는 분인 것은 알지만, 여러 차례 그리고 따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탄핵 반대'에 대한 당의 입장 선회가 핵심"이라고 강조했죠.
이렇듯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아직까지 정리하지 못한 와중에 한동훈·한덕수·홍준표 등 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쟁했던 주자들이 김문수 후보를 지원해주지 않으며 김 후보가 거의 '나홀로'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이번 대선을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호인단에 참여했던 석동현 변호사를 시민사회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조경태 의원이 "선대위 구성 주요 인사들이 윤 전 대통령 측근들"이라며 "이게 과연 김문수 후보 선대위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하는 등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죠. 이쯤되면 국민의힘 중진들과 의원들이 대선보다는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위한 당권을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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