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000t급 신형 구축함 김정은 눈 앞에서 좌초... "범죄적 행위"
평양에 살고 있는 돼지가 잔뜩 성이 났습니다. 북한에서 두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진수식에서 좌초됐습니다. 건조한 구축함을 물에 띄우는 과정에서 배가 물로 미끄러져 들어가도록 하는 '진수썰매'가 빠져 최신식 구축함이 뒤집히는 사고가 난 것. 군 현대화를 과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김정은 위원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범죄적 행위"라며 관련 책임자들의 무더기 처벌을 예고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격노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그대로 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노동신문은 1면에 "구축함 진수 과정에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진수 과정에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하여 대차 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배꼬리)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돼 좌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고 함수(뱃머리)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엄중한 사고"라고 보도했습니다.
육상에서 구축함을 건조한 후, 슬라이딩 방식으로 배를 물에 띄우다가 배 뒷부분을 지탱하던 진수썰매가 먼저 빠졌다는 것. 이에 구축함의 꼬리 부분이 땅에 닿았고 바닥에 구멍이 생기는 등 선체가 부서졌다는 거죠.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청진항의 대형 함정 진수 동향을 사전에 감시하고 있었으며, 측면 진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사고 구축함은 함수 쪽은 육지에, 함미 쪽은 바다에 빠진 채 선체가 누워있는 상태입니다. 북한 당국은 아무래도 이러한 상황이 부끄러웠던지 선체를 위장막으로 가려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사고 구축함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개최한 5000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의 '쌍둥이함'으로 보입니다. 당시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하고 대규모 인원들이 동원됐던 최현호 진수식 행사는 조선중앙TV에서 1시간 넘게 보도됐죠. '북한판 이지스구축함'으로 불리는 5000t급 구축함에 대해 북한은 "대공, 대함, 대잠, 대탄도 미사일 능력은 물론 공격 수단들 즉 초음속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육상 타격 작전 능력을 최대로 강화할 수 있는 무장 체계들이 탑재돼 있다"고 과시해왔습니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함수와 함미쪽 레일이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수 과정에서 배가 파손되는 건 굉장히 드문 사고"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해군력 현대화를 계속 강조해왔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수식 날짜를 맞추려다 보니 안전 절차 등이 부실하게 준비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사고 전 과정을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은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의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며 격노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직접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처벌을 예고했다고 하죠.
북한은 2023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때도 실패 사실을 공개했지만 분노나 책임자 처벌까지 공식화한 적은 없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간부들의 비위가 적발됐을 때 '특대형 범죄' 등을 언급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교화'에서 공개처형까지 다양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처벌 수위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분노 메시지를 공개한 것을 두고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공포 정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다음달 소집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전까지 긴급 복원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선박 기능이 불능한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죠.
기술력 발전 홍보에 안간힘 쓰는데... 되려 기술력 한계만 드러내는 중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북한군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를 방문해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북한 미그-29(MiG-29) 전투기에서 신형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로 실사격하는 사진을 공개했죠. 북한이 2021년 신형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공개했는데, 실사격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쟁의 승패는 훈련장에서부터 결정된다"며 "전투정치훈련에 심신을 깡그리(하나도 남김 없이) 바쳐 나갈 때 신성한 우리 국가의 하늘과 땅, 바다는 그 어떤 적도 감히 범접 못하는 철벽의 요새로 더욱 굳건히 다져질 것"이라고 했다고 하죠.
아직 한국도 공대공 미사일을 자체 개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기술을 뽐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이 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한국의 공대공미사일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무기체계죠. 공대지 미사일도 전투기용은 2028년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헬기에 장착하는 공대지미사일만 개발돼 있습니다. 북한의 이 미사일은 북·러 군사협력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북한이 기술력 한 번 뽐내보겠다고 나섰다가 망신살이 뻗친 일은 이번 구축함 진수식 뿐이 아닙니다. 자유아시아 방송은 지난달 24일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대표적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미래과학자거리의 고층 아파트가 균열로 인해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죠. 방송은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53층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건물이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아파트 구석구석 벽에 금이 가고 벽체 미장과 타일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유아시아 방송이 기사에 게재한 사진을 보면, 53층 아파트의 일부로 보이는 건물에 심한 균열이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래과학자거리는 김정은 총비서가 2015년에 건설한 대규모 과학자 주택단지로, 대동강 기슭에 현대적인 과학자 거리를 만들겠다며 조성한 곳인데, 그중에서도 53층 아파트는 미래과학자거리의 대표적 건물입니다. 건물 외관부터 특이하게 설계됐고 아파트 꼭대기에는 위성 모양으로 생긴 높이 24미터 무게 40톤의 상징탑이 세워져 있죠. 북한은 미래과학자거리 준공 당시 53층 아파트 건설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미래과학자거리 건설 당시 속도를 자랑했습니다. 2015년 2월 김정은의 미래과학자거리 건설현장 시찰 당시 북한은 "6개월 전 착공의 첫 삽을 박은 때로부터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총돌격전을 벌여 온 군인건설자들의 힘찬 투쟁에 의하여 방대한 1단계 건설공사가 85% 수준에 도달"했다고 선전했죠. 김정은은 평양정신, 평양속도가 창조되고 있다고 대만족을 표시했고, 1단계 건설은 같은 해 태양절(4월 15일)까지 2단계 건설은 같은 해 당창건 70돌(10월 10일)까지 무조건 끝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11월 진행된 준공식에서 박봉주 당시 총리는 미래과학자거리가 불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다고 자랑했습니다. 2016년 7월 평양의 여명거리 건설장에서 진행된 축하행사에서는 70층 건물의 골조공사를 불과 74일 만에 끝냈다는 군인 건설자가 축하를 받았는데, 이 건설자는 "매일 한 층씩 골조를 올렸고 18시간 만에 한 층을 올린 적도 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쥐뿔도 없는' 북한에서 예고된 참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2014년 5월 평양 평천구역에서는 23층 아파트가 붕괴돼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난거죠. 사고가 난 아파트는 완공 이전인데도 90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고 사실을 공개하고 간부들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북한은 당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공사를 날림식으로 하여 … 엄중한 사고를 빚어냈다"면서 부실공사를 인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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