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한국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치렀지만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
그간 수 차례 외교 무대에서 무례함을 보여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서도 그 무례함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입장을 준비해 오지도 않았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백악관의) 반응이 있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연단 위에 놓인 서류를 잠시 뒤지더니 결국 찾지 못한 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구해다 주겠다"라고 말한 뒤 다른 질의를 받기 시작했죠. 레빗 대변인의 브리핑은 40여분 간 이어졌지만, 이후에도 한국 대선 관련 백악관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로이터 통신이 백악관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논평을 개별 요청했고, 백악관은 익명 당국자 명의의 답변을 통해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중국의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간섭과 영향력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백악관이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논평하면서 중국을 언급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때 모두 양국의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며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죠.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 아래에서도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거리두기'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의 입장의 배경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가) 한국 선거에 대한 중국의 개입 의혹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거나 이를 한국 대선과 직접 연관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익 세력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이재명 후보를 비난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만 당선 축하 성명 발표, 미 극우파는 선거 결과 부정적
한편 온라인에서 자칭 '트럼프 자문'으로 활동하는 극우적 인사 로라 루머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시점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한국의 명복을 빈다"(RIP South Korea)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습니다. 로사 루머는 이 글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점령하고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끔찍한 일"이라며 한국의 극우적 인사들과 같은 인식을 보이기도 했죠.
1993년 유대인 출신의 극우 인사인 로라 루머의 이러한 반응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실제로 트럼프 정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로이터 통신을 비롯해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루머가 2일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마이크 왈츠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났다'고 보도했죠. 이 자리에서 루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의제에서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들을 해고하라며 명단을 제출했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의 지목을 받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직원 일부를 해고했습니다. 루머는 이후 자신의 X를 통해 "계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면서 "미국 대통령과 국가 안보를 위해 계속 강력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해 이러한 보도가 사실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루머 뿐 아니라 트럼프 정부 1기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은 지난 5월 29일 본인의 'X' 계정에서 한국의 선거가 이미 "부정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면서 "부정선거 결과는 중국 공산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C)는 미국 선거 감시단의 수많은 요청을 거부했다"며 선관위 위원들이 미국인들을 검열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정작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죠. 플린 전 보좌관은 이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에는 3만 명이 넘는 군인과 가족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한국 국민들이 미국에 버림받았다고 느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러시아, 이란, 가자지구 등이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지역과 이 선거 부정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중국에 더 큰 영토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로라 루머와 마이클 플린 등 극우적 성향의 인사들이 근거 없는 추측으로 한국 선거를 중국을 견제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의 성명에는 백악관의 입장과 달리 중국에 대한 언급도 없었죠. 루비오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 공동의 가치, 그리고 굳건한 경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며 "또한 오늘날 전략적 환경의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경제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또한 지역 안보 강화, 경제적 회복력 강화,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 수호를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죠.
이시바 일본 총리·시진핑 중국 주석 '축하 메시지', 젤렌스키는 한글 메시지
한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오늘 오전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 민주주의 결과로 한국 국민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며 "취임을 축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고 언급한 이시바 총리는 "민간을 포함한 한일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한 것을 비롯해 한일 양국이 저출산·고령화, 인구의 수도권 집중, 미국과 동맹 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 등 공통 과제가 많다면서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한일, 한미일 협력을 활발히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일 정상회담은 조속히 하는 것이 좋다"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조기 회동에 의욕을 나타내기도 했죠.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문을 보내 "중국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라고 언급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한중 관계 발전이 양국 인민의 복지를 증진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안정과 발전·번영에 긍정적 공헌을 했다"며 "나는 한미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현재 세계에는 100년만의 변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국제·지역 형세의 불확실 요인이 늘어나고 있는데, 세계와 지역의 중요 국가로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굳게 하며 호혜 목표를 견지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죠.
그 외에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X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며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해 나가기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을 비롯해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이 X에 "당선을 축하한다"며 "핵심 동망으로서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글을 썼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X에 한글로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 우크라이나는 한국 국민과의 우호 관계와 대한민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소중히 여긴다"며 "성공을 기원하며, 양국의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과 성공을 기대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대만 외교부도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대만) 정부를 대표해 한국 정부와 인민에 다시금 민주 선거를 마친 것에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며 "우리나라는 긴밀하고 단단한 상호작용 기초 위에서 한국 새 정부와 영역별 협력 관계를 지속 심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함께 촉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죠.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IP4(한국·일본·뉴질랜드·호주)를 초청할 것이냐는 질의에 "(정상회의) 프로그램은 적절한 시기에 발표되겠지만, IP4 국가들의 나토 회의 참석은 전통"이라고 답했습니다. 뤼터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새 대통령과 협력하는 것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행운을 빈다"며 "인도·태평양과 한국 국내에서, 그리고 각국과 관계에서 중요한 게 많이 있어 쉬운 자리가 아니겠으나 그 관계를 지원하고 구축할 수 있도록 나도 도울 것"이라고 말했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