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매거진 소속의 패션 매거진 W코리아가 지난 1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주최한 제20회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Love Your W 2025(러브 유어 더블유)'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W코리아 측은 해당 행사 초대장을 통해 '본 캠페인은 유방암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예방과 치료에 큰 힘을 보태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파티 및 공연에 참석하시어 뜻깊은 자리를 더욱 빛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전한 바 있죠.
이날 행사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고수, 고현정, 공명, 그레이, 김민하, 김세정, 김영광, 김영대, 김지석, 노상현, 노정의, 덱스, 르세라핌 김채원·카즈하), 몬스타엑스 셔누·형원, 문소리, 바밍타이거, 박규영, 박은빈, 박재범, 방탄소년단 RM, 제이홉, 뷔, 변우석, 수현, 스트레이키즈 방찬·승민), 아이들 미연·민니·소연·슈화·우기, 아이브 안유진·레이·장원영, 아일릿 윤아·민주·모카·원희·이로하, 에스파 카리나·윈터·지젤·닝닝, 엔믹스 해원·설윤, 엔하이픈 성훈·제이크·정원, 엘리스, 올데이프로젝트 애니·타잔·베일리·영서·우찬, 우원재, 원지안, 이동휘, 이민호, 이수지, 이수혁, 이영애, 이유미, 이준혁, 이채민, 임수정, 임지연, 있지 예지·유나), 장윤주, 전소니, 전소미, 전여빈, 정려원, 정해인, 조유리, 추영우, 코드쿤스트, 크리스탈, 키키 지유·이솔·수이·하음·키야, 태양, 하정우, 화사, 효연 등이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행사 사진과 영상에는 유방암 인식 개선을 상징하는 '핑크색 리본(핑크 코사지)'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 한명, 배우 변우석만 이를 착용했을 뿐이죠.
행사 직후 공식 계정에는 유방암과 직접적인 관련없이 술자리를 즐기거나 화려한 포즈를 취한 연예인들의 영상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이에 공연과 파티 분위기가 행사 목적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쏟아졌죠. 첫 번째 논란은 가수 박재범의 공연. 박재범은 무대에 올라 그의 대표곡인 '몸매'를 열창했는데, 이 곡의 가사가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소재화한지라 워터밤 같은 공연에서라면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유방암 환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이 공연에 대해 '공간을 찢었다'는 문구로 포장하며 홍보했고, 공식 영상은 게시된 지 약 20분 만에 돌연 삭제됐죠.
또 다른 논란은 결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에게 요청한 챌린지. 카리나는 'Sugar on my tongue' 노래에 맞춰 가슴 부근을 쓰다듬은 방식의 동작을 취했는데, 이 역시 유방암 인식 행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선정적 연출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배우 박보영은 협찬사인 V사 제품으로 풀착장 할 것을 요청받았으나, 스타킹 사이즈 문제로 맨다리로 입장했는데, W코리아 측이 스타킹이 없으면 전신노출이 불가능하다며 박보영을 포토월에 세우지 않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갈라 디너·파티와 기부 활동이 어우러진 '국내 최대 규모의 자선 행사'라는 공식 소개가 무색한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연예인들은 유방암 인식 향상이란 취지에 공감해 헤어, 메이크업 등 스타일링 비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연예인들을 '공짜'로 부른 W코리아는 협찬사로부터 돈을 받았죠 패션 브랜드의 경우 3000만원선, 주얼리 브랜드 경우 500만원선 돈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참여 브랜드는 29개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애시당초 두산매거진이 지난 20년 동안 기부한 금액은 11억원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약 3억원에 그쳤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여성신문은 이번 행사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W 코리아가 지난 2007년부터 올해 11월까지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한 누적 금액은 3억 1569만 원이다. 연도별로는 2012년 4282만원을 정점으로 2016년 500만원까지 떨어졌으며,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기부 내역이 없었다. 2024년에는 1억 2530만 원을 전달했다"고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초호화호텔에서 열린 자선행사라는 점에서 기부 규모가 너무 미비하죠? 기부액보다 행사비가 더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누구를 위한 켐페인인지 주객전도가 된 것이죠. 반면 같은 취지의 시민 참여 러닝 행사인 '핑크런'은 24년간 누적 42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W코리아의 행사의 누적 기부액을 가뿐히 뛰어넘죠.
행사가 끝난 이후 박재범은 "정식 유방암 캠페인 이벤트 끝나고 파티와 공연은 바쁜 스케줄을 빼고, 좋은 취지와 좋은 마음으로 모인 현장에 있는 분들을 위한 걸로 이해해서 그냥 평소 공연처럼 했다"며 "암 환자분들 중 제 공연을 보시고 불쾌했거나 불편하셨다면 죄송하다. 저도 부상인 상태로 좋은 마음으로 무페이로 공연 열심히 했다. 그 좋은 마음 악용하지 말아달라"라고 해명했는데요. 지금 무페이로 공연을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행사의 취지 자체를 망각한 공연을 헀다는 점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아예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소개받고 싶어 니 가슴에 달려 있는 자매 쌍둥이 둥이'라는 가사가 과연 해당 행사와 어울렸나요?
반면 이번 행사의 취지를 정확히 알고 행동한 연예인들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배우 변우석을 비롯해서, 아일릿의 원희는 검진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고, 아이브 레이는 유방암 인식에 대해 공부를 해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자리를 일찍 떠난 배우 박은빈은 라이브 방송에서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이다. 저는 지금 W행사 마치고 황급히 집으로 가고있다. 정말 이런 행사는 오랜만이 아니라 거의 처음인 거 같은데 좋은 구경 했고요. 네. 잘 있다 갑니다"라고 밝히면서 "그래도 이렇게 W에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을 매년 여셨다는데 뜻깊은 취지를 가지고 있는 행사에 참석해서 좋은구경 하고 집에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박은빈처럼 해당 행사장을 뜨는 게 맞지 않을까요?
한편 박재범의 무대 영상만을 삭제한 W코리아 측은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황. 관심이 사그라들 길 기다리는 모양새죠. 하지만 네티즌들은 "여론 무시하고 기 싸움하는 거냐"며 W코리아를 향한 비판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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