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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6학년의 사이판 수행여행이 학교 교육의 '내실화'?

자발적한량 201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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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꼭 해외로 가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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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를 보다가 한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서울 금성초등학교의 수학여행 관련 가정통신문이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2013년 7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에 걸쳐 수학여행을 간다고 나와 있는데요. 장소가 무려 사이판입니다. 제 눈을 의심했네요. 대학교도 아니고, 중·고등학교에서 더 밑으로 내려가서 초등학교가...수학여행을...사이판으로...신혼여행지 탐방인가요...



전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제가 졸업할 당시 서울고등학교는 1학년 때 경주, 2학년 때 음성 꽃동네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꽃동네를 간다는 얘길 듣고 당시엔 엄청 불평했었는데, 2박 3일동안 그 곳에서 지내고 나니 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더군요. 장승중학교에서는 학급 별로 직접 계획을 짜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상도초등학교는 대천으로 수학여행을 간 걸로 기억이 나네요. 현재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런데 초등학교 학생들이 사이판으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얘기를 보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흘렀고 세대가 다르다지만 곱게 보이진 않네요. 초등학생들이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학교 측의 지나친 전시행정이자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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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료를 좀 뒤적거려보니 금성초등학교는 2006년엔 중국 북경 및 백두산 지역, 2008년엔 일본 관서 지역, 2011-2012년엔 중국 상해 등을 다녀왔더군요. 명분은 훌륭합니다.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며, 사진과 글, 말로만 배웠던 다양한 세계 문화 이해, 공동체 의식과 민주 시민 의식의 자질 함양을 위한 수학여행이라고 적어뒀네요. 그런데, 이러한 자질이 꼭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야지만 길러지는 것일까요?



더군다나 사이판이라면 얘기는 더 이상해집니다. 베이징, 백두산, 오사카, 상하이 등은 그나마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판은...너무나도 당연스럽게 휴양지 아닐까요? 신혼여행을 사이판으로 많이 가는 이유가 있지요. 실제로 금성초등학교의 수학여행 용역 입찰공고를 살펴보면 북부섬, 만세 절벽, 한국인 위령탑, 버드 아일랜드, 마다가하섬, 유람선 탑승 및 스노쿨링, 수구 및 수중릴레이, 폴리네시안 민속쇼, 공립학교 방문, 메모리얼 파크, 정글투어, 전통시장 등 다분히 관광명소를 돌아다니는 코스입니다.



사립초등학교에서 돈 많이 내고 해외 수학여행 가겠다는 데 뭔 간섭이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금성초등학교의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은 학부모들에게 '학교 교육의 내실화'에 적극 협력해준 점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며 시작합니다. 과연 사이판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이 '교육의 내실'을 채우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수학여행.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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