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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사 이전과 상징색 변경으로 살펴보는 '색과 정치'

자발적한량 201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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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로부터 노랑을 지키고자 했던 민주당, 노란색을 버리고 파랑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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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여의도 신당사로 입주식을 하면서 새로운 PI를 공개했습니다. PI에 대해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변화와 희망의 시대로 가겠다는 약속, 서민과 중산층의 든든한 벗이 되겠다는 다짐,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가는데 나침반이 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고 밝혔죠.



잠시 색에 대해 알아보자면, 서양의 색 개념이 태양빛에 의한 일곱가지 무지개 색인데 비해 한국의 색 개념에는 태양없이도 존재하는 근원적인 우주의 근본요소인 쇠·물·나무·불·흙, 이른바 '오행'이 담겨있습니다. 자연염색을 하면 백-흑-청-적-황 순서로 물드는데, 이것이 상생의 순서죠. 이 다섯가지를 오방정색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들 정색을 혼합하면 자-홍-벽-녹-유황, '오방 간색'이 되죠. 오방정색과 오방간색에는 '상생과 조화'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당을 표현하는 발자취를 살펴볼까요? 민주당은 그동안 노란색과 녹색을 많이 사용해왔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7년 대선에 나섰을 때와 1988년 13대 총선에서 '황색 돌풍'을 일으키며 제1야당이 되었을 때,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노란색을 사용했죠. 또한 초록색은 1990년대 합당 등을 통해 야권이 민주당으로 재편되면서 쓰기 시작하여 2000년대 새천년민주당과 2008년 통합민주당, 2011년 민주당은 초록색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부터 시작된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노란색과 초록색을 뫼비우스의 띠에 사용하여 두 색의 조화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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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민주정의당 시절부터 상징색이던 파란색을 사용하던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2012년 2월, 광고계 미다스의 손 조동원 당시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에 의해 새누리당이 빨간색을 들고 나왔습니다. 소위 '레드 컴플렉스' 때문에 빨간색을 쓰기 꺼려했던 한국 정당들의 지난 모습을 보았을 때, 게다가 보수정당이라 칭하는 새누리당이 빨간색을 선택한 것은 쇼킹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정체성 혼란, 좌클릭 상징, 보수진영 내부의 비판 소지 등을 이유로 반대가 무척이나 많았지만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게 좋겠다"며 힘을 실어주었죠. 2012년 총선이 끝난 직후 당선 결과를 나타낸 지도를 보며 '수도권과 호남을 제외한 대한민국이 시뻘건 빨갱이가 됐다'는 비꼬는 말도 나왔었죠.



민주당에서는 지난 5월 말부터 당 상징색 변경을 논의해 왔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녹색이 다른 색깔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요. 또한 노란색이 '친노'를 떠올린다는 생각에 더더욱 이를 탈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벤치마킹한 것은 다름 아닌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빨간색으로 '색깔 좌클릭'을 한 것에 착안하여 이번에는 민주당이 파란색으로 '색깔 우클릭'을 하려는 발상을 합니다. 그동안 보수의 상징과도 같던 청색 계열을 사용하여 중도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었지요.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별명, 입은 옷, 악세사리 등을 끊임없이 이미지화시켜 그 속에 의미를 담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색의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색깔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당의 아이덴티티가 바뀌진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색깔을 보고 떠올리는 이미지를 자신들이 차용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죠. 민주당과 새누리당 모두에게 바램이 있다면, 색깔로 하는 정치가 아닌 색깔이 있는 정치를 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재밌는 사실 하나. 과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공존했던 참여정부 시절 민주당에서는 '평민당 시절 황색 바람을 일으킨 이후 늘 민주당과 함께 한 색깔인 노란색을 열린우리당이 훔쳐갔다'며 색깔 전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노무현 이름을 따서 노사모 시절부터 노란색을 써왔을 뿐'이라던 열린우리당을 향해 "노란색은 민주당원들의 한과 눈물의 색인데 이것이 배신자의 색깔이 될 수 없다"며 '친노'로부터 노란색을 지키고자 애썼던 민주당이 이제는 '친노'의 색깔을 지우고자 파란색으로 상징색을 바꾸는 상황이 무척이나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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