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한테 잘보이려고 역사에 가위질을 이리 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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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에서 만든 역사 교과서는 이걸 '교과서'라고 부를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명한 교수들이 모여 만든 교과서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심하기도 하구요. 한편으론 우리나라 역사학계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마음에 안타깝기도 합니다. 역사에 관심많은 나도 좀 땀 좀 흘리면 교과서 한 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희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뭐 의혹이라고 딱히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특정 항목에서는 대부분의 서술 순서, 사용된 단어, 사진까지 겹칩니다. 그런데 표절을 할라면 좀 티 안나게 제대로 좀 할 것이지, 꼭 흠을 보입니다. '1920년대에 전국적 노동운동조직인 조선노동총동맹이 존재했다'고 서술해놓고서 뒤에 '1930년대 이후 공업화가 급진전하면서 노동자 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다시 언급을 하죠. 또한 대안교과서에 '공장 노동자의 절반과 광산 노동자의 4분의 1가량'을 잘못 베껴 '공장 및 광산 노동자의 1/4정도'라고 기술했습니다.
대안교과서 표절 의혹 뿐이 아닙니다. 한심하게도 위키피디아·네이버 등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확인되지도 않은 인터넷 자료를 교과서로 그대로 베껴오는 그 대담함...역사교과서를 서술하려면 그 정도는 필수인가 보네요. 용어, 시기도 통일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지면이 한정된 교과서에서 거의 없는 중복 서술까지...날림 교과서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전반적인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보면, 최소한의 내부 검증마저도 거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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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조선 총독부가 발표한 2차 조선 교육령. 당시엔 '국어'가 일본어였겠죠. 굳이 전문적인 역사 지식이 없이도 '일제시대에 국어는 무엇을 지칭했을까?'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텐데, 이를 '한국인에게 한국어 교육을 필수화했다'고 적었습니다. 명성황후를 일본인들이 비하했듯 '민비'라고 적었으며, 독립운동가의 이름도 틀리게 썼습니다.
근현대사 파트로 넘어가면 더욱 가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빨아보려는 강한 의도가 보이죠.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뒤 '5.16 혁명공약'을 발표했었는데요. 6가지 공약 중 마지막 공약은 '이와 같은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로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 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냐는 듯 자신의 말을 뒤집고 대통령이 되었죠. 그런데 교학사에서는 이 항목을 빼고 5개 공약만을 실었습니다. 이 6조는 미국이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었다고 합니다. 객관적 사료로 6개가 있는 것 중 박정희가 짓밟은 조항을 빼버린 것은 의도적인 삭제로밖에 볼 수 없죠.
5.16 쿠데타에 대해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이지만 윤보선 대통령도 쿠데타를 인정하였고,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는데요. 뭐 도둑질은 했는데 의적이었다 이건가요? 박정희의 5.16 쿠데타는 국민들로부터 나라를 훔친 것입니다. 그냥 조용히 훔쳐간 게 아니고 총칼로 때려서 뺏은 것이지요. 현재 내란음모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보다 훨씬 더 국가에 위협을 가한 박정희와 5.16 군사쿠데타를 저렇게 표현하다니...
친일자본으로 인정된 경성방직과 화신백화점을 민족자본으로 평가한 친일 성향의 교과서. 노태우, 이명박 정부는 긍정적(특히나 MB정부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고)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잘못한 쪽을 강조해서 서술한 우편향 교과서. 자신의 집권을 위해 헌법과 국민을 무시한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가 쫓겨난, 친일파들과 협력한 이승만을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로 묘사한 교과서. 박정희의 유신체제를 독재였지만 불가피하다고 하며 독재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하는 교과서.
이토록 문제가 많은 교학사 교과서는 최종 합격이 된 상태입니다. 결국 정부가 오류와 의도적 삭제 등을 통한 역사 왜곡을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교과부는 이번 사태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 그리고 검정심의회. 교학사 교과서를 통과시킨 이들을 문책하고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죠. 다른 것도 아니고 교과서입니다. 이 책으로 역사를 공부한 학생들은 오류 투성이의 역사가 머릿속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런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런 사람들로 가득찬 대한민국. 결국 오류 투성이의 대한민국이 아닐까요? 일본의 역사 왜곡 욕할 거 없습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역사 왜곡이 이루어지는데, 남 흉볼 처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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