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격돌, 7·30 재보선
15곳의 지역구를 두고 진검승부를 벌이게 될 7·30 재보선. 미니 총선으로 이름 붙여지며 각당은 본격적인 선거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하여 통합진보당, 정의당까지 이번 선거에서 의석 수를 한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이번 재보선은 25~26일 이틀동안 사전투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역구 |
후보 |
서울 동작 을 |
나경원(새) 기동민(민) 유선희(진) 노회찬(정) |
경기 수원 을 |
정미경(새) 백혜련(민) 윤경선(진) 박석종(정) |
경기 수원 병 |
김용남(새) 손학규(민) 임미숙(진) 이정미(정) |
경기 수원 정 |
임태희(새) 박광온(민) 김 식(진) 천호선(정) |
경기 김포 |
홍철호(새) 김두관(민) 김성현(정) |
경기 평택 을 |
유의동(새) 정장선(민) 김득중(무) |
대전 대덕 |
정용기(새) 박영순(민) |
충남 서산·태안 |
김제식(새) 조한기(민) |
충북 충주 |
이종배(새) 한창희(민) 김종현(진) |
전남 나주·화순 |
김종우(새) 신종훈(민) |
전남 순천·곡성 |
이정현(새) 서갑원(민) 이성수(진) |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
이중효(새) 이개호(민) |
광주 광산 을 |
송환기(새) 권은희(민) 장원섭(진) 문정은(정) |
울산 남구 을 |
박맹우(새) 송철호(무) |
부산 해운대·기장 갑 |
배덕광(새) 윤준호(민) |
확정된 대진표입니다.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전 지역구에 후보를 냈고,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후보등록을 마쳤습니다. 전통적으로 새정치연합이 유리했던 전라도를 제외하면 새정치연합이 우세한 지역은 손학규 후보의 수원 병과 김두관 후보의 김포, 평택 을의 정장선 후보 뿐이라는 점은 세월호 침몰 사건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등 꾸준히 여권 쪽에 악재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전략이 잘못됐다는 점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위기에 힘을 보태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파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번 7·30 재보선과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보여준 공천파문은 너무나 큰 실망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정치하는 놈들이 다 똑같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래야 안 나올 수 없는 광경이었죠.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들의 머릿속에는 '선거승리->여당 견제'가 들어있는 것인지, '내부견제'가 들어있는 것인지 의심이 가게 만들었습니다. 새누리당 2중대라는 생각이 바로 들게끔요.
이번 새정치연합 공천파문의 핵심은 서울 동작 을과 광주 광산 을입니다. 애시당초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광주 광산 을에서 출마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동작 을에는 허동준 동작 을 지역위원장, 금태섭 대변인이 출마선언을 했죠.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정몽준 전 의원의 지역구였기에 방어를 해야하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거물급 인사의 전략공천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해 허동준 예비후보는 동작 을 지역을 10년동안 지켜오면서 정동영 상임고문 등에게 양보를 해오며 이른바 '선당후사'를 보여줬죠. 민주당 내에서도 새누리당에 맞서 손학규·정동영·천정배 등 거물급 인사의 전략공천의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지도부, 정확히 말하면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돌연 광주 광산 을에서 출마선언을 했던 기동민 후보를 서울 동작 을에 전략공천하는 깜짝 이벤트를 벌입니다. 그리고선 '박원순의 남자'와 같은 별칭을 붙이며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엮기 시작하죠. 허동준 동작 을 지역위원장이 당대표실을 점거하고 기동민 후보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지만 선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허동준 지역위원장과 기동민 후보는 486 운동권 23년지기 친구이기도 한데요. 두 사람의 우정이 한순간에 조각나는 순간이었죠. 결국 허동준 지역위원장은 "당대표들이 나를 버렸지만 당의 주인인 내가 당을 떠날 수는 없다"며 눈물을 머금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광주 광산 을. 천정배 상임고문이 가장 유력해보였던 지역이었지만 사실 이미 논란의 조짐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보이고 있었습니다. 소속 의원 45명이 '중진들은 당선되기 쉬원 지역에 가면 안 된다'며 연판장을 돌려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이죠. 사실상 천정배 상임고문을 지목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당 지도부는 그 후 광산 을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설정했고, 천정배 고문을 배제했습니다. 이 때부터 급부상한 것이 바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에 서있던 인물입니다.
지난 6월 30일 사직서가 수리되면서 경찰을 그만 둔 권은희 후보는 당시 정치권에서 제기된 출마설에 대해 "격려로 받아들이고 감사한 마음이지만 재보선 출마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한 모습에 국민들은 권은희 전 과장이 경찰 내부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상황에 대해 더욱 진정성을 느꼈던 것이죠. 하지만 결국 권은희 전 과장은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끊임없는 구애에 광주 광산 을 후보로 전략공천되었습니다. 천정배 고문도 허동준 동작 을 지역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결국 불출마를 선언하며 백기를 들었구요.
질문,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이 맞나?
권은희 전 과장이 국회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과거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려던 문재인 의원 역시 수 많은 사람들의 권유와 시대적 요구라는 명분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습니다. 하지만 권은희 후보의 공천에는 이러한 부분보다 안철수-김한길 두 공동대표의 고도의 셈법이 노골적으로 보인다는 부분이 상당히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이 광주 광산 을에 대해 "천정배가 광주 도전을 선언한 것이 결국 권은희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주게 됐다."는 한줄평을 건넸습니다. 사실상 당선을 정해놓다시피하고 벌이는 광산 을의 선거. 어짜피 뱃지를 누군가에게 달아줄거라면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고르겠다는 식의 의지 표현. 국회에 입성하는 순간 무시못할 세력이 될 수 있는 천정배 고문보다는 정치에 발을 담궈본 적 없는 신인이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이벤트적 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권은희 전 과장이 훨씬 구미가 당기는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국민들은 강한 야당을 바라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확실한 대안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느끼는 불만을 우리가 해결한다'는 포지션을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새정치연합은 여당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금새 사그라들고, 도대체가 존재감이 없는 이름만 '제1야당'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짜피 대한민국 정치구도가 새누리당vs새정치연합이니까 아무리 못해도 일정량 이상의 파이는 가질 수 있다는 오만함이 느껴지는 것은 저 뿐인가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호구'로 인식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새누리당에서는 동작 을에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했죠? 기동민 후보가 과연 나경원 후보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요? '전력가' 김한길 - '새정치' 안철수 두 사람의 선택의 결과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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